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썰 ] 2개 대대를 돈가스 매니아 만들었던 썰

in #kr6 years ago

가즈아에 올라오는 썰들이 재밌어서 나도 썰 하나푼다. 나는 군대에 있을때 1종 군수행정병이었어, 식재료를 계산하고 청구한뒤 취사장까지 가져다주는 역할이지.

하지만 헬조선의 군대 특성상 굉장히 비합리적이야. 군수과에 편제가 나있는 병사가 1명이었는데. 사실상 한명이 한 대대(200명 상당)의 식재료, 총기, 의류, 물자를 담당한다는건 불가능하잖아? 나는 원래 장비수리병이었는데 훈련이 끝나고 부대에 도착하자마자 행보관에 의하여 억지로 군수행정병이 되었단 말이지.

나름 후방에 편한 부대였는데 허구헌날 쌀나르고 계산하고 노가다로 주말이나 명절에도 쉬는날 없이 억지로 애국정신으로 군생활을 보냈어.

아무튼간에 내가 있는 대대는 170명 정도였고 옆에 대대는 인원이 적어서 50명정도라 우리부대에서 밥을 먹곤 했지. 결국 나는 230명의 식재료를 책임져야 했는데 인수인계를 2주밖에 받지 못한데다가 가라로 처리되는 행정시스템속에 항상 전산상 오류를 겪어야 했어. 그리고 이게 짬도 안되서 취사병들이 고참이니까 도와달라고 할수도 없고 상병때까지는 혼자 230명분의 재료를 나르고 관리해야했지.

군법상 군인에게 1인당 정해진 식사량이 있고, 거기서 오차범위 10% 내로 청구를 해야 된단 말이야. 말도 안되는 소리지. 내 기억으로는 한끼당 쌀이 190g, 김치가 20g? 정도였는데 당연히 김치나 맛없는 반찬의 식재료는 남아돌고 고기류는 부족하곤해.

게다가 사단의 식사를 책임지는 보급수송대에서는 단위별로 신청을 하라고하지. 품목마다 한박스당 5kg 부터 20kg 까지 단위가 다르니까. 정말 1인 기준량의 10%를 맞출래야 맞출수 없는 이상한 시스템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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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단은 보급관이었는데, 우리 보급관은 병참(군수) 쪽으로 20년 이상 군생활을 한사람이라 짬으로는 원사를 달 정도인데 20회 이상의 운전과속, 명령불복종, 민간인과의 싸움 등으로 중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었어. 어떤 캐릭터인지 대충 알겠지..?

암튼 보급관은 나름 착한 사람이었지만, 짬놀이를 좋아하고 막가파였는데 사단을 대표하는 보급수송대의 행정관이 자기보다 짬이 안되는데 계급은 높은데다가 상위부대에 있으니 배알이 뒤틀렸나봐.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닌데 매번 별거 아닌거로 싸우고 갈구고 했지.

내가 일병이 되고나서도 벅찬 업무에 힘들어하고 맛스타 나눠주는 노가다와 쌀 나르는 노가다에 지친 군생활을 보내느라 가끔 청구를 실수로 한적이 있었어, 보급수송대에서 원하는 박스단위를 못맞춰서 전체 재주문을 넣으라고 전체취소를 하거나 단위를 맞춰달라고 전화올때가 몇번있었지. 그럴때마다 우리 보급관은 보급수송대의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니 댁들도 우리 부대에서 식사하면서 좀 좋게 갑시다" 라거나 " 알아서 좀 맞춰주면 얼마나 좋아? " 라는 식의 반응이었어. 당연히 두 사람간에 감정의 골은 깊어졌겠지..

