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6. 8 꿈과 음악 사이 어딘가]'50일 아이에게'

in #kr6 years ago (edited)

IMG-3106.JPG

<히히, 신난다. 구름성이라니! 토끼야 여기 내 옆에 구름의자에 앉아봐~!>

'50일 촬영 나들이'

산부인과 병원 내에 연계된 사진관에서 무료로 50일 기념 촬영을 해준다고 했다. 병원 진료가 아니면 집밖에 나갈 일이 없는 아내, 아이와 함께하는 나들이에 기분이 좋아 평소 집에서 들려주던 클래식과 오르골 자장가 대신 밴드 음악을 들려주었다. 바람은 적당했고 카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과 함께 느껴지는 상쾌함에 아이가 조금만 더 커 외출이 자유로워지면 주말에 교외로 다니며 이 기분을 더 자주 만끽하리라 다짐했다. 늘 그렇듯 나는 아내에게 음악이 어떠냐고 물어본다. 다행이다, 아내가 좋아해 주어서.


<영국 발음이 참 귀엽다. 폽(Pop) 밴드라니ㅎㅎ)

먼저 온 손님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잠깐 대기하는 사이 멀찍이 떨어진 침대에 홀로 눕혀놓은 아이가 너무 조용하자 사진관 직원이 신기해 했다. 스튜디오 안에서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다. 곧이어 아기띠를 맨 아빠가 식은땀을 비오듯 흘리며 밖으로 나왔고 얼마간 시간이 더 지나자 작가와 조수, 엄마가 시간차를 두고 나왔다. 모두들 진땀을 뺀 표정들. 아무래도 이런저런 포즈를 잡으려면 아기 입장에서는 많이 힘들겠지. 무료촬영이니 그저 사진 한, 두컷 정도 찍으면 되겠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왔지만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을 보며 약간은 긴장이 되었다.

다음 순서로 예성이가 스튜디오로 입장할 차례. 우리 부부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낯선 곳에 대한 무서움을 느끼진 않을까 조금은 걱정된 마음으로 직원이 이끄는 곳에 자리를 옮겼다. 역시 무료촬영인지라 많지 않은 옷 중 선물받은 이쁜 옷을 입혔지만 의상은 이미 컨셉별로 구비가 되어 있는 상황. 적당한 컨셉을 정하고는 촬영준비에 들어갔다.


KakaoTalk_20180607_184558647.jpg

<고객님! 맡겨만 주십시오.>

'옷이 날개라더니!'

'옷이 날개'라는 말은 아기들을 위해 생긴 말일까? 침 흘리고 토하던 하얀색 배넷저고리만을 돌려가며 입던 아이가 컨셉에 맞게 이것저것 다른 의상을 바꿔 입을 때마다 제일 먼저 들었던 의문.

'이 아이가 우리 집에 있던 그 아이가 맞아?'

옷선물을 받기 전에는 아이에게 이쁜 옷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내나 나나 필요하지 않은 곳에 돈을 쓰는 걸 극도로 꺼리는 타입. 어차피 외출도 못하는데다 침으로, 토로 얼룩져 매일 세탁해야 하는 옷을 굳이 이쁘다는 이유로 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배넷저고리 외의 옷은 모두 주변분들을 통해 선물로 들어온 것들. 선물받은 옷을 처음 입혀보고는 아내와 나는 다 함께 '찌찌뽕!'을 외치진 않았지만 같은 타이밍에 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하물며 전문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 의상인데 어련했을까. 촬영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아까 전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이 변신을 거듭하는 아이의 모습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KakaoTalk_20180607_184015184.jpg

<이 차 승차감 끝내주는데! 넌 어때?>

'자네, 모델일 해볼 생각없나?'

