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가족의 탄생, 2006 >

in #kr6 years ago

<본 리뷰는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족 그 오묘한 공동체에 대하여"

우리는 흔히 가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친족 관계라는 사전적 정의로서의 표현뿐만 아니라
타인과 가까운 관계라는 것을 주장할 때
우리는 가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우리가 자주 가는 식당에는
여러 명의 '이모' '삼촌' 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이 한 민족이라는 의식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만큼 가족에 대한 호칭이
다양한 국가도 찾기 힘들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이러한 가족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영화의 제목부터 살펴보면
가족의 탄생이라는 말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바를 담고 있다.

탄생은 국어사전적으로
'조직, 제도, 사업체 따위가 새로 생김. '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족의 탄생이라는 말은
혼인과 같은 제도를 통해 친족관계가 된다는
의미와는 별도로 이해 당사자의 합의를 통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혈연관계를 통한 자연적인 가족이 만들어지든,
상호 간의 합의를 통해 인위적으로 가족이 구성되든지 간에
가족은 탄생할 수 있다.
여기에서 영화는 주로 인위적인 가족을 다룬다.


이야기

영화는 크게 3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남매와 부부 관계를 주로 다루고
두 번째는 엄마와 딸의 관계
세 번째는 연인 관계와 전반적인 가족 이야기다.

하나하나 독립되어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결국 결말이 가까워질수록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마지막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 이어지게 되는 것과 유사한 형태다.

영화 속에서 가족이 탄생하는 것처럼
플롯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되는 것이다.

감독의 자연스러운 연출과
잘 각색된 이야기의 흐름이 돋보인다.
이 장치들로 인해서 관객들은
여러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몰입할 수 있다.


솔직함과 무례함 사이에서

각 에피소드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등장인물들이 가족에게 무례하다는 점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오랜만에 누나를 찾아온 동생은
누나도 모르는 사이에 결혼한 여자를 데리고 온다.
또 적나라하게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들려주거나
누나의 애인에게 폭언을 내뱉기도 한다.

가족이 아닌 타인이었다면 용서하기 힘든 일들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선경'과 엄마는
서로에게 거친 말들을 뱉어내기도 하고
마치 원수를 진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이라는
고전적 가족의 개념에서 볼 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그러나 남을 대할 때보다 가족을 대할 때
쌀쌀맞게 군적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게 더 편해진다니
인간이란 참 간사한 동물이다.

이렇듯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태도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여기서의 막다른 골목이란,
그들에게 각각 찾아오는 시련을 의미한다.

엄마가 죽을 병에 걸리거나, 남자친구가
덤프트럭에 치일 뻔하거나,
자신이 외국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들은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등장인물들은 그제서야 엄마를 찾아가기도 하고,
남자친구를 꼭 안아주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그들이 감정을 표현할 때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이후다.
결국 선경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채현'과 '경석'은 이미 헤어졌기 때문이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 한 인물들은
그만큼의 대가를 치른다.

영화에서 경석과 채현은 헤어진 이후에도
만남을 계속해서 이어가는듯 하지만
이는 특별한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만 한정되는 결과론적인 설명이다.


표현하는 사랑이 아름답다.

영화는 '관계'에 얽매이지 않기를 말하고 있다.

경석이 채현에게 이별을 말한 것은
'남자친구이기 때문에 다 이해해줄 거야'라고
생각하는 채현에게 지쳤기 때문이다.

채현은 타인에게 항상 다정하다.
아니, 다정을 넘어 과(夥)정하기까지 하다.
경석은 그런 그녀의 곁에서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액자 속에 갇혀
'전시(展示)' 중인 사랑에 불과하다.

가족관계에서나, 연인관계에서나
관계에 안주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채현과 경석은 다시 마음을 확인하고 난 뒤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면서
진심을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가족 그 오묘한 공동체에 대하여"

이야기는 다시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돌아온다.
결국 채현과 경석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발생적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무신과 미라가 함께 살고 있는
인위적인 가족의 품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함께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경석인 선경이
노래를 하는 장면을 같이 시청하기도 한다.

자연발생적 가족으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가짜 가족'이 채워주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판단 내릴 수 없다.

채현이 모두에게 다정한 것과
"헤픈 것이 나쁜 것이냐"라고
물어보는 것 사이에는
사랑을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담겨있다.

그녀가 다정한 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나쁜 것이지,
절대 그녀의 다정함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채현에게는 미라와 무신이 모두
엄마이듯,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가족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라는 자신을 다시 찾아오는
동생을 모질게 내친다.

가족은 더 이상 핏줄로 연결된
공동체가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선경이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장면을
함께 시청한 순간부터 미라의 집에 살던 사람들은
가족이 되었고, 그들에게는
피가 섞였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최근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이나,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같은 작품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듯 예술가들은 가족의 범위가 어디까지이고,
진짜 가족이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물음을 던지고 있다.

2006년 <가족의 탄생>이나, 2018년 <어느 가족>이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법률적이고 관습적인 가족보다
서로의 마음이 이어져있는 가족이
진짜 가족에 가깝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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