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이와의 대화

in #krcalligraphy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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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하고 평화로울 겁니다. 대체로는요.
당신은 착하고 성실하니까요. 어느 정도는요.

여기서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부분은 뭣때문일까요? 평화로움은 왜 그리 쉽게도 깨어지곤 할까요?
착하고 성실하지 않은 그 부분은 도대체 뭐죠? 한번 멱살을 잡아 이 도마, 아니 증언대에 세워 보겠습니다.
아! 제 속 어두운 심연 속에서 한 아이가 솟아오르는군요. 넌 누구니?

억울이.jpg

“전 억울이라고 해요. 아, 이런 이름 너무 싫어! 별명은 삐딱이인데 전 이 별명도 너무 싫어요. 전 정말 억울하거든요?”
“넌 뭐가 그리 억울하니?”
“저것들은 날 인정 해주지 않죠. 관심도 안 가져요. 내가 한마디라도 하면 귀를 막거나 고개를 돌려버리죠. 나쁜 것들!”
“그 나쁜 저것들이 누군데?”

“누구겠어요? 바로 당신이지!”

“앵? 나? 내가 왜?”

“아무 걱정도 없는 백수처럼 멍청하게 생각 없이 앉아있는 것도 그렇고 이따금 가족끼리 히죽대는 것도 그렇고 별 것도 아닌 일에 감사하는 것도 밥맛이고 매사에 긍정이니 희망이니 떠들어대는 등등 정말 못봐주겠어요. 우린 이렇게 어둠 속에서 소외 받고 버림받고 차별 받고 있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웃음이 나오나? 증말~”

“넌 그럼 내게 뭘 바라니?”
“ 관심 좀 가져주라구요!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내 말 좀 들어주라구요. 내 억울한 사정을…제발!”

저는 억울이의 사정을 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10분…한 시간…열 시간…후우….ㅠㅠ

그런데 이건 웬 일? 억울이가 밝아지는 게 아니라 제 몸 전체를 점점 휘감고 어둠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는 거 있죠!
그래서 전 알았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그 애의 넉두리를 막고 물었죠.

“잠깐! 넌 나와는 무슨 관계지?”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 당신은 제 숙주죠. 뭐.”
“아하! 그럼 넌 본래 내가 아니구나? 후천적으로 생기고 쌓여서 이렇게 기생하여 사는 거네 맞지?”
억울이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당황한듯 손을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니 아니 난 당신 맞아요. 최소한 당신이 창조한 자식이잖아요. 설마 이제 와서 날 쫓아내려는 건 아니겠죠?
저는 몸을 바로 세우고 엄정하게 선언했습니다.
“넌 내가 아니다. 바람결에 쌓여온 먼지덩어리 같은 것일뿐! 이제 나는 본래의 나로 돌아가려 하므로 무겁고 쓸데없는 너를 제거한다!”
“오 마이 갓! 당신이 창조해놓고 이제 제거한다고? 내가, 아니 우리가 그냥 나갈 것 같아? 이 세포마다 넘실거리는 억울함을 다 어떡하라고! 나 암 될거야! 암!”
전 억울이가 발작을 하다가 마침내 기운이 빠진 것을 보고 말해주었습니다.

“나중에 내가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너를 부르마. 그곳에서 넌 구름이 되고 때로 서늘한 비가 되어 대지를 적셔주렴. 바람이 되어 그 구름을 밀어주고. 그리고 언젠가는 황금연꽃이 되어 사람들의 머리 위에 피어나렴.”

억울이의 얼굴이 문득 환해지더니 미소를 머금은 채로 눈물이 반짝이는 채로 점점 희미해져갔습니다. 사라져가는 그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겨주었죠.

“난 반드시 고향에 가서 널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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