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키스가 죄 (2019) >

in #kr5 years ago (edited)

"죽여버리자!"

한 소녀가 듣기만 해도
꽤나 섬뜩한 말을 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그들의 행동은
귀여운 수준의 장난이었다.

바닥에 참기름을 바르고,
식탁 의자에 톱질을 했다.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키스가 죄' 이야기다.


가부장제 박살 내기 복수극

'키스가 죄'의 메인 이야기는
가부장제 박살 내기 복수극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바다에서 키스마크를 남기고 돌아온
'회복이'의 머리를 자른 아버지에게
한나와 회복이가 복수를 꿈꾸는 내용이다.

러닝타임이 20여 분 밖에 되지 않아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은
특유의 유머를 살려
영화를 풀어내고 있다.


욕망과 페르소나

영화에는 욕망을 상징하는 것들이
여럿 등장한다.
바다와, 키스 따위가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들은
'아버지'라는 가부장 사회에
가로막혀 제대로 표출되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욕망을 일종의 페르소나로
숨겨야 하는 현실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집단 사회의 규범, 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페르소나 뒤에 숨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는 포인트다.

그래서 그녀들은 저항을 택한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직접적인 저항은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듯 보인다.

이후 회복이는 다른 방식의 저항을 택한다.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그것이다.

자신의 몸을 해치는 행위가
일종의 저항이라는 한나의 말에
회복이는 소극적 저항을 택해보지만
그마저도 낯선 사람의 등장으로 인해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가부장제라는 억압이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하는 내용이다.


산불과 변화

그러나 회복이와 한나의 복수가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결국 변화를 겪는다.

아버지가 맞이하게 되는
'산불'이 대표적이다.

영화 속에서 산불이 나는 요인을
두 가지 정도로 예측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불이 붙은 닭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불을 옮기는 상황과,

또 다른 하나는 회복이 집 앞에 와서
길을 물어보았던 남자의 방화다.

영화 중간중간 아버지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로 인해 아버지는 몇몇의
원한을 사고 있을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 법정 다툼의 당사자가 앙심을 품고
산불을 저질렀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가지의 산불은 각각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첫 번째 닭이 불을 옮긴 경우는
회복이와 한나의 이러한 저항이
결국 어떠한 촉매제로 인해
사회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으로 볼 수 있다.

이때 감독의 메시지는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을 멈추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두 번째의 경우에는 구조적 모순은 결국
파멸로 이어진다는 뜻이 된다.

영화 속 소환장에는 아버지의 사기 혐의가
적시되어 있다. 결국 사기라는 범죄와
연루된 아버지가 법정 이해관계인의
앙심 때문에 산불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가부장제라는 구조적 모순은
부정적 결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영화 소공녀에서 그랬던 것처럼 감독은
관객들에게 소극적 저항으로 울림을 준다.

영화 소공녀에서 주인공은 결국
위스키를 마시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녀를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페르소나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나와 회복이는 결국 '바다'로 향했다.
이후 그들은 그토록 원했던
키스마크를 남겼을지 모른다.

아버지가 자른 머리는 회복이가
바다로 가지 못하게 하는 데 실패했다.

이렇듯 '소극적 저항'들은
모여서 산불을 만들어낸다.
감독은 유쾌하고, 무겁지 않게
또 세련되게 이를 잘 표현해 냈다.

또 영화에서 배우가 눈에 띄었다.
회복이 역을 맡았던 '심달기'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특히 놀랐다.

평온하면서도 사소한 변화를 잘 표현하는
세밀함을 갖춘 배우인 것 같았다.

앞으로도 여러 스크린에서
좋은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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