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책을 내는 사람들 | 스팀잇의 더 큰 가치

in #thanks6 years ago (edited)

한국을 떠나며 생각했다. 앞으로의 내 여정을 책으로 엮으면 좋겠다고. 여행을 하며 요리를 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신통하게도 정말 그렇게 되었지만, 책은 커녕 일기도 잘 쓰지 않았다. 그땐 사진도 얼마 찍지 않았다.

현재에 충실한 것이라 생각했다. 기록을 남길 시간에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고. 이제와 그럴싸하게 말하는 거지, 실은 일하느라 지쳐 다른 무엇을 할 여유가 없었다. 쉬는 날이면 자느라 바빴으니까. 무엇보다, 정작 나는 독서도 안하면서 책을 쓴다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책은 뭐 아무나 쓰나.

왜 그렇게 쉽게 포기했을까. 쓰고 싶으면 쓰는 거지. 남들이 다 하고 싶어한다고 해서, 나도 하고 싶단 착각을 하지말자는 것까진 좋았다. 다만 그런 식으로 내 꿈을 줄여나간 것은 아니었을까. 욕심부리지 않으면 쉽게 행복해지니까.

지금도 열렬히 책을 쓰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럴 깜냥이 되지 않는다며 애초에 꿈꾸지 않는 걸 수도. 그런데 최근 스팀잇에서 누군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으면 왜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지. 실제로 책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니. 스팀잇에서 그게 가능하구나.

스팀잇에 인생... 까지는 아니어도 인생의 일부를 거는 사람을 종종 목격한다. 이곳에서 판을 벌이고 뭔가 해보려는 움직임을 볼 때마다 응원은 듬뿍해도 그 열정과 가능성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실패와 상처에 대한 방어기제로 ‘어차피 안될거야’ 하고 마는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한창 스팀잇에 뜸했던 사이, 내가 모르는 저편에서 또 다른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었다. 아직 정체는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몇 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길래 뒤늦게 관심을 갖고 보는 중이다. 이름하여 ‘스팀시티’.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도중, 그쪽 행사에 음식으로 참여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글의 흐름으로 봤을 땐 하기로 했다고 해야 할 것 같지만, 고사하고 말았다. 왜 하필 애증의 요리였을까. 나는 <냉장고를 부탁해> 도 보지 못하는데. 변명이다. 전에 스팀잇 관련 영어번역 일을 부탁받았을 때도 자신이 없어 사양하지 않았던가.

‘눈앞의 이득보다 스팀잇의 더 큰 가치를 보는 사람만이 스팀잇에 남을 것’ 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게 무어냐고 물은 적이 있다. 정확히는 스팀잇의 더 큰 가치는 무엇일까요. 소회를 풀거나 소통하는 것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분명히 있을텐데 말예요. 라고 물었다.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가치가 내게도 보이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싶었던 가치나 가능성은 스팀잇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보려는 사람에게 있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면 뭔들 빛나지 않을까. 그런 사람에게 스팀잇은 꿈이 현실이 되는 곳인지 모른다.

더이상 꿈꾸지 않게 된 건, 여지껏 꿈만 꾸는 데 그쳐왔기 때문이다. 제 인생을 걸게요. 라고는 여전히 말할 수 없지만, 실패를 무릅쓰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최선을 다할 용기를 내고 싶다. 아주 오랜만에.

@spring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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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들님은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속 주인공 같아요. (혹은 하하 세계관 속의 인물. - 무슨 소린지는 무한도전 팬들만 아시겠지만..)
아주 예쁜데 자기만 예쁜 줄 모르고 있던 공주. 진짜 실력있는데 자기만 그걸 모르는 사람.
용기만 내시면 돼요. 이미 봄들님 안에 다 있어요. :)

단, 뭘 할지는 봄들님이 정하세요. 누가 등떠민다고 하지 마시고. 요리건 여행이건, 책이건 스쿠버 다이빙이건. 윤식당을 찍건, 정글 탐험대를 찍건, 다큐 3일을 찍건, 체험 삶의 현장을 찍건. 선택은 그대가 원하는 대로! 모든 건 맘먹는 대로!

