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웅전설 III 하얀마녀 33화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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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리오 : 앗.
듀르젤 : 소란스럽군. 나에게 뭔가 용건이 있는건가?
죠안나 : 할아버님.
듀르젤 : 죠안나...
죠안나 : 할아버님이 그렇게 기다리시던 분들이 함께 오셨습니다.
듀르젤 : 뭐라고?
죠안나 : 은단검을 가지고 순례 여행을 하신 쥬리오씨와 크리스씨입니다.
쥬리오 : 처음 뵙겠습니다. 전 쥬리오라고 합니다.
크리스 : 크리스입니다. 저희들은 라그픽 마을의 관습으로 순례 여행을 하고 온 참입니다.
듀르젤 : 호오, 라그픽 마을... 성인 의식이 아직 계속되고 있었구나. 몇년 전에, 끝이 났다고 들었는데...
쥬리오 : 의식을 할 연령의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의 앞이 5년 정도 전이니까요. 없어졌던 것은 아닙니다.
듀르젤 : 옛 방식을 바탕으로, 은단검을 가지고, 다섯 샤리네를 순례하고 온 거겠지.
크리스 : 예, 정확히 다섯군데 다 돌았습니다. 디네, 테그라, 이그니스, 시플,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도스.
듀르젤 : 그래.
쥬리오 : 저희들은, 순례의 여행을 하는 동안, 여러 장소에서 하얀 마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듀르젤 : 게르드...
쥬리오 : 예. 그리고, 올도스의 마법의 거울을 보았습니다. 폴티아가 세계를 파멸로 이끌 것을. 라우엘의 파도도...
듀르젤 : ......
크리스 : 라우엘의 파도의 일을 알고 있는 것은, 다른세계와의 연결이 있는 자 뿐이라고, 대신관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그리고, 20년전, 하얀 마녀가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듯 하다고.
듀르젤 : ...그녀는... 게르드는... 그래, 라우엘을 광폭한 파괴의 파도라 한다면, 게르드는 조용한 저녁노을과 같았다... 운명의 신은 이 늙은이에게 아직, 할 일을 남겨둔 듯 하군.
(듀르젤은, 잠시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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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르젤 : 은단검은 가지고 있겠지?
쥬리오 : 예.
듀르젤 : 좋아, 그럼 한번 해볼까.
죠안나 : 할아버님, 이것을.
(죠안나는 질풍의 창을 건네주었다. 듀르젤은 질풍의 창을 장비했다.)
듀르젤 : 따라오게. 여기서 나가야겠다.
크리스 : 하지만, 아래층에는 분명히 병사들로 가득할거에요.
듀르젤 : 이 탑을 설계하도록 한 것은 나다. 레바스는 모르고 있겠지만, 빠져 나가려고만 하면 언제든지 여기서 나갈 수 있었다.
(듀르젤은 벽의 돌을 밀었다.)
쥬리오 : 굉장해, 이런 장치가 있었구나.
바닷트 : 상대가 다치지 않게 차는건 꽤 어려운걸.
허크 : 야아, 듀르젤공.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크리스의 숙부 되는 허크입니다.
크리스 : 삼촌, 인사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바닷트 : 큰일이군. 먼저 가라구. 시간을 벌어두겠어.
죠안나 : 나도 돕겠습니다.
허크 : 쥬리오, 크리스는 가거라. 너희들이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듀르젤 : 음
(듀르젤이 파티에 가담했다.)
듀르젤 : 고맙네.
쥬리오 : 괜찮아요. 아래의 병사들은 눈치채지 못했어요.
듀르젤 : 아무리 그래도, 추격대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너희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서두르자.
쥬리오 : 앗.
바닷트 : 상대를 다치지 않게 쓰러트리는건 이제 한계라구. 여기서는 도망치기로 하지.
듀르젤 : 그렇겠군. 하지만 이 인원으로는 너무 눈에 띄어. 둘로 나뉘어 행동하고 이후에 합치기로 하지. 조안나.
조안나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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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르젤 : 너는 그 두사람과 먼저 가거라.
죠안나 : 알겠습니다.
쥬리오 : 저, 어디로 가는거죠?
