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보내며.

in #kr6 years ago (edited)

어제 퇴근길에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쓰러진채 응급실로 향했다는 기사도 있지만 사망한채 발견됐다는 기사도 더러 있었다.
부디 전자가 맞길 바라며 응급실에서 회복되길 간절히 바랬지만

나와 동시대를 살던 또래 청년이 이렇게 세상을 떠났다.

내가 그를 좋아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 대답할 수 있다.
나는 그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우리나라 아이돌과 그 문화 전반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시대의 굵직한 이슈들마다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발언하던 내 또래의 청년이라고 알고 있다.

"무선전화기 사용 못한다고 하네요.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만 해도 벌금이 200만원이랍니다. 어이가 없네. LTE 주파수랑 겹쳐서 문제라나 뭐라나 아직 사용자가 십만 명이나 된다는데. (…) 개정이 된다면 사용자 모두에게 알리는 게 기본 아닌가. 모르시던 분들이 내년 1월 무선 전화기로 통화를 하신다면 신종 보이스 피싱급 피해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하는 마음에 표현이 좀 거칠어요 이해해 주세요."
_ 2013년 10월 12일, 정부의 무선전화기 사용금지 법안을 비판한 트윗

"제 트윗으로 원치 않는 주목을 받으시거나 이슈화로 피해 입으실까봐 메세지 드려요 응원합니다 연예인으로써, 다른 의미로 대중을 대하는 소수자로써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많은 상실감을 느낍니다. 물론 님이 느끼신 감정에 비할 것은 아니겠죠.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외치시는 모습을 응원합니다. 위로나 걱정이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그만큼 강하신 분이에요. 건강과 따뜻한 연말이 함께하시길 빌게요."
_ 2013년 12월 15일, 성소수자인 강은하 씨가 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며 강 씨에게 보낸 메시지

"삼일절 밤이 지나고 있습니다. 음, 전 해마다 삼일절 오면요. 다른 문제들보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셨던 우리 할머니들이 생각이 납니다. 일본 정부의 태도야 그렇다고 치더라도요, 우리 정부는 해결의지가 있는건지도 좀 궁금하고요. 이제는 생존하고 계신 분들이 쉰 다섯분 밖엔 안 되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환한 웃음 우리가 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 위안부를 일본의 우익들이 말하는 대로 쓴 교과서도 갑자기 생각이 나고요."
_ 2014년 3월 1일,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엔딩 멘트

"세상의 모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결국엔 자식 된 폭력이 어미를 죽이죠. 방관과 묵인의 동조는 만화나 영화,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안아주세요. 따뜻하게"
_ 2015년 2월 4일, 부산 경찰의 '아동 학대 예방 슬로건'을 공유하며 남긴 트윗
"모두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셨을 겁니다. 단원고학생중에도 저와 생일이 같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박지윤양 김건우군의 생일이 4월8일입니다. 하루가 지나긴 했지만… #1111로 무료 문자를 보내주시면 안산합동분향소 전광판으로 표시됩니다. 아이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말한마디 나누지 못했고 눈 한 번 바라보지 못한 아이들이지만 전 가슴께가 아직도 저리고 허합니다. 우리와 같은 숨을 쉬었던 아이들입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남겨진 이들을 위해서라도. 미래를 위해서라도."
_ 2015년 4월 9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자는 내용의 트윗

"여성을 창작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이냐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창작을 위한 도구로써 쓰이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존재하는 무언가를 예술로 표현할 뿐입니다. 축복을 받은 존재이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라는 말이 나보다 아래에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영감의 대상은 상하를 막론하고 존재합니다."
_ 2015년 7월 11일, 여성을 축복받은 존재이자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발언한 후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쓴 트윗

"내가 인간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사람으로 말이에요. 연예인은 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어떤 캐릭터로 표현되고 이해되는 경우가 훨씬 많잖아요. 적어도 나는 인간으로서도 살아가고 있다는 내 나름의 대답 같은 것? 그렇게 혼자 웅변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_ 2017년 5월, 에스콰이어 인터뷰에서

참조기사 : http://www.nocutnews.co.kr/news/4894266

나의 20대 내내 관심가는 이슈들에는 항상 소신있는 발언을 하던 그가 있었다.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프다.
생과 죽음, 마음의 우울감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부디 행복하길.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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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도 "한숨"도 많이 좋아하는 노래인데. 너무 슬픈 일이네요.

저도 그의 노래를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그저 슬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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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픈 일에요....실제로 종현님을 사랑하는 팬분들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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