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담배와 재떨이/노자규

in #story6 years ago (edited)

아빠의 담배와 재떨이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http://m.blog.naver.com/q5949a/221377311125
아빠의 담배와 재떨이

네 식구였던 우리 가족이
엄마가 말없이 집을 나가 버린 후
낯선 희망과 부질없는 기다림 속에
우리 가족은 세 사람이 되었다

“내가 언제 붕어빵 먹고 싶댔어
호떡 먹고 싶댔지 “

퇴근하면서
하얀 종이봉투에
붕어빵을 들고서 말없이 내민
아버지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엄마 없는 현실이
아버지 때문이라는 원망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더 아픈 날들을 모아가고 있었기에.....
아버지는
말없이 붕어빵을 들고 나가시면서
“호떡 살 올게,,, 라는 한마디가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이 되어버렸다
그런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곳은
“병원 중환자실“

호떡을 사 오다 그만 사고가 나
마지막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채 누워계신
아버지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난 울고 있었다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살아 숨쉬기만 해도 좋으니
우리 곁을 떠나지 말아 주세요 “라고
매달려 애원했지만 아버지는
이틀 만에 바삐 산 세상을
이젠 잠으로 채우려시는 듯
다시는 오지 못할 밤이 되어갔다

아버지를 차디찬 땅속에 묻으며
나는 소리치고 있었다
“아빠 만약 다음 생이 있어
다시 태어난다면
아빠의 손으로 태어날게요 “ 라고

때늦은 내 사랑 앞에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었지만
난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며
보이지 않는 내일의 무게로 살다가신 아빠와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잃어버린 사랑에 대해 쓰고 있었다

햇살이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정류장에서 친구분이랑 서계시는 아버지 앞에 웃으며 다가간 나를 모른 척
애써 고개를 쑥이시던 아버지

“아빠 왜 모른척했어 버스정류장에서
내가 딸인 게 그리 부끄러웠던 거야 “

“그 친구는 딸이 얼마 전에 죽었거든 “
그렇게 아버지는
밤을 지새운 이슬처럼 말씀하셨다

“아빠 남들 줄 거라며 ...
버릴 거면서 왜 빨래까지”
못 입는 옷들을
하나하나 빨아서 개어놓고 있는
아버지에게 저는 묻고 있었습니다

“다음 사람을 위해 이정도수고쯤이야”라며
해맑게 웃고 계셨습니다

우유를 살 때도 유통 기한이
제일 짧은 걸로 사는 아빠에게
“왜 그걸사 아빠“

“그래야 다음 사람이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걸로 살거니까“

그렇게
행복앞에 작은것들로 이루어진 아버진
오직 당신답게
오늘을 살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모처럼 주말이라
친구들과 동네 인근에 산행을 하며
내려오다 등산로 입구에서
뭔가를 만들고 계신 아버지를 발견했다
“아빠 뭐 하고 있어”
흐르는 땀을 닦어시더니 이제 다됐다며
새벽부터 마당에서 수선을 피던
그 우산 들을 차례차례 걸고 계셨다

그리고는 이쁜 손글씨로
코팅된 종이 한 장에다 못질을 하더니
“당신도 누군가에게
멋진 우산이 되어주세요“ 라는
글을 읽고선 해맑게 웃고 계신 아빠는
아버지라는
놓치고 싶지 않은 이름이 되어갔다

늘 짜증과
화만 내는 제 행동이 미안해서였는지
아빠랑 술 한잔 하다
지난 이야기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아빠한테 소리 지르고 달라들 때
그때 왜 날 나무라지 않았어,,”

“가스레인지 위에 소리 내
들썩거리며 끓는 냄비 뚜껑처럼
화를 내고 있는 네 모습보다는
그 안을 보고 있었어 아빤,,,,
네가 많이 힘든 거구나 하면서...“

어딘가 나를 꼭 닮은 사람이 가족이라며
그렇게 말없이 바라보며
가슴으로 살아가고 계셨다

무심한 하루가 문을 내린 밤
새벽을 보여준 별들이 사라져 갈 때까지
장거리 운전을 하는 아빠
“아빠 왜 안 와 우리 무서운데”라며
짜증을 내고 있는 딸에게
콜록콜록
기침소리가 먼저 다가오고 있었다
“아빠 감기 들었어”

“아빠 여기 휴게소인데 여기서 자고 갈게”

무섭다며 빨리오라고만 보채는 내게
“너 감기 옮으면 안되잖아”라는 그말에
헐벗은 거리에서 아픔을 그대로 맞고 선 아빠의 보태어진 눈물 속에서
저는 삽날에 찍힌 흙처럼
부서져 내렸습니다

퇴근한 나의 눈에
머무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주인잃은 아빠의 구두를 보고 서있다
불평 없이 걸어온 아빠의 세월로
구두의 살점들이
떨어져 나간 자리를 메어가며
떨어지기 위해
제 몸을 부풀리는 저 물방울처럼
살다가신 내 아버지

딸들 앞에선
위장병이라며 저녁조차 안 드시며
시린 가난을
물로 배를 채우시든 내 아버지

인생은 피아노 건반처럼
흰색이라는 행복도
검은색이라는 불행도 같이 있지만
둘이서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듯
불행도 때론
행복을 위해 필요한때가 있다며
따뜻한 시선으로 자식들에게
행복한 부담을 주셨던 내 아버지

인생이 꽃이라면
사랑은 그 꽃에 꿀일까
되돌아보면
그나마 행복했다 느끼는 순간들은
사랑했던 시간들이었기에
아빠의 사랑은
그렇게 달콤하게 내게 다가왔는데도
세월의 아픈 그리움으로 되돌려
보낸 딸을 용서해주세요.....

떠나 보내다
지친 삼 년이 지난 지금에도
마루 탁자에 그대로 놓여있는
만지면 묻어날 아버지의 담배와 재떨이

오늘도
퇴근을 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빠 다녀왔습니다 “라고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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