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두륜산 대둔사 침계루 앞에서

in #oldstone6 years ago

어떤 절이든지 찾아가서 가만히 살펴보면 최고의 자리가 있는 법이다. 그 최고의 자리라는 것은 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듯 하다. 사람들마다 사물을 보고 느끼는 방식이 다 다른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시를 공부하면서 그 시의 의미를 무엇이라고 규정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적에 소설을 써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기 때문에 문학이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을 했었다. 학교 국어시간에 시를 읽으면서 그 시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아예 지정해서 외워야 되는 것을 보고 질겁을 했었다. 한참이 지나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면서 문학은 그렇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의 생각을 찾는 것이 문학이라는 것 말이다.

요즘 여행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온다. 이름있고 유명한 사람들이 쓴 책들도 많다. 그런 책들을 보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 그럴때 마다 사람들이 마치 고등학교 국어시간과 같이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닐까하는 노파심이 들기도 한다. 느낌과 감상은 사람마다 모두 다 다를 것이다. 저명한 사람의 느낌이라서 의미가 있고 잘모르는 사람이라서 그 느낌과 감상이 값어치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느낌과 감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세계를 투영한 것이다. 그래서 모두 가치가 있다. 오히려 가치없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는 것일 것이다. 모두가 같은 느낌과 생각을 가진다면 얼마나 답답한 세상이 될 것인가 ?

오늘 대흥사에 관한 글을 쓰지만 혹시 이글을 보고 대흥사 가시는 분들도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 보시고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느낌이 그저 참고만 되길 바랄 뿐이다. 나중에 여행을 갔다 오시고 나면 각자 느낀 것을 서로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웅전을 찾은 것은 제일 마지막이다. 대흥사에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웅전은 처음에 들르거나 아니면 제일 마지막에 찾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대웅전이 있는 북원은 두륜산이 내려오는 구릉의 낮은 쪽에 자리잡고 있다. 보통 대웅전은 그 절에서 가장 높이나 가장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대흥사의 대웅전은 한쪽 구석의 낮은 쪽에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북원이 먼저 만들어지고 그 이후 절이 커지면서 남원이 좀더 높은 쪽의 넓은 곳에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보고 자유로운 절의 구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절의 구성을 보면 조금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며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웅전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조그마한 냇가의 돌다리를 건너야 한다. 가물었던 여름이라서 냇가에 흐르는 물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냇가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돌들을 보니 비가 많이 올때는 물길이 무척 사나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천위의 돌다리를 건너면 문이 있고 그 틈을 통해 대웅전이 보인다. 대웅전앞에 2층의 누각이 있다. 이름이 침계루다. 계곡을 베고 있는 누각이란 뜻이다. 하필이면 왜 침계루일까 ?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하천이 물과 바위소리로 시끄러우니 이힘을 내려 누르기 위해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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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 앞에서면 침계루 문사이로 대웅전의 아래 모습이 보인다. 왜 침계루를 만들었을까 ? 냇가의 이편에서 바로 대웅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피안의 세계를 함부로 보여 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침계루를 세워 돌다리를 건너기 전까지는 대웅전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 것 같았다. 돌다리를 건너는 의식을 거치고 침계루의 문을 들어서야만 비로소 대웅전이 드러난다. 다른 절과 달리 대웅전 앞에는 탑이 없다. 대웅전의 오른쪽에 있는 응진당의 옆의 한구석에 3층석탑이 서있다. 그 모습은 불국사의 석가탑과 비슷하다. 2층의 탑신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을 보면 고려시대의 작품인 듯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불국사 석가탑의 3층 석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웅전 앞의 공간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탑을 세우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돌다리앞에 서서 침계루 사이로 대웅전을 보는 것이 대흥사 구경의 백미였던 것 같다. 사실 대웅전은 이제까지 찾아서 구경했던 다른 곳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화마를 겪어서 조선 후기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따랐다. 잘 만들었지만 조선후기 양식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쌍계사에 비하면 오히려 소박한 모습이다.

다시 대흥사를 찾는다면 돌다리 앞에서 다시 침계루를 바라볼 것 같다. 아마도 비가 많이 와서 물소리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것과 같은 날이 제격일 것이다. 그러면 마치 피안의 세계 저쪽에 감추어진 진리의 세계를 갈구하는 구도사의 마음과 같이 돌다리 앞에 서 있을수 있을 것이다.

송광사의 돌다리와 하천 그리고 하천을 바라보던 정자가 생각났다. 전체적인 구도는 송광사의 그것과 비슷했다. 송광사의 돌다리와 하천이 화려하여 극락의 모습을 바로 보여주고 있었다면 대흥사는 단아하지만 훨씬 엄격하며 절실한 느낌을 주었다. 내려오는 길에 절로 침계루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처절한 마음을 품고 이 다리를 넘었을 구도자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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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ise nation is a nation that knows its history. Why should we as Indonesians know our own history? Because there are wise words that say "history repeats itself": history repeats itself

돌다리를 건너는 의식을 거치고 침계루의 문을 들어서야만 비로소 대웅전이 드러난다.

대웅전을 보기위해 의식을 거친다고 말씀해주시니 다음에 방문할때는 꼭 생각날것같습니다!

ㅋㅋ 아주고즈넉한 분위기네요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자세하게 잘 설명해주셔서 잘 보고 갑니다!

침계루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구글링 해보니 설명이 자세하게나오는군요~!

결국 여행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 올드스톤님의 이야기는 언제나 여유롭고 고즈넉합니다.

구도의 세계란.....

잘 보았습니다. 여행 가이드 하셔도 될 것 같네요. 무슨 여행잡지 글을 본 느낌이네요.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 보시고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남들따라 우루루 둘러보고 오는게 대부분인데 좋은 말씀입니다:]

안그래도 학교의 문학 교육 방식은 이견이 많죠. 그때문에 자기 작품이 올라가는걸 반대하는 작가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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