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추어 있는 공간 <예전>

in #ta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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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80년대의 거진 절반을 생명체로든 세포로든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보냈습니다만 어쩐지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군요. 세상에 출고된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어딘가 희망과 낭만이 가득했던 모습으로 모든 게 기억되는군요. 지금 기준으로는 촌스러운 청바지와 장발을 하고, 르망과 엑센트를 뽐내며 타고 다녔을 순수했던 청춘들이 머리에 아른거립니다.

시작부터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간만에 테이스팀을 하나 올려볼까 합니다.

오늘 소개할 공간은 월미도의 예전입니다. 조승우와 손예진이 주연한 영화 <클래식>만큼이나 매우 클래식(classic)합니다.

입구에 귀여운 조각들이 절 반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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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참 여러 번 찍었습니다만 하나도 이쁘게 나오지 않았군요. 딱 보아도 아마추어의 솜씨입니다. 친구가 사진을 찍을 때는 한 면은 일직선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는데, 위를 일직선으로 맞추어 찍었고 좀 후회가 되는군요. 직접 가셔서 보면 훨씬 더 정감 있고 예쁩니다.

저는 카메라 잼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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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부는 아저씨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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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전반적으로 붉은 색과 마호가니 나무가 올드하면서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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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의 전경입니다. 창가가 보이는 테이블도 좋습니다만 저는 낮술을 먹으며 꼬장을 부리기 위해 안에 숨겨진 방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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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하죠?

저 책은 실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무려 미국 건축 공학에 대한 원서더군요...... 하하 어쩐지 어울려.

메뉴판 사진을 찍는 걸 깜박했네요. 타임 워프를 한 것 같은 메뉴판이었습니다. 메뉴도 그렇고 종이 재질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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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서 보는 밖입니다.

한참 술을 마시다가 심심해져 다시 밖으로 나가 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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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바깥이 참 운치있더군요. 삐뚤빼둘하게 나온 건 아마 찍사에게 예술적 감성이 전무해서일 겁니다.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찍었는데 뭐가 정석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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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로 다가가 밖을 찍어보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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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카페에 피어 있는 한 떨기 꽃을 보았답니다. 처음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들어오더군요.

오래 전 이 카페, 이 자리에서 어떤 여자 아이와 소개팅을 했었지요. 그 세 시간 동안 그 아이는 제 눈을 거의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망한 소개팅이라고 생각했죠.

비가 추적추적 왔는데, 어쩐 일인지 그 날은 사람 많은 월미도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한적한 거리에,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커플이 두 손을 잡고 비닐 우산을 쓰고 걸어가더군요. 촌스러운 흰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걸로 봐서는 불륜은 아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걸어가시던 두 분은 잠깐 멈추시더니 창가에 있는 저와 그 여자 아이를 쳐다보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참 묘했답니다. 어쩐지 힘을 내라는 그런 느낌.

나중에 이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의 기억에 대한 강렬함 때문인지, 인연이라고 생각했죠.

결혼하신 분들은 종종 그런 말을 하죠, 정말 함께 할 사람은 보면 안다고. 아마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냥 홀랑 헤어져버렸네요. 이후에도 몇 번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만, 결국 지금은 다 남남이기 때문에, 나는 별로 감이라는 건 신뢰를 안 해요. 원래 인생은 각자 장르가 있는 법이니까 암 그렇고 말고.

아 다시 보니까 꽃인줄 알고 찍었던 것도 그냥 빛바랜 잎이군요. 와장창.

그냥 아쉬운대로 그 친구가 좋아했던 음악이나 하나 링크합니다.

아마 수 많은 연인들이 저 자리에 앉았겠죠. 그 중 태반 이상은 분명(?) 이별했겠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많을 거에요. 워낙 오래 된 카페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그 공간에서, 나는 달라, 우리는 달라, 언제나 함께 할 거야, 그런 밀어(密語)들이 오갔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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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진을 찍던 그 순간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앉아 계신 커플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자 분이 일본 분이시더군요. 이별 없이 아름다운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무수한 그 말들과 함께 한 시간이 지나간 기억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맛집정보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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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천광역시 중구 북성동 월미문화로 43-2


시간이 멈추어 있는 공간 <예전>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


테이스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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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이거슨 데자뷔? 감성 와장창의 가해자로서 범죄 현장에 돌아온 기분이군요.

저것은 테이스팀스가 뭔가 이벤트를 열고 있길래 올려본 것입니다 ㅋㅋㅋ 그나저나 지금 커버레터가 완성되었는데 시간 되실 때 오픈채팅방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아래 주소입니다.

https://open.kakao.com/o/s6JxitR

아 넵 일단 파일 받으러 갈게요!

범인은 반드시 현장에 돌아온다...
증거자료
내이름 탐정. 코난이죠

이런, 최대 피해(를 호소하는)자가 탐정이었다니 ㄷㄷ

기억력이 나쁜데 이런 거(만) 잘 기억합니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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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 콘테스트에 응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dmljy19님의 포스팅으로 테이스팀이 더 매력적인 곳이 되고 있어요.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길 바라며, 보팅을 남기고 갈게요. 행운을 빌어요!

시간의 흐름을 더듬어볼 수 있는 장소군요. 비오거나 안개가 많이 낀날 가면 정말로 좋은 때를 맞추었다는 느낌이 들법 합니다.

공교롭게도 간 날마다 그랬답니다 ^^;
다음 번에는 화창한 날 한 번 가볼까 합니다 ㅎㅎ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낮술, ...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도 좋네요^^;

낮술이 좋죠 ㅋㅋㅋㅋㅋ 느긋함의 상징이 아닐까 싶네요
낮술 한 지도 참 오래 되었습니다

판관님 관찰자 시선이 왠지 짠 하네요.

헤헷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분위기가 갑입니당... ^^

헤헷 감사합니다 ^^
실제로도 분위기는 살짝 촌스러운 거 빼고는 갑이긴 해요

월미도군요
요런 멋진데도 있엇군요
맨날 바닷가만 걷기만 했지 요런곳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ㅎㅎㅎ 한번 가보세요, 꽤 오래된 장소로 알고 있습니다 ^^

정말 시간이 딱 멈춘듯 하군요! ㅎ

딱 멈추어있습니다~!

왠지 사진이 전에 봤던 것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왜죠?

그거야 일전에 올린 포스팅을 테이스팀에 재활용했기 때문이죠~!

멋진 곳이네요

ㅎㅎ 실제로도 가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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