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1 hours ago

하필이면 양보라곤 모르는 경계석틈에
목을 늘이고 꽃을 피우느라
긴 목을 속속들이 비워야 했다

나무 그늘사이로
낙엽처럼 떨어지는 햇볕 부스러기를
가로채는 나비 날개가 더 무거운
한 방울 남은 꿀샘마저 비우는 날이 지나면

바람과의 긴 여행을 위해
노랗게 빛나는 분장을 지우고
홀씨로 갈아입히고 거울앞에 세운다

바람이 머리를 쓸어주며 타이른다
꽃이라는 이름은 잊어버리고
발이 땅에 닿을 때까지 뒤돌아보지 말아라
새 세상으로 들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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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꽃씨/ 이기철

​날아가 닿는 곳 어디든 거기가 너의 주소다
조심 많은 봄이 어머니처럼 빗어준 단발머리를 하고
푸른 강물을 건너는 들판의 막내둥이 꽃이여
너의 생일은 순금의 오전
너의 본적은 햇빛 많은 초록 풀밭이다
달려가도 잡을 수 없던 어린 날의 희망
열다섯 처음 써본 연서 같은 꽃이여
너의 영혼 앞에서 누가 짐짓 슬픔을 말할 수 있느냐
고요함과 부드러움이 세상을 이기는 힘인 것을
지향도 목표도 없이 떠나는 너는
가장 큰 자유를 지닌 풀밭 위의 나그네
보오얀 봄빛, 버선 신은 한국 여인의 모시 적삼 같은 꽃이여
너는 이 지상의 가장 깨끗한 영혼
공중을 날아가도 몸이 음표인
땅 위의 가장 아름다운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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