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플로리다 프로젝트, 2018>

in #kr6 years ago (edited)

<본 리뷰는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라색은 슬픔을 담고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으로
유명한 디즈니 월드의 건너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디즈니의 '매직킹덤'과는 대조적이게
'무니'가 살고 있는 '매직캐슬'이라는
모텔은 허름하고 볼품없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매직 캐슬에서
무니와 무니의 친구들이 만들어 내는
모험들을 다룬 영화가 플로리다 프로젝트다.


색감

이 영화는 영상미가 매우 뛰어난 영화이다.

무니가 살고 있는 보라색 집은
물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선명하다.
플로리다의 하늘 역시 무니의 순수한
마음처럼 맑은 모습이다.

그 외에도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장면이나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을 옮겨 놓은 듯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영상미 속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은 사건의 비극성을 강조한다.


아이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어린 아이인 무니이다.

앞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아이의 시간으로 보는
어른들의 세계는 현실을 조금 더
씁쓸하게 담아내는 효과를 가져온다.

아이들은 조그마한 매직 캐슬에서만
삶을 살아가다보니 남의 자동차에 침뱉기,
다른 집의 물건 태우기, 아이스크림 사먹을 돈
구걸하기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자라간다.

아이들의 행동에서 어른들의 삶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씁쓸함을 주는 대목이다.

무니와 함께 자주 어울리던 무니의 친구 '딕키'가
이사를 가게 될 때에도 무니는 친구와 작별하는
아쉬움을 드러내기 보다는 담담하게 이별을 맞이한다.

다른 아이들도 딕키와의 이별을 아쉬워하기보다
딕키가 이사가면서 주는 장난감을 선점하기 위해
더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매직 캐슬에 사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는 모든 친구가 떠나가고 무니에게는
'젠시'밖에 남지 않게 된다. 무니는 자신이
매직 캐슬을 떠나게 되어 스쿠티에게
작별인사를 할 때에도 크지 않은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렇듯 어른들의 삶이 아이들의 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며 우리는 더욱 씁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핼리

극 중에서 가장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다.
무니의 엄마로써 무니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한다.
아이가 어느 정도 사고치고 다니는 것에 관대하지만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자신의 딸에게 더 이상 가게에 찾아오지 말라고 했던
친구 애슐리를 가게를 찾아가
무니의 기를 살려주기도 하고

돈이 생기자 무니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주는 부분에서
다소 미숙하지만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생계수단이자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수단인
추지 못하게 되자 매춘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무니를 끝까지 책임지려고 노력한다.

핼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미혼모에 홈리스인 핼리가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는
자신의 아이를 뺏어가려 하는 정부뿐이다.

그녀를 매춘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구조적 현실을 이 영화에서 감독은 아이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연출

앞서 색감과 비슷하게 이 영화의 연출 역시 흥미로운 점이 많다.
카메라는 보통 아이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관찰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특정한 장면에서 카메라가
아이들의 모습에 깊숙이 개입하기도 한다.


낡고 버려진 집에 들어가 집안을 마구 어지럽히는
아이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아이들과 매우 가까이 다가간다.

이뿐만 아니라 이 장면에서 카메라의 구도는
다른 장면에서 보여주었던 자로 잰듯이
반듯한 구도가 아니다.

무엇인가 엉성하고, 왠지 모르게 아마추어적인
카메라 구도에서 아이들을 조명한다.

깊숙한 카메라 개입과 아마추어적인 카메라구도는
관객들이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 아이들과 깊숙이 관계 맺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말 내 눈앞에서 아이들이 집을 어지르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이 카메라 기법은 관객이 상황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롱테이크 기법도 쓰였다.

매직 캐슬의 매니저인 바비는 핼리가 매춘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핼리에게 앞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확인 받을 것을 요구한다.

핼리는 이 같은 요구가 부당한 것이라며 반발하는데
이 장면에서 핼리의 집 앞 계단을 내려가는 것부터
매직 캐슬의 로비로 가는 장면까지는 롱테이크로 진행된다.

롱테이크로 진행되는 이 장면에서 매니저와 말다툼을
벌이는 핼리의 감정선이 실감나게 드러난다.


젠시와 무니, 그리고 헬리콥터

영화는 어느새 종반부를 향해 나아간다.
영화에서는 헬리콥터가 자주 등장한다.
아이들은 헬리콥터를 보며 항상
손가락 욕을 하거나, "꺼져" "가버려"와 같은
말을 쏟아낸다.

우리도 한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방송용 헬리콥터를 향해 손을 흔들었던 경험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헬리콥터는 우리가 손 흔들었던
헬리콥터와는 다른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디즈니 월드에 오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온
관광객들은 무니와, 무니의 친구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다.
핼리는"야생동물" 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한다.

가끔은 헬리콥터를 향해 "잘 놀다 가세요"라는
말을 할 때도 있지만, 무니와 매직 캐슬 사람들에게
헬리콥터는 자신들이 처해진 상황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드러내는 소재이다.


보라색은 슬픔을 담고 있다.

앞서 이 글의 제목을 "보라색은 슬픔을 담고 있다."로 잡았다.
보라색이 아름다운 매직 캐슬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집이 없고,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홈리스들이다.

무니는 그런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의
행복한 일상을 찾아 즐겁게 살아간다.

결국 결말에서 엄마와 떨어져 다른 집으로
입양위기에 처한 무니는 집에서 탈출해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은 친구인 '젠시'의 집으로 도망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젠시의 얼굴을 본 무니는
결국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영화 전체에서 씩씩하고, 밝은 모습만을
보여주던 무니의 울음은 특별한 감상으로 다가온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무니는 자신이 왜 우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무니는 젠시에게 "잘 지내"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어디로가는지, 언제쯤 다시 젠시를 만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저 평범한 아이이고 싶던 무니의 아픔을
알아차린 듯 젠시는 무니를 데리고 디즈니월드로 뛰어들어간다.

디즈니월드에 있는 사람들은 무니의 심각한 상황에는
관심없다는 듯 즐거운 표정으로 꿈과 희망의 매직 킹덤을
만끽하고 있다.

이렇게 디즈니월드로 뛰어들어가는 젠시와 무니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총 정리

보라색은 소수자를 의미하는 색깔로 흔히 알려져있다.
보라색 매직 캐슬과, 매직 킹덤의 대조는
우리가 홈리스와 같은 주변의 소수자들에게
얼마나 무관심 했었는지를 강조한다.

션 베이커 감독의 작품은 처음 본 것이지만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색감은 아름다웠고, 영화는 그래서 더 비극적이었다.
밝은 아이를 조명했고, 그래서
그들이 본 어른들의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히로카즈 감독이
아이들을 통해 희망을 잔잔하게 드러냈다면

이 영화에서는 아이들을 통해 더욱 잔인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연출과 아이들의 연기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극 중에서 아이들이 무지개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무니는 "무지개 끝에는 보물이 있다며 보물을
찾으러가자"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오늘 따라 슬픔을 안고있는 보라색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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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주차보상글이 8개로 완료되었네요^^
2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색감이 넘 이쁜데 내용이 ㅠㅠ 그래도 한번 보고싶단 생각이 드네요.

슬픈 내용이라 조금 우울한 면도 있죠 ㅠㅠㅠ 그렇지만 색감만봐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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