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의 두사선을 넘다) 14-3 치화형무소의 친절한 간수, 구 중위

정치범 사형수들을 수감하고 있는 치화형무소는 매우 힘들었다. 수없이 많은 수형자들이 정신질환자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음지에서 수형자들을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대용은 20대 초반의 여자 수감자가 목매달아 자살하고 곧이어 남자 수감자가 벽에 박힌 큰 못에 머리를 찍어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이대용은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활동죄수 옹바오에게 담당간수 구 중위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활동죄수란 죄수중에서 간수들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구중위는 통역관을 데리고 이대용에게 왔다. 이대용은 자신이 외교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94일간 옥고를 치르면서 많은 병이 생겼으니 의약품과 식품등 일용품의 차용을 받아야 겠다고 이야기 하고 그동안 자신을 위해 활동해주었던 프랑스 총영사관에 편지를 쓰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구중위는 이대용이 편지를 쓰는 것을 허용해 주었다.

이대용은 프랑스 총영사관에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종합비타민, 귀병약, 편도선염약, 감기약, 세면도구, 볼펜, 노트, 땅콩, 치즈, 버터, 생선포, 육포, 설탕, 간장 등을 차입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대용은 편지를 구중위에게 주었다. 이대용이 구중위에게 부탁한 것은 다른 간수들과 달리 구중위가 수감자들을 따뜻하게 대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대용은 편지를 전하면서 구중위에게 일광욕도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수감된 이후 한번도 일광욕을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구중위는 1796년 7월 27일 월남군 육군소장이던 하이탑 장군과 함께 일광욕을 시켜주었다. 실로 298일만에 보는 햇볕이었다.

이대용의 몰골을 처참했다. 비타민 결핍으로 피하세포가 파괴되어 허벅지와 팔에 수도 없이 많은 흰구덩이 모양의 반점들이 가득했다. 살이 너무빠져 장딴지와 팔의 정맥들도 보기 흉하게 튀어 나와 있었다. 구 중위는 이대용의 망가진 몸을 유심히 보았다.

1976년 9월 24일 오후 3시경 차입품을 담은 황색 나일론 포대를 받았다. 이대용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차입품이었다. 재월 한국교민회장 이순흥이 보낸 물건이었다. 이대용은 하이탑 장군과 함께 오이김치, 배추김치, 돼지고기, 소시지, 쇠고기, 장조림, 설탕, 오렌지, 바나나 등을 실컷먹었다. 칫솔과 치약으로 이도 닦았다. 오랫만에 양치를 하니 하늘로 날아 갈 것 같았다. 구 중위가 프랑스 총영사관에 보내준 편지가 답을 한 것이었다.

1976년 12월 20일 오전 8시경 구중위가 감방복도에서 체조와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15분간 운동을 하게 해주고 10분간 목욕을 하게 해주었다. 그날 오후 2시경에는 감방 철문을 약 30분 열어 놓고 공기를 순환시켜 주었다. 이는 사형수들이 갇혀 있는 A동 수감자들에게는 특혜중의 특혜였다. 날이가면서 운동시간도 30분정도로 늘어났다. 이는 1977년 1월 8일까지 20일동안 계속되었다. 그 후에는 한달에 두세번 불규칙적으로 일광욕을 시켜주었다.

1977년 3월 16일부터 구중위가 또다시 매일 아침 30분씩 운동과 목욕을 시켜주었다. 이대용은 고마운 마음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파카 만년필 75를 구중위의 책상에 올려 놓았다. 구 중위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했지만 만년필을 사양했다. 이대용이 담배 한갑을 구중위의 책상에 넣어 놓았다. 구중위는 담배 한갑을 다시 돌려 주었다. 이대용은 자신의 마음의 표시라고 하면서 다시 책상 서랍에 넣어 놓았다. 구중위는 그제서야 고맙다며 담배를 받았다.

그 후 반달이 지났다. 구중위가 AH동으로 보직을 옮겼다. 떠나기 직전 1977년 5월 11일 아침 구중위는 감방 쪽문을 열고 담배한갑을 전해 주었다. 그는 이대용과 헤어지면서 그 전에 받았던 담배를 돌려 준 것이었다.

구중위의 한달 봉급은 85동, 공정환률 약 47달러, 시장환률 5달러 70센트였다. 이런 박봉때문에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는 극심했다. 그러나 구중위는 청직한 길을 깨긋하게 걷고 있었다. 그는 곧 상위로 진급했다. 1978년 가을에 정년퇴직하고 북부 베트남 그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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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위 같은 분을 만나셔서 천만다행이네요 !

자신들의 이념에 반대되는 사형수에게도 연민이 가득하신 분이네요. 따뜻한 마음뿐만 아니라 청렴결백함 역시 본 받고 싶은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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