그러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어. 내 계산으로 돈가스를 한끼분 18kg 정도 시켰어야 했어. 단위를 맞추느라 20kg 를 청구해야 했지. 하지만 0을 하나 더 붙여 200kg 를 시켜버린거야. 이를 본 보급수송대에서는 당연히 기준치의 10배를 넘어가니 캔슬해줘야겠지만 ㅈ되봐라 하고 그냥 상위부대로 넘겨버린거지.. 식빵! 이게 뭐 마진거래도 아니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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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부식수령시에.. 200키로의 돈가스가 우리 부대로 떨어졌고, 예산 초과는 물론이요.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생겼지. 보급관은 굉장히 어이없어하면서 행정관에게 전화해 이런식으로 나올거냐고 욕을 퍼붓더니 고개를 절레절레하고는 나를 매섭게 바라보더니 다행히 화는 안내시고 겁나 웃으시더라.. 돈가스를 그렇게 좋아하냐면서 ㅋㅋ 결국 우리 대대만 억지로 다른 식재료를 안받고 돈가스를 먹는 식으로 선회했어. 원래 한달에 한두번 나오는 돈가스가.. 10일 동안 7끼니에 나오게 되었지.

그 사실을 취사병들에게 알리자.. 그들은 나한테 미쳤다며 쌍욕을 시전했어. 보관도 힘들거니와 그 더운 날씨에.. 기름에 튀겨서 건져야 했기 때문이지. 반면 그 소식을 들은 병사들은 돈가스혁명이라며 나를 찬양했어. 맛없는 해물비빔소스, 콩나물 비빔밥, 똥국 따위를 먹느니 이것은 혁명이다라면서 ㅋㅋㅋㅋㅋ 심지어 어떤 선임은 나한테 육개장이랑 어니언도 10배 청구 해달라고 청탁하기도 했지ㅋㅋㅋㅋ

하지만 그들도.. 막상 3끼니를 넘기자 돈가스에 질려서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어.. 이거슨 돈가스의 저주다.. 올드보이의 돈가스판이냐? 내가 대대를 상대로 광역도발을 시전했다 라는둥의ㅋㅋ 원래 제육볶음이나 소시지볶음같은 갓반찬들조차 돈가스로 대체되고 ㅋㅋ 한동안 돈가스를 물리게 먹었다는 이야기야.

아 별 얘기 아니었는데 쓰고보니까 길어졌네. 이상 억지로 230명에게 10일간 7번의 돈가스를 먹이며, 돈가스매니아로 만들었다는 20대의 추억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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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매니아를 만든 게 아니라 식고문을 한 거잖아... 대대 규모로. 그래, 사람이 세상에 나면 한번쯤은 이 정도로 일도 쳐 봐야지. ㅋㅋ 재미있게 읽었다.

ㅎㅎㅎ 하루 세끼 돈까스면 좀 질릴만 하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까스의 영웅이다!!!!!!!!!!!!!!!!!
난 겁나 좋아했을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미파형 영화관 썰 이후로 막 터져나오네. ㅋㅋ

이정도면 보급투쟁 영웅 아닌가

맛있는 것도 계속 먹으면 질리니까 ㅋㅋ

돈까스혁명이네 정말 ㅋㅋㅋ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였어. 나도 이래저래 부대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밝히기 힘든 부분이라 묻어둘게. 아 그게 있었구나. 참모장(1스타)가 어느날 부르더니 잠을 못잤다며 누가 자꾸 밖에서 철판을 두드린다는거야. 그래서 알아보러 나갔더니 딱따구리가 철판을 쪼고있더라.. 어이가 없었어. 근데 쫒아내도 다시돌아와버리니.. 이거 참.. 보고 하니 그냥 냅두라더라 ㅋㅋ 잠깐 생각난 옛이야기였어

완전좋다 군대돈까스 개꿀맛임 ㄹㅇ

ㅋㅋㅋㅋ 진짜 군대에서는 별일이 다있죠
갑자기 그때의 맛이 그리워지네요

군대에서 웃긴이야기 진짜 많지...나도 하나풀고싶지만 블록체인에 기록했다간 아는사람이 볼까 무서워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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