(쥬리오의 질문에 듀르젤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듀르젤 : ...가보면 알 수 있다. 죠안나, 먼저 가거라.
조안나 : 예, 할아버님.
듀르젤 : 마을의 병사들은, 아직 내가 탑에서 빠져 나온 것을 알아채지 못한 듯 하군.
크리스 : 하지만, 시간 문제에요. 빨리 여기에서 멀리 떨어지는 게 좋겠어요.
쥬리오 : 응, 그래요.
[마녀의 해안]
크리스 : 저기요, 어딜 가는거죠?
쥬리오 : 아로자?
듀르젤 : 아니.
스텔라 : 설마...?
듀르젤 : 그래, 그 생각대로다.
(듀르젤은 스텔라의 재치에 고개를 끄덕였다.)
듀르젤 : 게르드와 만나는 거다.
크리스 : 하얀 마녀와...
쥬리오 : 에, 엣, 정말?
듀르젤 : 가자.
[돌페스]
베네 : 듀르젤 님!
듀르젤 : 베네 할아범, 건강했군요.
베네 : 저야 건강하지만... 당신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죠?
듀르젤 : 베네 할아범, 이제부터 20년 전의 결말을 지으러 가야 합니다... 아로자를 무사히.
베네 : 무슨 말을 하시는 거에요. 전 기다릴 겁니다. 듀르젤 님이,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세리 : 아아, 듀르젤 님! 이렇게 무사히... 몸은 괜찮으십니까?
듀르젤 : 걱정을 끼쳤군. 3년 동안 유폐된 것 정도로는 끄떡없다네.
세렌트 : 듀르젤 님... 요즘, 표정이 없는 병사들이 검문소 쪽으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정말 불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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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의 아논 : 듀르젤 님! 보아하니, 매우 피곤하신 모양이군요. 좀 쉬었다가 가도록 하세요.
듀르젤 : 아니, 고맙지만 한시라도 빨리 가야만 하는 곳이 있네.
여관의 피겔 : 오오, 듀르젤 님! 잘 돌아오셨습니다. 이제 아로자도 걱정할 게 없습니다!
딕 : 앗! 듀르젤 님! 조금 전에 손녀따님과 일행이 북쪽으로 갔습니다. 아무래도, 매우 서두르는 모양이었어요.
듀르젤 : 추적자는 없는듯 하군. 이곳은 죠안나에게 밖에 가르쳐 주지 않았지. 성의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귀찮을테니 말야. 자 따라오도록.
크리스 : 이 앞에는 무엇이 있을까?
쥬리오 : ...가자!
[게르드의 언덕]
죠안나 : 무사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허크씨들에게는, 상황을 설명해 놓았습니다.
듀르젤 : 그런가.
죠안나 : 할아버님께 듣긴 했지만, 저도 여긴 처음 옵니다. 무척, 쓸쓸한 곳이군요...
듀르젤 : 여기는 게르드의 언덕이다. 여러 나라를 방랑했던 하얀 마녀 게르드는 20년전, 이 땅에서 잠들었다.
크리스 : 하얀 마녀는... 역시..죽은 건가요...
쥬리오 : 정말로 죽어버렸나요...? 그럼... 그럼, 우리들은 라우엘의 일을 들을 수 없는 거야...?
바닷트 : 황당하군... 죽어버렸기 때문에, 최후의 예언이었다는 건가. 이거야 여기서, 길이 끝나버린 셈이군.
허크 : 나는 말야... 지금은 무척 복잡한 심경이다. 분명히, 이런 사실에 다다를 가능성은 나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야. 지금은 단지 슬플 뿐이야. 가슴사이의 빈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드는 것 같아...
듀르젤 : 이미, 그때부터 20년이나 지났지만... 나에겐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된다.
쥬리오 : 검이다... 뭐지? 검이 박혀 있어.
크리스 : 계속 밤이슬을 맞고 있었나보네. 녹이 슬어 있어.
듀르젤 : 그것은 나의 검이다.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그날 이래, 궁정검사의 상징인 검을 그녀의 곁에 묻었다. 나에게는 이미 그 검을 지닐 자격은 없다.
쥬리오 : ......
크리스 : 석비에 문자가 새겨져 있어.