50일의 아기는 목을 잘 가누지 못한다. 때문에 늘 손이든, 팔로 목을 지지해 주던지 아니면 머리를 바닥에 대고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개인차는 있지만 50일의 아기는 뚜렷한 표정변화가 없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표정들 속에서 정확한 순간을 포착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작가 옆에 있는 조수가 갖은 재주를 발휘해 의도적으로 표정변화을 일으키는 가운데 연속적인 촬영이 이뤄지면 그 수많은 컷 중 괜찮은 결과물을 골라낸다. 수많은 아기들을 촬영하다보면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 중 50일의 아기답지 않게 목 가누기나 표정짓기를 그것도 촬영할 타이밍에만 완벽하게 해내는 아이들이 있다는데, 울고 있던 아이가 신기하게도 카메라만 들면 알아차리고는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믿을 수는 없었지만 50일에도 재능을 찾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는 법이겠지.

KakaoTalk_20180607_184619567.jpg

'홀로 서는 일'

컨셉을 바꿔가며 이 포즈, 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갈 때였다. 부끄러워서 티는 안 냈지만 갑자기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하면서 뭔가 올라오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리 감정적일 일도 아닌데 말이다. 아이는 말 그대로 모든 일에 관해 부모에게 의지한다. 50일의 아이에게는 부모의 도움이 아니면 단 하나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집을 나와 처음으로 부모가 아닌 다른 이의 손길에 맡겨져 무언가를 해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런 마음이 든 것이다. 처음에는 여러번 옷을 갈아입고 목도 못가누는 아이가 한번의 울음도 없이 촬영을 척척 해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기특했다. 그리고 컨셉을 바꿔가며 촬영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저 말도 못하는 녀석이 촬영이 무엇이라고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 고생을 하는지, 게다가 우는 표정 한번 짓질 않으니 오히려 그 모습에 더 마음 한쪽이 쓰렸던 것이었다. 촬영팀에 맡겨진 아이를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아이가 헤쳐나갈 세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이가 어떤 일을 하게 되든 탁월함을 보일 수도,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아빠인 내게 중요한 건 아이가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닌 아이가 정말 괜찮은 건지, 힘든 건 없는건지 걱정하는 마음이 우선인 것 같다. 그런 게 모두 같은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이러니 저러니해도 치명적으로 이쁜 사진을 받아보고는 언제 그런저런 생각을 했냐는 듯 촬영하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아들 미안해.) 나는 아이 볼때기가 닳아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뽀뽀를 멈추지 않는 아빠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웃는 표정이 자연스러워 져 내 뽀뽀에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현재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 어서 그 날이 이루어지기를...

Sort:  

아 너무 귀엽네요
50일 의 순간 ~
아이들 키우는데 너무 빨리 커서 아까워요

그래서 사진으로나마 남겨둬야 하는 것 같아요ㅎㅎ

크으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더니!!!

아빠는 평생 못들어본 말을 50일에 듣다니!! 부럽다 아들ㅋ

귀여워요~~!!^^ 치명적이네요~

정말 치명적입니다.ㅎㅎ

너무 귀여워 천사같네요~
사춘기 우리 애들도 저런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ㅋㅋ

저는 요즘 큰 애들보면 언제 저리 클고 한답니다ㅎㅎ

너무귀엽네요 ㅎㅎㅎ 아코~~^^

누누 사랑해 하는것도 만만치 않다는!ㅎㅎ
언제 누누형처럼 클래?ㅋ

ㅎㅎ 정말 금방크실...ㅋㅋㅋㅋ 이정도크면 말을 .... 하...

아유 너무귀여워요ㅠㅠ!!

언제 울었냐는듯 또 코 자고 있네요. 귀여워요.^^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 귀여움 폭발!

제 마음도 덩달아 폭발!ㅎㅎ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요 ~~
우리 아들도 저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사진이라는게 그래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구 사랑스러워라!!! 개인적으로 저 곰돌이 모자쓴거 넘나!!!!!!!!

제 카톡 프사를 차지해버렸습니다.ㅎㅎ

넘나 귀여워요 ㅠ
전 오늘 본아트 찍고 왔는데.. 와이프가 실망감이 크네요 ㅋㅋㅋ
안 이쁘다고 ㅠㅠ 고생만 했다고 ㅠ Zionjohn님 처럼 50일 촬영을 잘했으면 좋겠네요

Coin Marketplace

STEEM 0.35
TRX 0.12
JST 0.039
BTC 69796.92
ETH 3521.66
USDT 1.00
SBD 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