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7 days ago

어쩌지요?

꽃들이 한 번에 다 핀다고
제 차례가 아닌 줄 뻔히 알면서
새치기를 하는 꽃도 있고
물정모르고 남이 핀다고
덩달아 벙싯대는 꽃도 있다고 했으니

곡우(穀雨)가 지난 줄도 모르고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걱정이라며 혀를 차는데
누군가 못물이 짧다고 걱정이라는 말에
번쩍,
머릿속으로 번개가 지나간다

image.png

곡우(穀雨)/ 김영탁

아이들이 사라진 후 애기똥풀만 지천이다
태어나야 할 아기들이
밥도 안 먹고,
이제는 꽃으로 태어나는지,

오래전 지상에서 쓰러졌던
무명의 전사들이 죽었다가
살아난 지상의 풀처럼,
더는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고
언제나 아침 인사처럼
늘 안녕을 묻는다

눈에 밟히는 푸르고 시린 신록이
지상의 어린 영혼들을 순하게 키우고
뻐꾸기 우는 귀울음에 더는 의심하지 말고,
귀갓길에 볍씨를 보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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