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6. 5 꿈과 음악 사이 어딘가]'가장 어려운 평범한 삶'

in #kr6 years ago (edited)

(먼저 이 포스팅은 어떤 투자라도 권장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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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라는 투자상품'

부동산 자산 관리와 관련된 일을 2여년 간 종사하면서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자산을 증식해 나가는지 눈 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돈은 돈이 모이는 곳에서 벌어야 한다고 했던가?(기술적인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돈과 커뮤니티의 움직임으로 EOS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1970년대에 개발이 막 시작되려던 강남 땅을 둘러싼 이권 다툼에 참여하지 못했더라도 소위 '부동산 불패 신화'는 정권이 바뀐 후 한풀 꺾였다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구하나 의심하지 않았던 신념과도 같았다.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격을 억누렀던 결과는 늘 폭발적인 상승을 불러왔다. 이번에는 예외가 될 수 있을까?)

돈이 있으면 모두가 상가를 사고, 아파트를 사고, 땅을 사라고 어느 매체를 가리지 않고 떠들어댔다. 돈이 없으면 돈이 없는대로 대출의 힘을 빌려서라도 부동산을 소유하려 애썼다. 국민적인 열기와 더불어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부동산을 매수하지 않는 이들은 시대에 뒤쳐지는 부류로 치부되었다. 항간에 내 집은 아파트 현관뿐이고 나머지는 은행 것이라는 자위섞인 우스개 소리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부동산'이라는 투자상품은 본질적으로 희소성에 기초한다. 땅덩어리는 정해져 있고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은 부동산은 더욱 더 한정되어 있다. 때문에 현재 강남 땅값이 너무 올라 거품이 껴있으니 변두리 저렴한 땅을 사두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부동산'이라는 투자상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욕망의 거품으로 뒤덮인 그 부동산은 또 다시 그 위에 다른 누군가의 욕망을 덧쌓기 마련이다. 오히려 이미 비싼 상가와 아파트가 더 비싸지고 저렴한 상가와 아파트는 계속 저렴한 이유. 환장할 노릇이지만 그 시스템이 바뀌는 일은 인간의 본성을 바꿔놓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희소성은 곧 인간의 탐욕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우리 아파트는 왜 시세가 안 올라요?' 라고 묻기 전에 향후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을 잠재 수요자들의 성향을 따져보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마치 내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 코인마냥 코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 냉정한 판단을 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변두리 땅이 20년, 30년 뒤에 금싸라기 땅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돈이 남아돈다 할지라도 언제일지 모를 시간을 기다리며 그 동안의 기회비용을 날려 버릴 수 있는 그런 물건은 어느 고객에게도 추천하기 힘들다. 오히려 몇 일의 기분좋은 행복회로를 위해 로또를 구매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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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돈을 벌어들인다.'

돈 버는 방법도 알았겠다, 이제 부자들의 길을 따라 투자에 참여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돈은 사람이 버는게 아니라 돈이 번다는 사실. 부동산이라는 투자상품에는 분명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아무리 금융의 힘을 빌린다 할지라도 은행은 무턱대고 원하는만큼 넉넉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은행도 장사꾼이고 큰 리스크를 떠앉고 손해볼지도 모르는 장사를 누구도 원치 않는다. 최소한 아파트 현관 정도는 마련할 시드머니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돈이 없는 사람은 이 판에 끼어들 방법이 없다. 여기서 차이가 발생한다. 자본을 가진 사람은 더욱 더 그 길을 다져나가 자산을 축적해 나가고 자본이 없는 사람은 노동수익을 축적해 하루속히 판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시드머니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반적인 가정경제에서 외벌이로는 꿈도 못꾸고 맞벌이로 아이들 학원비에 뭐에, 저축조차 언강생심인 가정이 대부분. 투자도 '사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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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라는 투자상품'

