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17오늘의서울시] 여전히 ‘광장허가제’를 운영하는 서울시, 자기 먼저 바뀌어야

in #kr6 years ago

[오늘의서울시] 여전히 허가제로 운영하는 청계천, 광화문 광장 두고 민주주의 말할 자격이 있나

집회의 자유는 민주국가에서 가장 상위의 가치에 속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권력도 견제받지 않기 때문이다. 때때로 소음에 막무가내 집회에 눈쌀을 찌푸리지만 그럼에도 이를 용인하는 것은 그것을 막음으로서 만들어질 전례를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박근혜 시절엔 소음측정기를 가지고 집회를 통제하기도 했다. 애당초 집회를 하는 목적은 반영되지 않는 목소리를 직접 내기 위한 것인데 이를 아예 하지 말라 했다.

그런데 집회의 자유와 함께 반드시 이야기되는 건 광장의 존재다. 집회를 하려면 모여야 하는데 한국은 광장이 거의 없다. 그래서 늘 차도에서 하게 된다. 그나마 광화문과 청계천 광장, 시청 광장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이 광장들 역시 허가제에 서울시 행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명박 전 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하고 나선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문제는 오세훈 전 시장이 청계천 조례를 제정하면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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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사용목적이 여가선용과 문화행사로 한정된 것이다. 이건 서울시가 여기서 열리는 행사의 내용을 평가할 수 있다는 말로 집회와 같은 정치적 행사는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실제로 청계천광장은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데 양반보다 마름이 무섭다고, 시설관리공단의 공공시설물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다. 실제로 나는 “서울시 재산이기 때문에 공무원이 생각해서 사용허가를 내는
건 당연하다. 기분나쁘면 안 내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기고 했다. 나중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협박은 그냥 귀여운 수준의 협박이다.

문제는 서울시의 이런 규정 탓에 허가제가 아닌 집회가 사실상
허가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종로경찰서는 명확한 근거없이 “서울시 허가가 없으면 집회신고를 받을 수 없다”고 버틴다. 근거를 요구해도 요지부동이다. 근거가 있을리가 없다. 집회 및 시위법이 청계천조례보다 우위니 말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무시라면 그만이다. 안타깝게도 이를 어긴 공무원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그러면 사용신청을 한다고 해보자. 사용 희망일의 60일 전에 신청하도록 했다. 요즘 시대에 현장접수에, 팩스에, 이메일이다. 온라인 접수가 기술도 아닌 시대에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것자체기 얼마나 시민들이 사용신청하는 것이 싫은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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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허가 조건을 보자. ‘여가선용’ 목적에 부합? 그런데 누가 이걸 판단할까? 청계천시민위원회? 아니다. 현행 청계천시민위원회는 사용허가를 다루지 않는다. 게다가 이 놈의 시민위원회는 2016년 이후부턴 운영되지도 않았다(https://opengov.seoul.go.kr/proceeding/mtgcls/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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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당최 광장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해 고민은 커녕 생각도 안해보았을 시설관리공단 공무원들이 허가여부를 판단한다. 이건 말도 안되지만, 서울시민민주주의 운운하는 현재 서울시의 모습이 이렇다.

100번 양보해 정말 여가선용행사를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사용할 수 있을까? 아니다. 시민들보다 먼저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공공기관들이다. 이들은 완전 프리패스다. 시민들은 60일 전부터나 신청이 가능한데 이들은 사전 신청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지금 60일도 더 남은 12월 청계광장의 스케줄은 하나도 비어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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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공공에서 하는 것이니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 헛점이 있다. 공공기관이 협찬하는 영리행사의 경우엔 60일 사용허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기서 장터를 열고 무슨 홍보행사를 하더라도 서울시같은데와 공동주최만 만들면 끝이다.

그러니 청계천광장와 광화문광장은 광장이라 할 수 없다. 그냥 서울시의 행사장이다. 만약 서울시장이 박원순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광화문 광장 사용허가권을 빌미로 광장의 시민들을 불법으로 몰고갔다면 어땠을까? 문제는 현재 조례로 제한을 하고자 한다면 박원순 시장이라도 가능했다는데 있다.

결국 서울의 민주주의는 서울시장의 민주주의일 뿐이다. 스스로 하는 행정행위의 민주주의적 감수성을 평가받지 않고 마치 민주주의의 집행자처럼 말하는 건, 사실상 파시즘에 가깝다(이런 표현에 놀라겠지만 유발 하라리는 정부를 이쁘고 괜찮은 것이라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파시즘의 징후라 했다. 맞다, 나찌즘은 질서를 옹호했다. https://www.ted.com/talks/yuval_noah_harari_why_fascism_is_so_tempting_and_how_your_data_could_power_it?language=ko&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지금 박원순 서울시장이 말하는 민주주의에는 갈등이 없다. 더 나가면 서울시 행정 자체의 혁신이 부재하다. 당장 서울시 행정조직 중에 ‘관리’라는 이름이 붙은 곳 만큼 비민주적인 곳이 있나? 시민들을
상대하면서도 공공재에 대한 감각은 뒤쳐지고 시민이 사용하면 자신들의 일이 늘어난다고 믿는 이들이 권한을 행사할 뿐이다.

서울시의 시민민주주의는 일차적으로 서울시 자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어떤 것이든 립서비스에 불과하고 박원순 개인의 철인정치일뿐 민주주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정말, 청계광장과 광화문광장을 이렇게 행정관료들의 앞마당으로 두어도 괜찮은가? 박원순 이후는 걱정이 없나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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