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나는 왜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시작하였는가?

in #story6 years ago (edited)



2015년 봄,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처음 시작하고 약 3년이 흘렀다. (누적 시청 1390시간 이상)
3년이라는 시간동안 계속해서 실천을 한 것은 아니었고,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순수하게 3년 동안 자막없이 영화를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동안 영화를 봐 오면서 블로그에 본 영화제목과 포스터, 그리고 누적시간을 계속 기록을 했었다.
"1000시간 이상 봤으면.. 그쯤되면 뭐가 달라진 게 있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질문 자체가 그동안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영어 학습에 있어서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라는 개념에 세뇌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다가 영미권 영화를 자막없이 보기로 결심했는가?

나의 영어공부 이력서



2000년,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10살의 나이에 부모님이 보내주신 영어학원에 처음 갔다. (요즘 아이들한테는 이것도 굉장히 늦은 사교육이라고 한다. 영어유치원이 유행이지 않은가..)
누구나처럼 파닉스부터 시작해서 여러 ESL 교재로 학습을 했고(초등학교 때부터 문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중학교 1학년 때에는 외고준비를 하며 처음 토플을 접했다.
학교 영어성적은 거의 항상 100점을 받았고, 심지어 영어말하기 대회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영어말하기 대회를 준비할 때에는 남이 써준 원고를 달달 외워 원어민이 녹음해 준 파일을 계속 듣고 따라하여 초등학교 6학년 ~ 중학교 1학년 이 사이에 발음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원에 '원어민 수업'이 포함되어 있으면 아이들이 저절로 프리토킹이 될 거라 기대하는 학부모들의 등살에 떠밀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냥 그렇게 학원에서 시간을 떼우다 온다.

그러다가 '우리 아이 왜 안늘어요?' 하며 성과가 단기간에 보이지 않으면 다른 학원으로 옮겨 다닌다. 학교 성적을 잘 받고, 영어말하기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니 우리 부모님은 내가 영어를 잘하는 줄 아셨나 보다.


영문과에 진학하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수능외국어영역을 준비하며 대학입시를 준비하였고
대학에서 전공도 '영어영문학'을 선택하였다.
나는 사실 철학이나 심리학 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순수 인문학을 선택하지 않고 '영어'라는 가장 실용적인 것이 섞여 있는 인문학이니,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일종의 타협이었다.

"전공이 뭐에요?"
"영문과요."
"아, 영어 잘하시겠구나."

이런 반응을 정말 수백 번, 수천 번 겪어봤다.
영어영문학과에서 배우는 것은 크게 음성학과 문학이다.
다만 그것이 영어로 되어있을 뿐이지, 영어를 잘하도록 가르쳐주지 않는다.
1학년 전공필수 과목인 영어회화와 영작문 과목에서는 영어를 이미 잘 하는 학생과 나처럼 영어가 아직 불편한 학생으로 나뉘었다.

교수님이 하시는 이야기 대충 알겠고, 나도 내가 하고싶은 얘기 하고, 성적 받는 데에도 아무 지장이 없었다.
완전하진 않더라도 요즘 20대들은 영어를 아예 할 줄 모르진 않으니까 여행을 가더라도 큰 불편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갈증을 느꼈다.
2011년도부터 5년동안 강남의 유명하다는 각종 어학원들, 영어학습 분야 최초로 1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저자의 학습법, 1만 단어 이상의 어휘책, 그래머인유즈는 기본이고 네이버카페로 운영되는 작은 교육기관까지 정말 안 해 본거 없이 다~ 해봤다.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이름을 다 대면 나는 그 학습법들의 원리와 한계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분명히 처음과 비교했을 때, '훈련'을 통해 잠시 상태가 좋아진 건 맞지만..
운동을 하다가 안하면 근육이 다시 살로 바뀌듯이, 나의 영어실력도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에는 항상 한계가 있었다.


나는 도대체 어느정도 수준으로 영어를 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왜 '원어민'이 되려고 하는걸까?
나는 이미 영어권국가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인데 말이다..


