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판유니언 자율기고] 비울수록 더욱 풍족해지는 삶 : 미니멀 라이프

in #sct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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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뭐든지 풍족한 시대다. 먹을 것, 입을 것, 기타 쓸 것 등등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풍족한 삶속에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한다.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꾸역꾸역 음식을 집어 삼키고, 옷장에 옷이 가득하면서도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투정부리며, 집안 가득 물건으로 발 디딜 틈도 없으면서도 특가상품을 구입해서 개이득이라며 박스도 벗기지 않은 물건들을 차곡차곡 쌓아 둔다. 이것들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물건을 받아 들이는 그 순간, 그 찰나에 느끼는 행복감에 중독되어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어떨 때는 잠시 반성을 할 때도 있다.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음식을 쑤셔 넣고 나서는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내일부터는 정말 다이어트를 할거야.' 라며 체육관을 등록하던가, 카드 명세서를 받아 보면서 '도대체 내가 이번 달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다음달부터는 현금만 써야겠어.'라며 정말 내가 사용한 내역이 맞는지 맞춰보는 꼴 사나운 행동을 한다. 하지만 정말 잠시뿐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꼭 나를 보고 만들어 놓은 말 같이 느껴진다. 며칠 후 무한리필 부페에서 요금의 몇 배는 먹고 나가야한다며 아침부터 굶고 있는 나를 발견하거나, 어머 이건 꼭 사야해라며 쇼핑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찰나의 만족감, 그리고 그 이후에는 공허함만 남았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쳇바퀴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혹시 사회가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할 때 이미 그렇게 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비슷한 시기에 명상을 하다보니 내면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럴수록 지금의 환경에 대한 고민이 증폭됐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반복해야 하는지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비슷한 급여, 비슷한 조건,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데 뭘 그렇게 고민을 하냐."는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모두가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는데 나만 툭 삐져나온 못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남들이 인정하는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 그리고 그것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좋은 물건들. 그것들은 나에게 전혀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갑갑했다.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어느 날부터 아내는 주기적으로 집안의 물건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중고로 팔기도 했고, 나눔을 하거나 버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멀쩡한 물건을 처분하는 아내가 이해되지 않았다. 쓸데없는 것에 빠져 엄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반면 좋은 점도 있었다. 지출이 줄어든 것이다. 아내가 물건을 비우기 시작하면서 카드 결제 문자를 받는 횟수가 줄었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날라오던 결제 문자가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줄어 들었다. 하지만 더욱 좋은 점은 따로 있었다. 매일 쇼핑앱에 빠져 살던 아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결제 문자를 받게 만들었던 아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것이 줄어들수록 더 여유있고 즐거워 보였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는 나에게 아내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까페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한 번 실천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조심스러워 했다. 간혹 부부간에도 미니멀 라이프를 이해하지 못해 다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글을 보고 그간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선 아내의 설명을 듣고 까페와 웹서핑을 통해 미니멀 라이프를 알아보았다. 관련 영상도 찾아보고 많은 공부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확신이 들었다. 미니멀 라이프이라면 그동안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얻지 못했던 무언가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고 하나씩 실천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단순했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 중 불필요한 것들을 주기적으로 비워내는 것이었다. 나는 제일 만만한 것이 옷이라고 판단하고(사실 나는 개인적인 물건이 거의 없었다) 안입는 옷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정말 소유욕이 없다고 믿어왔다. 어려서부터 외모에는 관심이 없어 옷이 적은 편이라 버릴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펼쳐진 옷들을 눈앞에 누고 고민하고 있을 때 아내는 냉정하게 말했다.

"최소 1년 동안 입지 않았던 옷은 정리하자."

눈물을 머금고 주섬주섬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막상 처분하려고 골라내기 시작하자 옷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버리지 않으려는 명분을 만들고 싶어졌다. 이건 입사 축하선물로 받은 옷이라서, 이건 친구들과 단체로 맞춘 우정을 상징하는 옷이라서, 이건 내가 운동할 때 입는 옷이라서 등등 참으로 구차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동안 나는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구나. 실은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고 소중한 것이었구나. 새 것, 좋은 것을 쌓아 두고 순간에만 만족하는 삶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 손때가 묻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말 남겨 놓아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10kg이 넘는 옷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처음 시작이 어렵지 그 이후는 아주 쉬워진다. 지난 1년의 시간동안 많은 물건들이 집에서 사라졌다. 가장 눈에 띄게 사라진 것은 아내의 화장대와 나의 잠자리를 책임져 주던 침대였다. 분명 이별하는 순간에는 너무나 아까웠지만 아쉬웠지만 그에 비례해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이제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감사하고 소중히 여긴다.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물건을 들이는 일은 없다. 더이상 (남들과 비교해서) 가지지 못한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물건을 전혀 사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혹여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몇 번을 심사숙고한 후에 구매를 결정한다. 적어도 예전처럼 특가 상품에 현혹되어 물건을 구입하는 일은 더이상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달라졌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년을 되돌아 보았을 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5년, 10년 뒤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변화되어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기대가 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진실로 밝고 건강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아니.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가족, 친구, 그리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이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만족하고 풍족해지는 삶을 함께 했으면 한다.




안녕하세요. 조금씩 서로서로 나누고 싶은 파치아모입니다~^^
스판유니언 자율기고자(DAC) 모집을 통해 운이 좋게도 매주 수요일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조금 마이너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 관심 밖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앞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주제로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미라의 장단점과 실천법, 음식, 환경,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저희 집을 실례로 보여 드리려고 구상 중이에요. ^^

미니멀 라이프는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고 사는 삶"이라는 사전적인 의미가 있고, 저는 "비울수록 풍족해지는 삶"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스티미언 분들 중에서도 미니멀 라이프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관심있는 분들에게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 미라는 선택사항입니다. 절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다채롭고 우위를 정할 수 없는 것처럼 미라 역시 여러 삶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언제나 여러분들의 가정에 사랑이 넘치고 축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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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berrysboy님이 union.sct님의 이 포스팅에 따봉(10 SCT)을 하였습니다.

오.. 저는 union.sct 길래 디온님인줄 알았는데, 파치아모님이셨군요.!!
꽤나 흥미로운 주제인것 같습니다~ ㅎㅎㅎ 종종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여간 시간이 안나긴 합니다만 ㅠㅠ)

햅뽀이님의 소중한 따봉을 감사드리며 파치아모님께 잘 전달해드렸습니다 :D

언제나 개밝자 햅뽀이님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는 푹 쉬셨는지 모르겠네요.
언제나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파치아모님께서 스판유니언 DAC의 시작을 멋진 글로 열어주신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D 햅뽀이님께서 주신 따봉은 파치아모님 본계정으로 잘 전달드렸습니다^^

부족하지만 항상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봉은 잘 받아두었다가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멋진 글에 감사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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