아. 브리님... ㅜㅜ 스팀잇에 와서 제가 받은 큰 선물 중에 하나가 브리님인 것 같아요. 어찌 매번 이렇게 저를 꼭 안아주고 가시나요. 브리님은 미운 오리새끼를 백조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셨어요..!!

‘누가 등떠민다고 하지 말고, 제가 원하는대로.’ 라는 말씀에 고마움과 안도감으로 눈물이 핑 돕니다... 괜히 입만 조물거리고 있네요. 평생 마음에 간직할게요. 정말... 고마워요 :)

저도 이제 @springfield님을 봄님이라고 불러야겠어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많으신 봄님.
근데 살아보니 그렇게 두려운 것이 아니더라구요. 세상이라는 것이.ㅋ
살면서 도전하는 것 중에 대부분이 실패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치유가 되는 것이 인생이랄까요?
식상한 얘기지만, 도전하고, 도전한 것을 하고, 나름의 성과를 얻어내는 것...
그게 사는 거더라구요.^^
아마도 봄님의 '주춤'도 삶을 살아가는 과정일 거에요.

뭔가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데, 더는 무의미한 것 같아서..
그냥 봄님을 응원합니다.^^

저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돼요. 두툼한 양장본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각과 글을 담은 책을 내어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부럽고, 대단해보여요.

그래요, 고민해야 돼요. 가슴 아파하고, 상처받아야 해요.
우리, 아직은 그래야 하는 때가 아닐까요.
훗날의 내 모습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금을 낭비해서는 안 돼요.
아직 오지 않은 시간 때문에 나의 청춘을 희생하지 말아요.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단어에 매달려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잖아요.

/ 눈물 대신, 여행 / 장연정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이 떠올라서 적었어요.
우리 청춘을 아끼지 말아요. :)

그쵸, 송블리님! 나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우리도 우리의 책을 만들어볼까요? 천천히, 차근차근 :)

아직은 상처받아야 한다고, 불안감으로 지금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아요. 요즘 과거를 추억하며, 그 화창하고 맑은 날에 왜 가슴에는 근심과 슬픔을 안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도 젊지만 말예요 :)

우리, 청춘을 아끼지 말아요.

<눈물 대신,여행> 안의 구절이 너무 좋네요... 정말 그렇네요...

몸을 많이 움직일수록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타인들과 교류하고 챙기고 할 수 있지만, 창작 욕구는 사라집니다.
반대로 틀어박혀서 시간이나 보내고 있으면 남 하는 일에 냉정한 비판은 하는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즉 창작 욕구가 생깁니다. 창작은 비인간적 삶을 사는 도중에 쌓인 정념이 그러한 인생을 되돌리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인생의 기조가 문제였기 때문에 작가들의 인생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글 쓰시고 싶다는 분 앞에서 제가 대체 뭔 소리를 한거죠? 여행을 하며 요리를 했다는 것은 창작에 가장 좋지 않은 활동적이고 인간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틀어박혀서 생각하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우울하고 비인간적인 과정을 즐기긴커녕 버티실 수가 없으시다면 창작과는 거리가 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sanscrist 님 안녕하세요 :)

창작은 비인간적 삶을 사는 도중에 쌓인 정념이 그러한 인생을 되돌리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하며 요리를 했다는 것은 창작에 가장 좋지 않은 활동적이고 인간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인 말씀이며 공감합니다. 몸을 쓸수록 생각과 정념이 깃들 기회가 줄어드니 창작의 동기도 상대적으로 적어지겠지요. 단순하게는, 창작에 쓸 에너지가 체력 회복에 쓰인달까요 :) 다양한 상황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요.

최근 몇년 틀어 박혀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기에 창작욕구가 생기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우울한 늪에 빠지기도 하고. 다시 몸을 쓰고 바빠지면 또 다시 ‘현재에 충실한’ 삶에 만족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 앞으로는 시간을 내어서라도 틀어박혀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되네요.

균형과 사람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후자는 여기서 잔뜩 사랑받으시는 듯해요.