영어를 무언가 '다른 패러다임'으로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그러다가 내 주변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영문과에서도 '두 부류'로 나뉜다고 했는데,
그 두 부류는 다음과 같다.

1. 15세 이전에 영미권 국가에서 살다온 애들.
2. 미드를 미친듯이 보는 애들.

한국에서 아무리 학원을 다녔다고 한들, 내가 원하는 마치 '원어민'같은 상태는 찾아보지 못했다.
물론 '번역식'으로 자신이 머릿속에서 '생각'을 하는 과정을 거치거나,
이것을 훈련해서 마치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이 부자연스러운 부류 말고 말이다.

하지만 위의 두 사례 중 1번은 내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부분이니 넘기고.
2번의 사례들을 관찰하였다.

이 아이들의 특징은 고등학교 때부터, '미드 덕후' 라는 특징이 있었다.
마치 일본 애니 좋아하는 그 덕후들처럼 말이다..
좋아해서 보다보니 그냥 그 언어에 자연스럽게 젖어든 경우였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갈증'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분명 다른 사람들보다는 월등히 잘해보이고, 발음도 좋고, 소리의 청크도 확실히 구분할 줄 알고, 영어의 리듬도 아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 2번 사례는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그것에 대해 앞으로 포스팅 해 보도록 하겠다.
로고.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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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단하시네요..

영어 회화 정말 잘해보고 싶은데 ㅠ-ㅠ...
시도를 할라고 하면 작심삼일이더라고요 ㅋㅋㅋ....

팔로우,보팅 하고 갑니다. 맞팔 부탁드려요 ^ㅡ^/

다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말하면 안 됩니다..
감사합니다 ^^ 맞팔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자막없이 영화보기 생각보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다가 정신줄 놓으면 말을 놓치고 그림만 봐 버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음... 액션 장르 같은 건 대사를 빼고 장면만 봐도 이해가 되버리지 싶어서^^;; 아떤 영화를 자막없이 보셨을지 기대가 됩니다.^^

말을 애써 들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저 장면의 흐름을 따라가면 되는데 가끔 딴 생각들어 멍때릴 때도 많지만, 상관 없습니다 ^^ 네 액션, 애니, 로코같은 것들이 초기에 실천할 때 생각없이 볼 수 있어서 좋지요~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보시면 됩니다. 편식하지 않고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지요 ㅎㅎ 그저 영화를 보면 되니..
감사합니다 : )팔로우 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뭔가 닉네임이랑 일치하는 글이네요^^
현재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갈증을 느낀다는 면에서 본받을 점이 정말 많은 분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반갑고 공감하기에 팔로+보팅 완료.
앞으로 이야기 해주실 내용들 통해 더 배우고 싶네요. (: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맞팔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3번 사례 추가할께요. 영어권 남자/여자친구 를 사귄다. ㅋㅋ 실제 제 친구 경우이구요. 지금은 미국에서 아들 둘 낳고 살고 있는데 영어 한마디도 못하던 아이가 남친 생기고 한달 만에 연어 하는거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팔로우 할께요.

ㅎㅎ 감사합니다! 맞팔합니다~

영어 공부에 갈증이 있었는데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팔로우 보팅하구 가요!

감사합니다 :) 맞팔합니다~

안녕하세요ㅎ 흥미로운 주제네요..!
영어를 배우려면 배우려하지 말아라..
영어 다시 시작해봐야겠어요ㅎ 팔로우 하고 갑니다.

네 언어는 공부하면 할수록 말할 때 자신감이 떨어지게 되는 이상한 현상이 있지요..^^
감사합니다~ 연휴 잘 보내셔요! ㅎㅎ

일본 애니를 좋아하는 덕후는 아니지만, 덕분에 일본어 실력이 많이 늘었죠. 덕분에 영어 공부를 다시 할 힘이 생겼습니다.

ㅎㅎ감사합니다..! 일본어를 하신 것처럼 즐기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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