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 불법체류자 D-1, 카메라를 꺼낼 수 없었던 이유, 그리고..

in #springfield8 years ago (edited)

저는 아르헨티나에 관광비자로 체류하고 있습니다.
3개월짜리 관광비자 입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보낸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중간중간 이 나라를 벗어났다가
재입국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배로 1시간 걸리는 이웃나라
우루과이 당일치기여행을 하고
다시 아르헨티나로 들어오면
3개월짜리 새 관광비자를 내주는 것이지요.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이 방법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관광목적의 체류가 아니라고
입국거부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는 불법체류 후
소정의 벌금만 내면 재입국이 가능하고
조르면 영주권도 내주는(?) 나라이니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매번 우루과이를 가려니
더이상 볼 것도 없고 배삯도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이번엔

돈을 내고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1년 1번에 한해 아르헨티나 이민청에
900페소(한화 약 6만원 2017.12현재)를 내면
비자 만료일을 3개월 더 늘려줍니다.
그런데 스팀잇에, 연말행사,
최초로 한국친구의 방문까지! 정신이 없어

내일이면 제가 불법체류자가 된다는 것을

불과 며칠 전에 기억해냈습니다.
하지만 남미여행을 하기엔
조금 겁이 많은 친구의
가이드+통역+경호원 역할을 하느라 :D
그녀가 이과수로 떠난 오늘에야
시간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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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불법 체류자가 되는데
이민청에 도착하니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건물 밖까지 나와있습니다.
곧 있으면 업무종료라 시간은 없고
당장 오늘 우루과이 배편은 매진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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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쁜 소식!

이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가야할 건물은
이 건물을 통과해 안쪽에 있는
다른 건물이었던 것이지요.
직원이 저를 바로 입장시켜줍니다.
프리패스라도 한 기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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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쪽으로 들어오니 딴 세상입니다.
도착한 건물 안에도 대기자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했습니다.
비자연장하러 온 사람들이 없어서
제 업무처리 담당 창구만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비자 연장이 인기가 없나봅니다.

기분이 묘하네요 ㅎㅎ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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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무도 1~2시간씩
기다려야하는 아르헨티나에서
이렇게 빛의 속도로 일처리를 하게 되다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 자랑해봤자
이게 뭐가 대수인지
제가 왜 기쁜 지도 모릅니다ㅜㅜ ㅎㅎ
어찌됐든 오늘부로 다시

불법체류자 D-90 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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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뙤약볕 아래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또 30분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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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직접 짠 쥬스나
닭꼬치등을 구워서 파는 행상인들입니다!
30페소(한화 약 2천원, 2017.12 현재)를 주고
직접 짠 오렌지 쥬스 한잔을 마셨습니다.

이 풍경이 너무 반가웠어요.

더워서 목이 탔던 것도 있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선
이런 그림을 보기 힘들었거든요.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

라고 불리우는데요.
유럽풍의 건물, 광장 탓도 있지만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많아
백인이 주를 이루는 이유도 있지요.
다른 남미지역에 비해
그나마 영어가 잘 통하는 편이고
시민들도 살짝 도도합니다 :D

하지만 페루 등 다른 남미국가에서는
여전히 인디오의 비율이 높고
이런 거리음식도 많이 볼 수 있지요.
훨씬 정감있는 모습이예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이들을 볼 수 있는 건 이 근처에

비샤(Villa) 라는 빈민촌이 있기 때문입니다.

볼리비아 등 주변국에서
국경을 넘어 온 사람들이
이 곳에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샤는

위험지역으로 더 알려져 있지요.

브라질의 파벨라(Favela)와 견주기도 합니다.
마약과 총기가 거래되고 범죄율이 높아
현지인들도 근처에 가길 꺼리는 곳입니다.

villa.JPG

하지만 그렇다고
이 곳 주민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서는 안됩니다.
대부분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비샤에 사는 거니까요.
하지만 저 역시

카메라를 꺼낼 수는 없었습니다.

저에게도 이미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요.
비단 비샤 근처가 아니더라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한복판에서
당당히 카메라를 들거나
핸드폰을 사용하면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우니까요.

이런 이유로 제가 스팀잇에 올리는
아르헨티나 혹은 브라질 거리의 사진은
정말 어렵게, 서둘러 찍은 것들이 많답니다.

그러니 보시면서 충분히 즐겨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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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찍은 사진들은 카메라 대신
구형 핸드폰 공기계로 찍은 것입니다.
빼앗겨도 크게 문제가 없고
별로 매력적인 아이템도 아니며

행색이 누추하면 :D

타겟이 될 위험이 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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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친구와 Bar Sur 에서 탱고공연을 보고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들어와
서둘러 스팀잇에 들어왔습니다.
@momolee 님이 주신 7days 숙제 :-)
첫 날이었기 때문이지요.
사진을 올리고 10분이나 지났을까

인터넷이 또 먹통이었습니다.

오늘 낮까지도요.

이제는 인터넷이 안되면 안되는가보다,
정전이 되면 정전인가 보다하고
잘 적응한 줄 알았는데
어제는 스팀잇 해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이민청을 다녀오니 인터넷이 돌아왔네요.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최근 스팀잇에서 감사한 일이 많습니다.

제 글을 리스팀도 해주시고 추천도 해주셔서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었고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었고
평소보다 보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에 비할 바 아니겠지만
저에게는 놀랍고 기쁜 일이랍니다!