봄들판님께서는 최선을 다해서 살아오셨는데 정작 당사자만 모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림자에 갖혀져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면에서 저도 그러한 면이 있어서 공감대가 생기네요. 누군가 저에게 그런 표현을 하더군요. 너무 자신을 낮추지 말라고요. 봄들판 님의 글속에는 그러한 냄새가 많이 납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낮춤이라는 표현이 겸손인 것인지, 비굴함인 것인지, 자기 비하인 것인지 각각 어떤 정의를 내리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가 경험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한국 사람들은 허세가 많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서 낮춤이란 표현이 어떤 의미로 전달하는 것인지 간혹 혼동할 때가 많습니다.

꿈이라는 것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자기 과장을 위한 꿈인지, 자기 만족을 위한 꿈인지에 대하여 우선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기 과장을 위한 꿈이라면 과장을 좀 덜하면 될 것이고 자기 만족을 위한 꿈이라면 만족을 좀 줄이면 되는 것이지요. 꿈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지요. 그렇지만 그 꿈이 항상 꾸어지는 한 삶은 계속 지속되어지는 것이니까요.

삶이 항상 흘러가게 하는 것이 바로 꿈이겠지요.
River runs through it.

책을 내는 일 별거 아닌 일입니다. 책을 낸다고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또르르). 뭐, 결론은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죠. 해보면 알죠, 진짜 별거 아니구나.

너무 많은 생각은 행동을 무디게 한다고 하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냥 하면 됩니다. 그럼 그 안에서 또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

봄님의 마음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는 듯 하네요...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으면.... 그건 제 것이 안되더라구요....
항상 봄님의 글로.. 좋은 기운만 받아가곤 했는데... 오늘은 미약하지만... 저도 봄님께 응원의 기운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21__€_■꼳_녁꼱__!!.gif

봄님 댓글 정주행 했어요ㅎ 많은 분들이 이렇게나 지지하고 응원하시고 있다는거..기억해주세요ㅎ
잘 하지 않아도 되요, 너무 마음 쓰지 않아도 되요.
마음이 비워지면 꼭 용기내보셨으면 좋겠어요ㅎㅎ

봄님 뭘 해도 되요. 하고 나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ㅎㅎ
이 글에 댓글만 봐도 봄님을 응원하시는 분들은 정말 진심으로 응원하시는 거 같잖아요. ㅎ 저도 그렇고요!!!
한걸음씩 한걸음씩 나오시는 거 같아서 보기가 너무 좋네요 ^^
그런 의미에서 술 한잔하까요?ㅋㅋㅋㅋ
욕심을 버렸다고 생각하시면서 사셨던 그 많은 날들이 누구에게도 없는 자산이 되실 겁니다!
여기도 이 짤을 써야겠네요.

저 보다 더 대단한 분의 응원을!!
화이팅.jpg

후후...예전에도 비슷한 주제로 스프링필드님께 장문의 덧글을(그때는 시세가 높아서 덧글조차 다는게 재밌었다죠.....) 달았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1.사연이 독자들이 딱 좋아할 스타일. 2. 원래 글을 잘 쓰심. 3. 사진도 많이 찍으셨고 소재나 사연들이 충분히 넘침.(순례길을 주제로 하나 쓰셔도 충분하실듯.)

스팀잇에 이미 박제된 글들을 바로 책으로 담는 건 출판사에서도 좋아할 것 같진 않고(물론 스프링님도 그 글들을 그대로 쓰실 것 같진 않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셔야 할듯 하지만...어쨌든 약간 소규모라도 마음만 맞는 출판사만 찾으신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실거에요. 요즘은 오히려 메이저가 아닌 곳에서 책을 내도 충분히 가능성이 많으니. 행운을 빌게요;)

어디선가 들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사람들이 책을 잘 안읽으니까, 덕분에 출판사들에서도 상업성보다는 좀더 자기들이 내고 싶은 책을 내는 추세라 들었어요. 위로인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요즘 책 내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라는 의미일터이니 자신감을 가지시고 너무 또 큰일이라고 생각마셔요 저같은 놈도 프로라는 타이틀로 7년째 연재중이지 않습니까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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