'팔기 전까지는 손해가 아니야.'라며 존버를 외치다 장렬히 전사하는 많은 분들을 봐왔다. 수익실현이 되었든, 손절이 되었든 마음만 먹으면 투자의 결과를 손쉽게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은 여러 투자상품 중 가상화폐 투자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이다.(때문에 특별히 지인들에게 거래량이 많은 시총 높은 종목을 주로 추천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손절이라는 단어에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긍정과 부정의 어떤 결과도 확정지을 수 없을 때다. 이는 마치 이미 스코어상으로도 뒤집어질 경기가 아니고 체력도 바닥이 난 상황에서 기권 타월을 던질 수 없는데다 경기시간도 무한한 복싱경기를 펼치는 것과 같다. 아까 언급했던 변두리 땅을 매수한 '뚱딴지'씨가 바로 기권타올도 던질 수 없고 배들이 지나다니는 경로도 아닌 탓에 무인도에서 언제 구조될 수 있을지 모른채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기권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패인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가젤펀치라도 필살기로 연마해 와야 다음 시합에서는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이 없는 경기 중에 그로기상태에 빠져 무릎을 꿇더라도 제지할 심판조차 없다면 그에게 다시 링에 오를 다음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상화폐 투자는 진입장벽이 없다. 굳이 있다면 온라인 상에서 매수, 매도가 이뤄지기 때문에 컴퓨터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에게는 크나큰 진입장벽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든 소수점 몇자리까지도 매수가 가능한 가상화폐에는 투자가 가능하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베이스 연주자 동생이 작년 말에 돈을 빌려달라고 한 일이 있었다. 10만원 가량으로 기억하는데 아끼는 동생인데다 이전에 돈을 빌려달라는 얘기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친구라 곧바로 이체를 해줬다. 그런데 이체한지 몇시간 지나지 않아 도로 이체를 시켜주는 것이 아닌가. 얼마전 점심을 한끼 같이 먹으면서 내 폰에서 뭔가 발견한 녀석이 말했다.

"엇, 형님 코인하세요?"

"어, 너 이거 알아?"

"알죠, 작년 12월에 난리도 아니었어요. 친구들이랑 교수님도 하셨는데요."

'가장 어려운 평범한 삶'

남녀노소 할거없이 전국민이 광기로 휩싸였던 작년 말의 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돈을 빌린 날도 몇 시간 후 수익이 발생해 바로 이체를 시켜주었고 남은 돈으로 신발도 사고 가방도 샀었다는 녀석의 자랑에 만나지 못한 숱한 돈들의 행방을 알 것도 같았다. 국민 모두를 도박판에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일부 예민한 지식인도 있었지만 더이상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로 모두에게 진입장벽없이 투자의 기회를 공평하게 누릴 수 있게 해준 점은 분명 수익을 떠나 의미가 있다. 물론 일부 서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기로 얼룩진 도박판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고 외치는 한 지식인의 흥분한 표정을 지켜보며 그의 논리에 대한 그 어떤 반박 보다 먼저 서글픈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이 들으라는 듯 외쳐댔지만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 성실히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함을 지켜내려는 노력조차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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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던 노래를 끄고 제인님이 올린 글을 듣습니다. 요즘 꿈음사가(맘대로 줄여봄)를 보면 왠지 그 전에 쓰셨던 글을 하나로 녹여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시리즈 물이면서도 매일매일 확확 달라져 재밌습니다. 오늘 노래는 좀 차분하네요.

제 주변에도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인 친구가 있었어요. 평범한 삶인데, 그 꿈을 아주 깊게 갈망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꿈음사 맞아요.^^ 아직 스팀잇 적응중인 뉴비죠 머ㅎㅎ 여러 실험을 거쳐 앞으로도 쭉 이런 스타일을 유지하면 어떨까 생각중이네요. 제 이름과 꿈음사까지 정확히 불러주시는 유일한 분답게 제가 의도하는 종횡무진 시리즈의 느낌을 정확히 캐치해주시니 나루님 덕분에 외롭지 않은 포스팅입니다.ㅎㅎ

친구분의 꿈에 대해 제 글에서 얘기하는 평범함으로 추측컨데 평범한 삶 그 자체보다 평범한 삶에서 시작될 수 있는 행복이나 소망을 바라보신게 아닌가 싶어요.

평범이라는게 어떤 가치냐에 따라서 이루기가 참 힘들죠ㅋ
그래서 전 평범이란 말 좋아하지 않게 된 거 같아요ㅋ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를 강요하는거 같다고나 할까요ㅎ

경아님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 단어를 꼽는다면 제일 먼저 평범이 떠오르는데요? 역시나 좋아하지 않으시네요ㅎㅎ 이 글에서 평범은 그저 세끼밥 먹고 미래에 대해 크게 불안해 하지 않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정도라고 보심 될 것 같아요.^^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어서오세요.^^

잘 보고갑니다!

늘 감사합니다.^^

ㅎㅎㅎ 저도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오치님 감사해요.^^

돈이 돈을 번다는게 참 맞는말 같아요... ㅎ
똑같이 1프로를 벌어도... 자본이 다르면... 벌어들이는게 차이가 크죠 ㅎ... 자본 1억부터 쉽다던데 아쉽네요 ㅎㅎ

어서빨리 경제적 자유를 이뤄야죠. 모든 아빠들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화이팅입니다.ㅎㅎ

글을 읽다보면 생각이 참 많아져요.
평범하게 사는것이 가장 어렵죠.
평범함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응원하러 또 왔어요! 좋은 글 계속 올려주세요 😊

아이고 응원 감사합니다.^^
여행기 구경 가야겠네요.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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