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송충이가 된 아버지'

in #kr6 years ago

작문 연습

제목 : 송충이가 된 아버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비싼 장난감을 사달라며 조르던
4 살배기 아들에게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이다.

“참.. 그거 얼마한다꼬 그냥 하나 사주지예” 하시며
어머니가 한 마디 거드셨지만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현실을 알아야한다.”며 단호하게 거절하셨다.

20년도 지난 아버지의 한 마디를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을 보면 그 말이 어린 시절
나에게는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음에 틀림없다.

나의 아버지는 서울 출신이지만
IMF의 여파로 인해 부산까지 내려와서야
겨우 중소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받아준 중소기업에서 20년 넘게 근무하셨고
또 직장에서 나의 어머니를 만나 이곳에 정착하셨다.
그에게 직장은 모든 것이었고
아들에게도 항상 분수에 맞게 살 것을 강조하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연기를 배우러 서울로 대학을 가겠다.”는 아들의 말은
송충이가 더 이상 솔잎을 먹지 않겠다는 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아가 연기가 하고싶다 안하요.” 하시며
내 편을 들어주었지만, 아버지는 이번에도 꿈쩍도 하지 않으셨다.

결국 나는 집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등록했다.

나는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배웅조차 해주지 않았던
무정한 송충이를 생각하며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서울로 올라온 나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좁은 원룸이라는 무대에서도 나는 열심히 연기에 몰두했다.
그 결과 졸업을 앞두고 한 극단에 들어가게 된 나는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합격 사실을 말했다.

“아이고 축하한데이. 우리 아들 진짜 장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기쁜 목소리 뒤로
누군가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니네 아버지가 이번에 명예퇴직 당해뿌따.
회사가 경기가 안 좋다 하드라.
퇴직한 뒤로는 저래 맨날 골골거린다.”

나는 어머니께 극단에 들어가기 전에
고향에 한번 들리겠노라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좁은 원룸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노트북 바탕화면에는 ‘송충이에게 본때를’ 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인터넷에 송충이를 검색했다.
‘솔나방의 애벌레, 소나무의 잎을 갉아먹어서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라는 말과 함께
다소 징그럽게 생긴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아버지는 해충이 아니야.”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아버지도 태어났을 때부터 송충이는 아니었을거다.
삶이 아버지를 송충이로 만든 것이 틀림없다.

노트북을 닫고 창문을 열었다.
오늘따라 서울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별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 고향에 내려가면 아버지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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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이야기네요. 아버지의 건강도, 부자간의 관계도 회복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짱짱맨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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