[가가브력 972년, 하얀 마녀라 불리던 여신 여기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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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르젤 : 보는 대로다. 게르드는 이미, 이 세상에는 없다. 하지만, 너희들이 여기에 왔기에, 게르드의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 : 죽어버렸는데?
듀르젤 : 그래. 육체는 사라졌어도, 혼은 계속 살아있다. 그것이 게르드가 남긴 희망의 빛인 것이다.
쥬리오 : 이야기해줘요. 하얀 마녀가 어째서 죽었는지... 게르드가 남긴 희망의 빛이란 무언지...
듀르젤 : 모든 것은 돌페스의 해변에서 시작되었다.
크리스 : 돌페스의 해변가에서?
듀르젤 : 그래. 게르드가 티라스일에 나타나기 2년전의 일이다. 한 아름다운 여성이 돌페스의 변경에 흘러 들어왔다. 우연인가, 아니면 계산된 책모인가...흘러들어온 여성을 발견한 것은 돌페스의 탑에 휴양차 와 있던 루돌프왕 본인이었다. 마녀의 바다에서 흘러온 여자다. 친위병단을 지휘하고 있던 나는 돌발적인 일을 생각해,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루돌프왕은... 그 의구심도 가지지 못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다. 그녀의 이름은 이자벨. 지금의 폴티아 왕비다.
크리스 : 이자벨 왕비...
듀르젤 :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여자다. 마녀인지도 모른다. 한번 끓어오른 의심은 쌓여갈 뿐이었다. 물론, 아무 일도 없다면 그것으로 좋아.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가슴의 두근거림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자벨 왕비가 루드성에 들어와, 반년이 지났을 때다. 왕비의 바람으로 성내에 천의실을 만들게 되었다. 천축은 사람의 과학. 수상한 점과는 다르다고 왕은 찬동하여, 곧 건설은 시작되었다. 의문은 있었지만, 루돌프왕이 그것을 받아들인 이상, 나에게는 이론을 제기할 여지는 없었다. 마침내 천의실이 완성되자, 천문학자로 점성술사가 초대되었다. 그것이 레바스다.
쥬리오 : 레바스... 기드나에 나타나서 울기트와 칸다타를 조종하던 녀석이다.
크리스 : 분명히 베라트도, 레바스니 뭐니 얘기했었어요.
듀르젤 : 왕비처럼 녀석도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남자였다. 모든 것은 꾸며진 것이었다. 이제 와서 놀랄만한 것도 아니다. 내가 처음에 느낀 가슴의 두근거림을, 루돌프왕에게 전할 수만 있었다면... 그래, 딱 그 무렵이다. 여러 나라를 순례하고, 사람들에게 예언을 전했다는 하얀 마녀의 소문을 들은 것은. 나는 루돌프왕에게 불려가, 밀명을 받았다. 세간을 혼란시키는 하얀 마녀를 잡아라. 하얀 마녀에 대한 무서운 소문도 흐르고 있었지만, 그건 마녀를 무서워 한 나머지 생겨난 편견같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에게는 하얀 마녀를 체포할 정도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명령은 지금까지는 없었다. 루돌프 왕은 현명한 분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마녀라고는 해도, 사실 규명을 뒤로 하고, 갑자기 체포를 명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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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르젤 : 나는 회의를 가지면서도, 하얀 마녀를 체포하기 위해 뒤를 쫓는 여행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디네의 샤리네에 나타난 하얀 마녀가 라그나에서 배로 메나트로 건너간다는 걸 들은 나도 바다를 건넜다. 내가 겨우 하얀 마녀를 쫓아 간 것은, 챠놈의 이름 모를 마을이었다. 조금 보라빛이 섞인 아름다운 은발 머리를 하고 있었기에, 어째서 그녀가, 하얀 마녀라 불리우고 있는지 만나자마자 곧 알 수 있었다. 마녀라는 말의 울림에서는, 도대체 상상할 수 없는, 투명한 샘과 같은 소녀였던 거다. 게르드는 추적자인 나를 보고,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하얀 마녀 게르드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자애를 펼쳐, 다가올 재앙을 걱정하고 있었던 거지. 게르드는 흐르는 시냇물로 시선을 옮기고, 이렇게 말했다.

