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11오늘의서울시] 도시건축비엔날레가 수상하다

in #kr6 years ago

[오늘의서울시] 오세훈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는 박원순의 건축을 묻는다

사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특정 분야에 대해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한국 사회의 존중 문화라고 할까, 특히 기술쪽 영역에 대해선 ‘너가 뭘 안다고 그래?’라는 지청구가 바로 들릴 것 같아 조심스럽다. 하지만 기왕에 용기내서 디자인 어쩌구 한 김에 건축과 관련한 사항도 말해보려 한다.

다른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도시건축비엔날레 이야기다. 작년에 1회 행사가 진행되었고 주제는 ‘공유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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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전행사를 한다는 보도자료기 나왔다. 작년에 55억원, 올해 16억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https://opengov.seoul.go.kr/synap/file2.php?filepath=%2Fdata%2Ffiles%2Fdcdata%2F100003%2F20180228%2FF0000063805115.pdf&fid=F0000063805115&mobile=y&fnm=2019+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사업은 그냥 박원순 시장 + 승효상 건축가의 우애를 확인하는 사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제로 서울시가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하고 건축비엔날레를 제안한 사람은 승효상씨로 알려졌다(http://m.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59027.html#cb).

이 구상은 승효상 건축가가 서울시건축정책위원장이었던 지난해부터 제안했던 것으로, 박 시장은 올해 서울역고가도로 공원화, 안국동 공예관 건립 등 도심 공간재생 사업을 벌이면서 비엔날레를 열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건축비엔날레가 도대체 공공행사로서 어떤 사회적 기능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외려 작년에 내건 ‘공유 도시’가 영어도 commons를 내걸었지만, sharing하고 구분하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냉소가 나오기도 했다. 그로 파생된 임시 건축물이 지어지고 파괴되어 자원낭비라는 비판도 있었고, 지금 공간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는 돈의문 한옥박물관도 이와 연관된 참사라는 평가다.

그런데 올해 사전행사로 ‘도시의 인프라의 활용방안에 대한 행사’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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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포스터와 행사안내가 비공개다. 사생활 침해 때문인데, 어찌된 일인지 비공개라고 한지 불과 몇일 만에 보도자료로 배포한다. 다행이다, 그 사이에 사생활 침해 문제가 해소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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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서울시가 서울의 주요한 인프라 시설 중에서 건축을 통해 개선하고 싶은 사업지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를 하고 이에 국내외 건축가들이 공모안을 냈나 보다. 이걸 보면서 드는 사소한 질문이 있다.

  • 도대체 저 공간을 대상 인프라로 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 이 공간 활용에 건축가들을 통한 공모의 실효성은 무엇인가?

  • 도대체 이런 프로그램이 언제 어떻게 진행되었나?

사실 첫번째와 두번째 질문이 가장 궁금하지만 비전문가이니 침묵하자. 적어도 공공재원을 통한 행사이니 만큼 과정의 투명성과 납득가능한 절차는 건축 전문가가 아니어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국외 건축가들이야 말할 나위가 없지만 국내 건축가라 하더라도 대상지의 특징과 그 인프라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양태, 그리고 그 인프라는 별도의 목적으로 전유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욕구등은 살펴야 할 것이다. 즉 ‘조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겠다. 보통 이런 연구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거기에 실제 건축의 방법으로 이것을 설계하고 시각적으로 드러내야 하니 제작 과정도 만만치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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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게 왠 걸, 관련 사업의 기한이 8월 1일부터다. 제한경쟁으로 진행된 계약은 엘케이건축사무소가 8억 6천만원, 낙찰률 98%로 가져갔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수주한 건축사무소가 다시 8억 4천만원 정도를 재하청했고 그 업체가 ‘스튜디오 블룸’이라는 곳이다.

  • 어차피 행사계약인데 왜 중간에 건축사무소가 꼈을까?

  • 기획사 입찰인데 왜 제한 경쟁으로 했어야 할까? 스튜디오블룸을 보니 딱히 건축행사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 건축계의 일이므로 합리적 의심만 해보자. 만약 8월 1일에 사업이 시작되었다면 조만간 열리는 유휴인프라 설계 행사는 딱 2달 남짓의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는 걸 뜻한다. 이들은 이런 컨셉과 그림을 그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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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써먹을 수 있을까? 장담하는데 행사마치면 어차피 해당 건축사무소 실적 한줄로 말고는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그렇지 이게 2달 만에 가능한 일인가?

이런 상황에 또 하나의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서울건축비엔날레재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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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하나 만드는 용역을 불과 3개월만에 해치웠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건 되게 이상하다. 왜냐하면 애초 건축비엔날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지를 매개로 서울디자인재단 내에 추진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이미 별도 사무국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구태여 비엔날레 만을 위한 재단을, 이제 고작 1회를 했을 뿐인 비엔날레를 위해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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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추진현황에서 보듯 이 건축비엔날레라는 사업은 그냥 ‘시장 방침’으로 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이 행사를 위해 원래는 없애야 했던 디자인재단의 직제까지 개편해 사무국을 우겨넣었다. 그리고 작년에 1회를 했다. 그런데 올해 재단 설립이라니, 아마 내년 2회 비엔날레 때 ‘짠’하고 시장이 발표할 모양이고 욕을 먹고 있는 돈의문 한옥박물관이나 성공회성당앞에 짓고 있는 건물에 재단을 우겨놓을 모양이다.

과연 작년 제1회 도시건축비엔날레는 제대로 평가되었나? 서울시는 55억원이라는 재정을 투여해 무엇을 얻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시민 혹은 사회적 약자의 처지가 나아졌는가? 그것이 서울시의 도시계획과 아파트 중심의 건축문화를 바꾸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나?

그것이 아니라면 그냥 사업자인 건축가에게 왜 이런 공공재원을
통한 행사을 하고 공공재단을 설립하려고 하나? 사실 건축을 쥐뿔도 모르는 내가 불과 10년 전에 세계디자인수도 한답시고 수백억원씩 퍼부을 때 디자인계에 물었던 질문이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디자인도 건축도 모른다. 그러니 그걸 설명할 책임은 누군가에게 있지 않겠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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