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 타자기를 집어던지기 전에 읽어봐!

in #snoopy6 years ago (edited)

스누피야, 안녕! 개집 위에서 타자기를 치는 소설가라니.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너의 정체성을 알았지 뭐야.

있잖아, 나는 어렸을 때부터 편지지, 노트, 펜 등 필기구에 욕심이 많았어.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여섯살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 호피트 색연필이야. 그때 난 미술학원을 다니는 어린이였거든. 그리고 스누피 인형이 끝에 달린 하늘색 연필도 참 좋아했어. 너무 아끼느라 깎아서 쓰지도 못하고, 매만지기만 했던 기억이 나. 지금은 어디있는지 모르겠으니 아끼다 똥 된 셈이지. (미안해...) 그랟도 요즘 쓰는 화장품 파우치에도 스누피 그림이 있으니 나는 너를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아.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

스누피, 너는 왜 글을 쓰니?

나는 이 질문을 마음 속에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어.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써왔는데, 그 습관은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되었지. 어떤 때는 밤에 하루를 정리하면서 쓰기도 하고, 피곤해서 쓰지 못하는 날에는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면서 쓰기도 했어. 그렇다고 일기장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꽤 드물었어. 가끔씩 다시 펼쳐보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냈구나.’라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어. 하지만 내가 왜 이렇게 계속해서 쓰는지는 알지 못했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글쓰기로 인해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 같아. 힘들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는 툭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어. 설레고, 기쁜 마음이 들 때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을 글로 풀어놓기도 했어. 그런 과정을 통해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인생의 희노애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거야.

특히나 불행하다고 느끼는 일이 있을 때 글쓰기는 큰 힘을 발휘했어.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이 모두 글쓰기 소재가 된다고 생각하면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 늘 자랑할 일만 있다면 사람들은 박수쳐주고, 부러워할거야. 하지만 생각만해도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힘든 시절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공감과 미소를 보내줄 수 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실수하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이니까. 때로는 슬프고, 우울한 시간도 나만의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글쓰기에 녹여낸다면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축복이라고 생각해. 꾸미려하지 않고 솔직하게 글을 쓰고 싶은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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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나는 글을 쓰고 싶었어. 그런데 놀랍게도 그 주가 끝나갈 즈음에 나는 대학의 학위나 어휘 능력이나 문장을 분석하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중요했던 거야. 루시야, "알랑가 모를랑가 모르겠으나"와 같은 멋진 단어를 모른다고 해서, 심지어는 맞춤법을 틀린다고 해서 작가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란다! 문학 학위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쓰고자 하는 열망을 이길 수는 없는 거야. 기억하렴.
아 참, 그건 그렇고 절름발이이면서도 탭댄스를 추는 사람도 있더구나. '페그 레스 베이츠'란 사람인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해. 그 사람 사진이 내 책상 앞에 붙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p85 '절름발이도 탭댄스를 출 수 있다' (페니 플래그) 中
[출처 :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몬티 슐츠, 바나비 콘라드 엮음 / 김연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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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넌 주로 어디에 글을 쓰고 있어?

나는 요즘 ‘브런치’라는 글쓰기 앱에 글을 공유하고 있어. 2016년 2월에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까 2년 반 가까운 시간이 지났어.

처음 글을 쓴지 얼마 안되었을 때, 세번째로 공유한 글이 조회수가 1,000을 넘었다는 알림 받았어. 너무 신기했지! 알고보니 카카오톡 채널에 내가 쓴 글이 노출 되었더라고.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클릭을 했다는 의미였어. 해남 미황사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기차 안에서 느낀 점을 적은 글이었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봤다니...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어. 그런데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니? 약 10개월 간 다음 글을 쓰지 못했어.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할 지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야. 그땐 그랬어.

☆ 해남 봄마중 가실래요? (2016.3.1)
https://brunch.co.kr/@brunchfkx/5

그러다 다시 글을 쓴 시점은 일년 후 회사에서 임직원 글로벌 봉사단 활동에 참여했을 때야. 베트남으로 집짓기 봉사활동을 갔었어. 비행기와 버스로 장시간 앉아서 이동하느라 발이 퉁퉁 부었고, 숙소에는 도마뱀이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설레는 밤이었지! 잠들기 전에 그 당시의 생각을 기록하고 싶어서 모바일로 글을 다시 쓴 것이 계기가 되었어. 일기장이 없으니 브런치를 선택했던거지. 일년 전 느꼈던 조회수의 부담감은 잊어버리고,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거야. 그 후로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어.

☆ 색다른 경험으로 한 발짝! (2017.1.6)
https://brunch.co.kr/@brunchfkx/6

최근에 어떤 글은 조회수가 10,000을 넘었다는 알림을 받았어. 그리고 구독자가 서서히 늘어서 89명이 되었어. 훌륭하지? 누군가에게는 작은 숫자일지도 모르지만, 내 글을 구독하시는 분들이 89명이나 되다니! 내심 얼마나 뿌듯하고 기쁜지 몰라. (참고로 올해 구독자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게 내 목표야. 속닥속닥) 이제는 조회수가 높은 글이 있다고 해도 다음 글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아. 조회수가 낮다고 해서 실망하지도 않고. 그보다는 내가 쓴 글을 특정한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커.

‘어둡고 바람 부는 밤이었다.’로 시작하는 너의 소설도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공유해보면 어때?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은 다양해. 완벽한 글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쓰는 글을 하나, 둘씩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을거야. 우리가 어떤 작가를 좋아할 때 그 사람이 초기에 쓴 글과 나중에 쓴 글에서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때면 기쁘지 않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아는 덕후의 은밀한 기쁨이랄까? 그렇게 탄탄하게 성장해가는 너의 모습을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과 공유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이건 너의 선택사항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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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도와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던지는 이런 충고 중에서 받아들일 충고와 무시할 충고를 잘 알아내 자기 식대로 글을 쓰는 일이다.

p128 '모든 글쓰기는 독학이다' (수 그래프턴) 中

요는, 모든 작가는 스스로 배워야 하는 존재이니 작가라면 능히 스스로 자신의 실수를 파악해서 이를 고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시간이 지날수록 글쓰는 능력이 향상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봐야 그들의 반응에만 신경 쓸 뿐이다. 그것이 옳은 반응이든 아니든. 작품 좋다는 말을 기대하지 말라. 좋은 충고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엄격하게 자신의 글을 평가할 수 있는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는 법을 익혀라. 이런 방식, 이런 시선이 가장 소중하다. 자신의 내면을 통해 글 쓰는 방법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p129 '모든 글쓰기는 독학이다' (수 그래프턴) 中
[출처 :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몬티 슐츠, 바나비 콘라드 엮음 / 김연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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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붕 위에서 타자기를 치고 있는 너의 모습을 떠올려 봐.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신나게 쓰고 있기를 바랄게.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저 툭 내어 놓듯이 네 글을 공유해 봐. 글쓰기를 통해서 네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 독자들에게 한 줌 햇살 같은 따뜻한 에너지를 전하고, 한 뼘 그늘 같은 포근한 위로가 되어주기를 응원할게.

지금까지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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