[Miscellanous] 생각을 보다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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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에 1년정도 책만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주변 지인도 만나지 않고 가족들도 보지 않았습니다. 매일 도서관이 문여는 시간부터 도서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앉아서 책만 봤습니다.

말이 어눌해지더군요. 그리고 행동이 느려졌습니다. 무슨 병이 찾아왔나하고 걱정이 될 정도로 몸이 나빠졌습니다. 조용한 공간에 계속 앉아있다보니 무척 민감해지더군요. 책장 넘기는 소리가 그토록 시끄러운 소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각 챕터별로 한권씩을 뽑아서 하루에 6권에서 많게는 8권까지 보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식한 독서량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이 지닌 냄새와 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성, 누군가 밑줄을 쳐 읽기가 힘든 색바랜 종이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수북히 쌓인 먼지, 크기가 달라 엇박자로 꽂혀있는 시집들,,, 그 틈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한참 책에 빠져 살던 시절에는 시간과 체력만 허락한다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곧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1년간 책을 본 이후에도 하루에 한권씩만 빼놓지 않고 읽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책을 놓게 되더군요.

많은 생각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인데 깊고 넓게 들어갈수록 어디가 종착점인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은 책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요.

"사람은 씨팔 누구나 오늘을 사는거야." 황석영 작가가 쓴 '개밥바라기'라는 소설에 나온 문구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리얼리즘의 대가답게 현실의 중요성을 설파한 문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 그것에 답이 있다고 보았으니까요.

일상이 중요해졌습니다. 아름다움은 그곳에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 내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었습니다. 거창하게 미학적인 측면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을 얘기할 필요없이 단순한 하루의 삶에 아름다움의 근본이 있었습니다.

장삼이사들의 애환과 고통, 즐거움과 기쁨에서 나오는 가슴깊은 울림은 그들과 진정으로 함께 할 때 얻어지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오늘을 살아보려 노력중입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살아보려 합니다. 한번쯤은 자신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꼭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보물 찾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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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놓았다 하는게 책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최근에 잠깐 잡았는데 타의적으로 다시 놓고있네요. ^^

ㅎㅎㅎ 책이라는게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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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찾기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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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하지는 않았지만, 살아보니 매일 매일 오늘을 사는 것이 맞네요.
일상이 중요하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jcar 토큰 보팅 요청 하고 갑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제 포스팅을 자주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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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uri님의 jcar보팅 신청입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들어오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에 잘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ㅎ * 댓글 하나에도 jcar보팅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일상은 최고의 보물이죠 단지 잘 살아내야한다는 의무가 있기는 하지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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