게르드 : 곧, 이 나라도 빈부의 차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가라앉아, 시냇물도 탁해지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바라는 것을 자연이 반영하는 것 뿐입니다.

듀르젤 : [하얀 마녀를 체포해라. 힘에 겨우면 죽여도 상관없다.] 처음부터 마음이 내키지 않는 임무였다. 게르드와 만나,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진실을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우선 게르드의 순례를, 지켜보기로 했다. 게르드는 마을에서 마을로 여행을 계속해, 지나가는 마을마다,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남겼다. 사람들의 미래에 경종을 울리고 있었던 거지. 가야만 하는 길. 해야만 할 일들... 물론, 하얀 마녀의 말을 좋게 받아들이는 자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아직, 칸드도 채플도 없는, 마법이 사람들의 힘이 되기 전의 일이었고, 보통 사람들에게 없는 힘을 지닌 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피했고, 어떤 사람은 적의를 감추지 않고 돌을 던졌다. 그렇지만, 게르드는 여행을 그만두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마녀라고는 해도 18살의 소녀. 사람들의 반응에 마음이 아프지 않을 리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순례인가... 누구를 위한 순례인가... 그녀는...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괴롭게 하는 순례를 계속했다. 말을 해도, 알아 주지 않고, 미움을 받아도, 같이 미워해 줄 수 없는... 그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일까. 나는 게르드의 여행을 보고, 내가 아파올 정도로, 잘 알 수 있었다. 게르드는 내게 말해주었다. 나의 조국, 폴티아가 일으키려 하는 과실을... 세계가 맞이해야 하는 재앙의 파도를... 그리고, 게르드 자신의 생명이 수명의 반도 넘지 못하고 흩어질 운명이라는 것도... 그녀는 자신의 미래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게르드는 이 세계에 희망을 남기기 위해, 순례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나는 게르드를 체포할 수 없었다. 나는 폴티아로 돌아와, 하얀 마녀의 체포를 취하하도록 진언을 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운명의 날은, 눈 쌓이는 거리에 갑자기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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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르젤 : 나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것이 레바스의 힘이었던 걸까.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게르드의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움직일 수 있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레바스에게 검을 뽑았을 것이다. 게르드는 그것을 막기 위해, 마법으로 나의 움직임을 봉했던 거다... 스스로의 목숨을 버려가며, 희망의 길을 남기기 위해... 게르드는 레바스에게... 하지만, 견해를 바꿔 보면, 스스로 레바스에게 죽게되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 알맞을지도 모른다.
쥬리오 : 죽게되는 길을?
듀르젤 : 게르드의 역할은 자신과 동족인 다른 세계의 왕비의 계획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허크 : 다른 세계의 왕비...?
듀르젤 : 나의 나쁜 예감은 맞았던 거였다. 이자벨 왕비... 돌페스에 흘러돌어온 여자 또한 다른 세계에서 온 마녀였던 거다. 단지, 그 목적은 게르드와는 달리 이 세계를 멸하는데 있었고.
쥬리오 : 어째서...?
크리스 : 왜... 이 세계를 멸하지 않으면 안되는거지?
듀르젤 : 모른다. 어쨌든 게르드는 그 폭거를 알고, 이자벨의 계획을 미연에 막기 위해 이 세계에 왔던 거다. 그러나, 그것은 도저히 혼자서 한꺼번에 이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게르드는 다음 세대에 전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 그 호소에 세계가 눈을 돌리지 않는다면 일을 이룰 수 없었다.
크리스 : 게르드는 살해당하는 것이 무섭지 않았던 걸까...?
듀르젤 : 마녀라 해도 너와 그리 나이 차이도 없는 여자애다. 그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리는 없다. 사람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멋진 것이다. 그걸 버리면서까지 게르드는 우리들의 세계를 위해 죽었다.
크리스 : ......
듀르젤 : 레바스가 사라진 뒤 나는 은밀히 게르드를 여기에 매장했다. 이미 루돌프왕은 왕비의 마법에 의식이 봉해져 조종되는 인형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눈치채지 못하도록 레바스와 왕비를 쫓고 있었지만 3년전 녀석들은 눈치를 채고, 돌페스의 탑에 나를 유폐한 거다.
