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다녀오겠습니다!

in #seoul6 years ago
  • 서울국제도서전 다녀오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조급해."

조급함. 무언가에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면, 그에 걸맞는 결과가 짠!하고 바로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고 돌아서는 마음.

조급한 마음을 물리치는 건 ‘좋아하는 마음’이다.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꾸준히 하는 성실함이다.

이 마음은 누군가의 팬이 되는 것과도 같다. 진정한 팬은 작품을 만든 사람의 노력과 수고를 좋아해주고, 한 걸음 멀리서 응원해주는 것이다. ‘한 걸음 멀리서’라고 적은 이유는 대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잘 되기를, 계속해서 좋은 작품으로 팬들과 함께해주기를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읽는다 해도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내가 읽은 문장이 한줄 한줄이 내 안에 들어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시나브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더 나은 사람이란, 자신의 배경과 관점에만 고립되어 있지 않고 다른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은 내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친구였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래서 요즘에는 여유시간이 있을 때면 동네책방을 즐겨 찾는다. 그곳에서 책을, 사람을, 음악을 만나며 위로받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충전한다.

이토록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행사가 매년 코엑스 전시홀에서 열린다. 다양한 출판사와 저자, 책을 만날 수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이 다가오니 일주일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회사에서 걸어서 15분이면 가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근무시간이라 갈 수 없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전시가 시작된 수요일부터 발이 간질거렸다. 가고싶다.. 기대된다.. 어서 주말이 왔으면!

토요일까지 해야할 일을 모두 마치고 전시회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비로소 전시장을 찾았다. 여러 행사가 많은 토요일에 오지 못한게 못내 아쉽지만, 다른 일정 없이 느긋하게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 다양한 잡지의 세계에 눈뜨다!

도서전에서 가장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것은 ‘잡지의 시대’ 코너였다. 음반 시장에서는 가수 윤종신이 ‘월간 윤종신’으로 매월 음반을 내고 있다. 정여울 작가님도 올해 ‘월간 정여울’로 매월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잡지의 장점은 시의성에 맞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끈따끈한 최신 소식이 들어있어 팬으로서는 기다리는 즐거움, 구매하는 설렘, 최신 소식을 접하는 뿌듯함 같은 것들이 뒤섞인다. 내가 책을 낸다면 월간으로 작게, 조금씩 시작해보고 싶다.

다양한 분야의 잡지들을 살펴보았다. 이런 잡지도 있구나 새롭게 발견한 부분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bear라는 잡지는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인터뷰 한 계간지다.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들?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거겠지? 그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에 행복을 느끼며, 어려움은 무엇인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떤지 호기심이 일었다. 플로리스트, 독립 출판사 편집자, 커피 관련 업종 종사자 등 다양한 직업인들이 눈에 띄었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담은 이 잡지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또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할 때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특이하면서도 마음에 쏙 드는 주제였다.

  • 읽는 약국에서 책을 통한 인생상담

두번째로 많이 기다렸던 건 사적인 서점의 책처방이었다. 사적인 서점은 한 사람을 위한 예약제 서점이다. 사전 예약을 통해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약처럼 고민을 덜어주는 맞춤 책을 선정해 보내주는 ‘책처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는 언니를 통해 이 서점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나도 가보고 싶었다. 도서전에서 현장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니 대기시간이 한 시간 이상으로 길더라도 줄서서 기다리는 열정을 발휘했다.

"결혼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선택이잖아요. 저는 아직 결혼에 대해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기도 하고요. 결혼 후에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결혼하고나서 내가 정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결혼을 결심할 때 무엇을 생각해 보면 좋을지 궁금해요."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도 있지만 평생을 함께할 좋은 동반자를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로 책처방이 시작되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장강명의 ‘5년만의 신혼여행’과 장수연의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라는 책 2권을 추천받았다.

장강명 작가는 결혼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명절 때 각자의 집에 따로 다녀올 정도라고 한다. 두 사람의 연애 시절부터 결혼 후 모습을 애써 달달하지 않게, 현실적으로 써 내려간 책이라고 추천해주셨다. 또한, 취업, 결혼 등 우리의 인생에 부모님의 개입에 대한 생각도 잘 담겨 있다고 한다. 책표지에 ‘취업, 연애, 결혼... 외부의 시선에 휘둘리기 쉬운 한국에서 나답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라는 문구가 써있었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을지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의 장수연 작가는 일을 중시하면서 살아온 사람이었다고 한다. 출산을 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삶의 중심이 무너졌다고 한다. 그후 작가가 워크앤라이프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책이라고 한다. 결혼 후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을텐데 그것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면 시댁, 육아 등 신경써야 할 일이 늘어난다. 결혼을 안 하면 끊임없는 잔소리와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야한다. 그리고 외롭겠지...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아이를 남편, 시댁 등에 대입해서 읽어도 좋다고 하셨다. 결혼 후 삶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라고 추천해주셨다.