들려드릴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아마 깜짝 놀라실 걸요? +_+

풀 죽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생겼으니
앞으로도 열심히 찾아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시간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springfield

댓글/보팅/리스팀은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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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tumble 님 :-)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비자 연장 심사가 까다롭지 않나보네요 ㅎㅎ 화이팅!

@smartbear 님 :-)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여긴 가끔 줄서 몇시간 기다리는 것말고는 걱정할 것이 없어 보이기는 해요. 외국인 유치에 힘쓰는 것 같기도 하고.. 댓글과 화이팅 감사합니다 ㅎㅎㅎ :D

아이고, 해외에 계신 분들은 그 경험 잘 아실거네요 ㅜㅜ
비자, 운전면허증, 영주권, 시민권 등등 다들 이민법 변호사만큼 잘 알 것같아요 ㅠㅠ
항상 남의 집에 얹혀사는 느낌, 언제라도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같은 게 항상 있었지요

플로리다 달팽이님 :-) 해외생활에 서운하거나 위기가 있을 때마다 "치, 나도 내 나라, 내 편 있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점점 날라리 애국자가 되어가는 느낌도 듭니다. 이렇게 공감과 동병상련을 느껴주시는 달팽이님과 해외 스티미언님들이 계시니 위로를 받습니다 ㅎㅎ

해외의 경우에는 나갈때 어느정도 지식이 꼭 필요한것 같네요!
이런 정보를 모르는 초보자들은 큰일나겠어요
항상 몸조심!! 잊지 마세요

@mooyeobpark 님 :-) 해외 나가기 전에 그 나라에 대해 알아두시면 물론 좋지만 해외에서 지내면서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얻은 산 지식은 ㅋㅋㅋ 정말 뇌리에 박히는 거 같아요. 늘 몸조심 하겠습니다 :D

태국도 예전엔 캄보디아나 라오스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3개월씩 체류 할수 있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입국 거부를 한다고 하더군요. 아르헨티나도 그렇군요. 좋은 소식 자주 올려주세요. 잘 읽었습니다.

@gaeteul 님 :-) 태국도 주변국으로 왔다갔다 하면 되었군요. 요즘은 왜 엄격해진걸까요..? 아르헨티나는 워낙..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ㅎㅎㅎ 아직까지는 외국인들에게 관대한 것 같습니다.

왔다갔다만 하게해도 외국인으로 부터의 수익이 꽤 될텐데 못 하게 하는걸 보면 아마도 불법 취업으로 나거는게 더 많아서가 아닌가 생각 해 봅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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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연장이 이리 쉽다니요... ㅠㅠ 그래도 굉장히 스펙타클하게 비자 연장을 하셨네요. 저는 폴란드 거주증 신청 인터넷으로 다시 날짜 잡는데 2월 8일이 가장 빠른 날짜네요. 그게 아니면 새벽 4시쯤 사무실에 가봐야 합니다. 한 번쯤은 또 그렇게 갈 지도 모르겠습니다...ㅠ

너무 스트레스죠. Spring님은 비자 연장 되셔서 좋으시겠어요 ㅠㅠ
저도 이번에 러시아 갔다와서 3개월 있을 수 있기는 한데, 또 더 머무려면 미리미리 신청해두는 게 낫겠죠.

아마 연초에 한 번 새벽 4시에 가볼까 합니다. ㅠ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baggo 님 :D 안그래도 르바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신기하게도^^). 프랑스 살때 거주증받는 데 시간이 턱없이 걸려 고생하는 친구들을 봤는데.. 폴라드는 거주증 신청하는 것만도 시간이 그리 걸리니 벽이 높군요. 르바님 마음이 더 지치지 말아야할텐데.. ㅜㅜ 저도 앗싸리 4시에 보온병에 뜨거운물이랑 도시락, 책같은 거 싸들고 가 기다릴 것 같아요. 여기 살면서 줄서 몇 시간 기다리는게 좀 익숙해져 그런가^^;
아르헨티나는 그런면에선 벽은 커녕 문턱도 높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여기있는 건 정말 이나라가 좋아서라기 보다 다른 연유^^ 때문이라.. 상황봐서 미련없이 떠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당분간은 이런식으로 3개월씩 비자를 늘려나갈 생각이예요.
르바님 제가 항상 응원합니다. 아시죠? :-)

위험상황을 아주 빠르게 잘 넘기셨다니 축하드려요~d-90 이 되신거 추카추카~!!!왠지 많이 위험할것같은데 괜찮으신가요?살다보면 다 적응도되고 슬기롭게 헤쳐나가실거같지만 꼭!안전유의하시고요~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happy4u 님 :-) 간신히 90일을 더 벌었네요 ㅎㅎ 아이고.. 아르헨티나 사정이 한국보다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다 사람 사는 곳이려니~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D happy4u 님 말씀대로 쬐끔^^ 적응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것도 같고요! 말씀 감사합니다. happy4u 님과 가정에 새해 복 가~~~~~득 할거예요! :D

와 지금 아르헨에 계시는군요! 멀리 타지에서 이런 포스팅을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여행 안전하고 의미있게 하시길 바랍니다~~ㅎ

@kyslmate 님 :-) 여기서 뵈니 또 반가워요. @kyslmate 님이 써주신 댓글을 읽고 왜 그리 마음이 놓이고 위로가 되던지..알게 모르게 고민하고 있었나봐요. 몸은 아르헨에 있지만 요새 마음은 온통 스팀잇에 있고 갑자기 한글을 매일 쓰게 돼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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