스텔라 : 라우엘의 파도를 미연에 막는 방법이 있을까요?
듀르젤 : 단 한가지 게르드가 가르쳐 준 방법이 있다. 그것이 은단검이다.
쥬리오 : 은단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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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르젤 : 그렇다. 왕비가 건조시킨 천의실에 레바스가 의식에 사용한 천구의가 있다. 그 천구의가 모태가 되어 재앙의 파도를 이 세계에 불러 들이는 것이다. 천구의는 이자벨에 의해 결계로 지켜지고 있지만 다섯개의 샤리네의 힘을 얻은 은단검이라면 그 결계를 부술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어, 실제로 순례를 하고 돌아온 자가 아니면 샤리네의 힘은 받아들일 수 없는거다.
쥬리오 : 천구의를 파괴한다면 라우엘의 파도가 이 세계에 오는 것을 멈출 수 있다?
듀르젤 : 음, 반드시.
바닷트 : 그렇다면, 이제 시간이 없지. 어서 성으로 가서, 그 천구의란 걸 박살내버리자구.
쥬리오 : 자, 잠깐 기다려요. 라우엘의 파도에 대해서는 대충 알겠지만, 폴티아가 전쟁을 시작하려는 건 어째서일까요...? 세계를 파괴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라우엘의 파도만으로 충분하잖아.
허크 : 분명히... 나도 그것이 신경쓰이던 참이다. 최후의 예언에 있는 표정 없는 병사들의 설명도 되지 않으니 말야.
듀르젤 : 성에서 얼핏 들은 이자벨과 레바스의 이야기에 의하면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라우엘의 파도는 한탄의 마음에 끌려오는 듯 하다. 전쟁을 일으키면, 사람들은 슬퍼하고, 한탄하겠지... 분명히 전쟁은 다른 세계에서 라우엘의 파도를 소환하기 위한 먹이인 거겠지.
크리스 : 너무해... 그런 짓까지 해서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하다니...
듀르젤 : 그럼 시작할까. 게르드는 죽었지만 이 언덕에는 아직 게르드의 힘이 살아있다. 그 힘을 은단검에 끌어내는 거다. 크리스. 너의 그 지팡이를 묘비 앞에 두거라. 채플마법을 사용하는 너의 지팡이 안에 게르드의 힘을 머물게 하여 가호를 얻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크리스 : 그 지팡이란... 이 지팡이? 라프 할아버지의 지팡이?
듀르젤 : 그래, 그 지팡이다. 쥬리오.
쥬리오 : 응.
듀르젤 : 샤리네에서 한 것처럼 은단검을 놓아 두어라.
쥬리오 : 알았어요.
크리스 : 굉장해... 엄청난 마력이 느껴져요...
쥬리오 : 앗, 검도... 검도 빛나기 시작했어.
크리스 : 지팡이가... 라프 할아버지에게 받은 지팡이의 형태가 변하고 있어.
듀르젤 : 게르드의 지팡이가 된거다. 그 지팡이는 네가 가져라. 반드시 너에게 도움이 될거다.
(크리스는 게르드의 지팡이를 장비했다.)
쥬리오 : 이 검... 새것 같아. 아까까지, 녹슬어 있었는데... 이것도 게르드의 힘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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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르젤 : 나도 이정도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런 듯 하군. 그 검은 네가 가져라. 게르드의 선물이다.
쥬리오 : 하지만, 이 검은 듀르젤씨의 검이잖아요?
듀르젤 : 검이 검사의 증거였던 시대는 끝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의 방식이 있다. 운명은 어찌되었든 게르드를 지키지 못했던 나에게 이미 검을 지닐 자격은 없다. 게다가 나에게는 왠지, 네가 그 검을 지니는 것이 어울린다 생각된다.
쥬리오 : ...응, 알았어요. 사용하도록 할게요.
(쥬리오는 듀르젤의 검을 입수했다.)
듀르젤 : 너희들을 휩쓸리게 한 것 같군. 하지만 용서해줘. 지금 상황에서는 다섯개의 샤리네를 돌아본 너희들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쥬리오 : 신경쓰지 말아요. 원래부터 성에는 가 볼 생각이었으니까.
