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관객과의 대화 진행하고

in #steel-rain6 years ago (edited)

아내가 출장 가는 바람에 하루종일 혼자서 애를 보다가 <강철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영상자료원에 잠깐 다녀온 주말 입니다. 현재 한국영상자료원이 9월15일까지 한국영화박물관에서 특별 전시회 ‘옷, 영화를 입다’를 열고 있어요. 한국영상자료원이 매년 한국영화유산(의상, 소품, 시나리오, 프린트 등등)을 수집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제가 같이 수집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꿈의 제인> <보안관> <청년경찰> <택시운전사> <박열> <악녀> <군함도>의 의상, 소품을 수집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소공녀> <범죄도시> <강철비> <남한산성>의 의상과 소품을 수집했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의상이나 소품들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영상자료원 건물 1층에 있는 한국영화박물관에서 특별 전시회를 열고 기증한 한국영화를 모아 상영을 하고 있습니다(제 자세한 수집기인 '영화를 기록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시길).

제가 진행한 <강철비>는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인데요. 몇 번을 봐도 시대를 앞서간 영화라고 생각해요. 북한에서 쿠데타가 벌어지고, 그로 인해 북한 1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남한으로 피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제가 개봉 당시 썼던 긴 리뷰를 읽고 싶다면 여기(북한과의 상황에 대한 가장 파격적인 상상)를 클릭하시길). 매우 파격적인 설정 때문에 이 영화가 시대를 앞서간 영화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영화가 기획개발되기 시작한 배경과 개봉한 시기를 고려했을 때 영화의 시도가 매우 대담합니다. 이 영화는 박근혜 정권 때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개성 공단을 폐쇄했고, 덕분에 북한과의 관계는 무척 얼어붙었었죠. 개봉한 시기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초기입니다. 대통령 하나만 바뀌었을 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은 지금 같은 평화 모드가 아니었죠. 김정은 국무위언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트위터로 썰전을 주고 받았고, 일본은 한번도 핵 위기를 이용해 지방 선거에서 압승하며 헌법 제정 가능성을 높였으며, 중국은 사드 문제를 빌미로 한국 정부에 한한령을 포함한 강한 압박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대화와 반전 메시지를 던진다는 건 무모한 시도나 마찬가지인데 <강철비>는 시치미 뚝 떼듯이 그보다 더 한 파격적인 상상을 스크린에 펼쳐놓았죠. 북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니 참...

또 다른 이유는 영화가 한국 정부를 매우 주체적으로 묘사해 신선했습니다. 보통 남북 관계를 소재로 하거나 한반도 냉전을 다룬 영화를 살펴보면 한국 정부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을 상대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발언권이 거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보여준 외교전를 제외하면 실제로도 한국 정부는 발언권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죠. 그런데 이 영화에서 이의성 대통령(김의성)의 청와대는 핵무기를 쏠지 결정하고, 미국의 어떤 제안에 반대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그것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모델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 당선인(이경영)이 티격태격하면서 말이죠. 한국 정부를 이렇게까지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그려낸 영화가 또 있을까요? 이제부터 나올진 모르겠지만...

전작 <변호인>도, <강철비>도 양우석 감독은 시대에 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전달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차기작을 물어보니 “지금 시대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고. 어쨌거나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할지 무척 궁금하네요.

참, 양우석 감독이 우스갯소리로 해준 얘기인데, 정우성씨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강철비>와 통일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인랑>을 연달아 출연한다는 점에서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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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영화 진짜 재밋게 봣었던게 기억이나네요! 북한1호 남한1호 라고 남북의 대표를 부른다는것도 이떄 처음알았던게 생각나요!

지금 다시 봐도 북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온다는 설정이 매우 파격적입니다. ㅎㅎ

저는 아직도 강철비를 보지못했군요, 다운받아서 보기는 봐야하는데, ㅎ

네, 제가 되게 딱딱하게 써놓긴 했는데 오락영화로서도 매우 볼만합니다. ^^;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 영화입니다. 올해 여름에 개봉하는 <인랑>은 또 어떤 미래의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가 됩니다. ^^

네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한 것 같은데 근미래를 어떤 시선으로 묘사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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