어렸을 때부터 고민이 있으면 책을 찾아보곤 했다. 책이 정답을 알려준 건 아니지만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이미 내 안에 있는지도- 잠시 고민에서 한발 떨어져 생각하거나, 책속의 문장에 마음을 비춰보며 이미 내 안에 가지고 있는 답을 꺼내볼 용기를 줬던 것 같다. 책을 수단으로 처음 만난 책방 주인언니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책을 많이 읽은 언니의 책처방(또는 큐레이션)과 인생상담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결혼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보다 두려움이 컸던 나에게, 내 인생의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며 흔들리던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두 권의 책을 구매했다.

어느 누구를 선택하든 아쉬운 부분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나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을 때 타격이 큰 사람인가? 아니면 인생의 가치관이 맞지 않을 때 더 힘들어할까?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부디, 지금의 고민에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 책을 접하는 또 다른 방법

책을 접하는 다양한 방법도 눈에 띄었다. 바로 전자북과 오디오북이었다.

‘밀리의 서재’는 국내최초 e북 월정액 서비스이다. 월 9,900원이면 매월 전자책 10권을 읽을 수 있단다. 주로 책을 사서 밑줄을 긋고, 끝부분을 접어가며 편하게 독서를 즐기는 편이다.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면 전자책으로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으니 소장할 책을 선별해서 구매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디오북은 출퇴근할 때, 운전할 때, 잠들때, 영어 원서를 들으며 외국어 공부를 할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시각 장애인이 더 많은 책을 접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100인의 배우가 참여해서 이야기의 생동감을 살린 오디오북도 있었다. 책을 본다, 책을 읽는다를 넘어서 책을 듣는다의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 책을 통해 확장하는 나와 너의 세계

서울국제도서전에 오면서 체크카드를 집에 두고오는 깜찍하고 현명한 실수를 발휘했다. 지갑 안에는 현금 3만원 정도만 있었다. 보고 싶은 책, 굿즈, 북클럽 가입 등 카드가 있었다면 통장잔액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충동구매를 피하고 전시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체적으로 돌면서 메모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쾅하고 찍어주고 싶다.

북클럽 문학동네에 대한 정보도 접했다. 사람들과 같은 책을 읽고 감상평을 나누고, 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면 좋을 것 같다. 프리미엄 강연, 동네책방 아지트, 독서 모임 지원 등등 다양한 활동도 가능하다. 연회비는 5만원! 도서전에서는 웰컴키트와 함께 알디프와 콜라보로 만든 리미티드 티퍼퓸을 선물 받을 수 있다니 마음이 혹했다. 생일 도서를 받을 수 있는 것도 탐나고... 일단, 한 바퀴 돌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크으~)

매달 한권씩 창비 선정도서를 읽고, sns에서 토론할 수 있는 독서모임인 ‘책읽는당’도 있었다. 온라인 독서토론의 장에서 읽은 책 감상평을 남기면 북티켓을 받아 읽은 책 이력을 예쁘게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책부터 읽을지 잘 모르겠고, 바쁜 일정으로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부담스럽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확장’이었다. 언제나 좋은 친구가 되어준 책과 가까운 사이가 되는 방법을 둘러보고 온 기분이다.

  • 독서를 할때 늘 같은 분야만 읽지 말고, 책장을 좀더 다양한 주제로 채워보면 어떨까? (잡지를 구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거야!)
  • 혼자서만 책을 읽지 말고 독서모임을 통해 감상평을 공유하며 관점을 넓혀보면 어떨까? (동네책방 북클럽에 가입하는건 어떨까? sns에 내 감상평을 공유해보자.)
  • 손에 들고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오디오북으로 책을 들어보면 어떨까? (잠잘 때 불 끄고도 독서할 수 있겠는걸!)
  • 1인 출판을 할 수 있으니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브런치에 하나씩 글을 써서 발행해보자.)

내년 서울국제도서전도 꼭 와볼 수 있기를!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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