크리스 : 그래요. 하얀 마녀는 생명까지 걸었는데 가만 있을 순 없어요.
스텔라 : 나도 함께 가겠어요.
바닷트 : 나도 가겠어.
죠안나 : 저도 함께 가게 해 주십시오.
허크 : 자, 잠깐 기다리게. 모두 나서 주려는 마음은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걱정이 끊이질 않는 것이 있어. 정말로 천구의를 파괴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것일까...? 그걸로 라우엘의 파도를 피할 수 있다면 하얀 마녀가 처음부터 천구의를 못 만들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크리스 : 삼촌은 모처럼 기합이 들어갔는데 물을 뿌린다니깐...
듀르젤 : 아니, 허크공이 말하는 대로다. 아직 우리들이 모르는 진실이 있을 듯 하다.
허크 : 조사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 바닷트와 죠안나씨. 만약 괜찮다면 나와 함께 가주지 않겠소.
바닷트 : 어디로?
허크 : 기드나에 가려고 한다.
쥬리오 : 하지만, 국경에는 병사가 많이 있다구요.
허크 : 뭐, 그럴 맘만 생기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기드나의 유적을 조사해 보고 싶어. 그곳은 티라스일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다. 어쩌면 라우엘의 파도에 대한 다른 기술이 남아있을지 몰라.
듀르젤 : 과연... 그건 꼭, 부탁하고 싶소.
허크 : 그럼, 그렇게 하지요. 나와 바닷트와 죠안나씨는 기드나에, 그리고 듀르젤 공과 쥬리오와 크리스, 스텔라씨의 4인은 루드 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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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크 : 됐습니까. 조사가 끝나는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쫓아 갈테니까. 반드시 저의 보고를 기다려 주세요. 가능한 한 시간을 벌 수 있는 작전을 부탁드립니다.
쥬리오 : 만약, 라우엘의 파도가 거기까지 닥쳐와서 천구의를 파괴할 수 밖에 없어진다면?
허크 : 그건 상황에 따라서겠지만, 너희들의 판단에 맡기지.
크리스 : 그 판단이 틀린다면?
허크 : 그때는... 그렇지. 그때는 저 세상에 가서 모두 같이 게르드에게 사과하도록 하자.
크리스 : 사과하고 싶지 않아요.
허크 : 나도다. 자아, 시간이 없다. 바닷트군, 죠안나씨. 어서 가지요.
쥬리오 : 앗, 아저씨.
허크 : 뭐냐?
쥬리오 : 아저씨의 수첩을 맡은 채에요.
허크 : 아아, 수첩인가. 그건 네가 가지고 가라. 뭔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 뭐 괜찮다. 거기에 쓰여 있는 건 머리 속에 확실히 들어있으니... 그럼, 갈길을 서두르자. 자아, 불타올랐다고!
크리스 : 드디어 루드성이네.
스텔라 : 허크 씨들은 무사히 기드나로 건너갈 수 있을까...?
쥬리오 : 괜찮아. 허크 아저씨는 굉장히 운이 좋다고.
듀르젤 : 우리들도 가기로 할까.
쥬리오 : 응.
크리스 : 가지요. 꼭, 어떻게든 될거에요. 하얀 마녀가 남겨준 길인걸요.
[돌페스의 탑에 유폐되어 있던 노검사 듀르젤과 합류한 쥬리오들은, 하얀 마녀가 매장된 언덕에 안내를 받았다. 게르드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하지만, 그 충격에 떨고 있을 여유조차 없었다. 듀르젤이 이야기하는 루드성의 현재 모습은 무서운 사태를 맞이하고 있었다. 라우엘의 파도에 얽힌 계획은 점성술사 레바스와 다른 세계의 왕비 이자벨에 의해 짜여진, 원대한 계략이었던 것이다. 기드나로 향한 허크, 바닷트, 죠안나에게 라우엘의 파도에 대해서 자세한 조사를 맡기고 쥬리오, 크리스, 듀르젤, 스텔라 4사람은 루드성으로 향하며 결의를 다지는 것이었다. <제7장 순례자의 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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