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의 사이공 억류기) 9 마침내 체포되다

1975년 10월 3일 오전 9시 이대용은 신상범 서기간, 임대인 등과 함께 프랑스 그랄 병원으로갔다. 이대용을 치료해주던 프랑스 군의관 빼루 중령은 11월 30일 귀국한다고 이야기했다. 병원이 남월혁명임시정부에게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병원안쪽에 있는 예방접종실로 갔으나 오전에는 접종을 할 수 없으니 오후 2시에 오라고 이야기 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발소에 들러 머리를 깍았다. 오랫동안 이발을 하지 못해 머리가 많이 길어 있었다. 숙소에 돌아온 이대용은 외무장관에게 보내는 57번째 전문을 작성했다. 남월 혁명임시정부가 자신을 체포할 것 같으니 외교채널을 통해 유엔이나 강대국을 통해 체포당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전문 작성을 마치고 잠시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복도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상우 목사와 어떤 외국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외국인은 한국말을 아주 유창하게 구사했다. 불길한 예감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이대용은 전문을 가지고 화장실에 가서 태웠다. 화장실과 방이 종이태운 냄세와 연기가 가득했다. 이를 숨기기 위해 담대를 세대나 연달아 피웠다. 조금있다가 복도는 조용해졌다. 이대용은 옆방에 있던 신상범 서기관을 불렀다. 이민국 수사과장인 광대뼈가 무장수사관을 데리고 와서 이대용을 찾았으나 김상우 목사와 임대인이 이대용이 병원에 갔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광대뼈는 수사관을 데리고 일층으로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대용은 연이어 담배를 두대 피웠다. 먼저 탈출할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살어도 떳떳하게 사고 죽어도 떳떳하게 죽어야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신서기관에게 출입문을 지키고 있는 광대뼈를 데리고 오라고 이야기 했다.

잠시 후 권총으로 무장한 광대뼈와 수사관들이 들어왔다. 북한에서 교육을 받고 김일성과 악수까지 했다는 광대뼈는 북한 공작요원과 가까우며 한국인들을 심문할때 소환장을 발부하는 인물이었다. 1미터 60센티 미터의 키로 바짝 마른 그는 소파에 앉아 있던 이대용에게 일어나라고 한 다음 종이조각을 꺼내 읽고 옆에 있던 통역관에게 한국어로 통역하게 했다.

“성명 이대용, 직업 외교관, 월남 혁명 사업을 방해했기에 체포함. 1975년 10월 3일”

구속영장을 읽고 나서 광대뼈는 이대용의 방을 샅샅히 뒤졌다. 이대용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미리 중요한 것들은 모두 없애버렸다. 그들은 빈 카메라, 남월혁명임시정부가 발행한 외교관 신분증을 압수하고, 손가방 1개와 옷가방 1개에 약간의 일용품과 의료품 그리고 침구 현금을 챙기게 하고 밖으로 나섰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곧바로 치화형무소 향했다. 위병소로 들어서자 땀과 먼지로 뒤범벅된 여자죄수 10여명이 낡은 하늘색 수의를 입고 비틀거리며 마당에 흩어져 있던 나무를 한쪽으로 모으고 있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 위병소를 통과했다. 거기서 가지고 있던 물품을 보관토록 하더니 이대용에게 개인용 모기장 하나와 거적대기처럼 얄팍한 돗자리 한장을 주더니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으슥한 곳에 있는 감방에 이대용을 밀어 넣었다.

화장실 냄세가 났다. 그제서야 이대용은 체포된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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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하네요.ㅜㅜ

마음이 아픕니다. 그저 올곧은 일만 해오시는 분인데... 여기서 겪으셨던 모든 일일이 다시 떠오르네요ㅠㅠ

참담한 상황을 이겨내고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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