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집' 리뷰: '우리들'이 사는 세계, 어디에나 언제나 '우리집'

in #thehouseofus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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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집>(2018)의 세계에는 <우리들>의 '지아'가 있고 '선'의 가족들도 있다. 육교와 동네의 높은 계단, 분식집, 그런 풍경들을 영화의 시선은 무심한 듯 거기 여전히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영화의 시간은 계절의 온도를 스크린 바깥에까지 고스란히 전달할 만큼 인물 곁에 천천히 머문다. <우리집>의 '하나'(김나연)와 '유미'(김시아), '유진'(주예림)은, 문득 만나고 슬며시 가까워진다.


<우리집>의 세계는 유년의 마음에 있어 모든 것이기도 하고 사소한 것이기도 한 많은 문제들을 들여다본다. 단지 철없거나 미숙한 것으로 그리지 않는 대신 저마다 자신의 세상 안에서 당면한 중요한 고민일 수밖에 없고 쉽게 설명하기도 힘든 것들이라며 보듬는 방식으로. '하나'와 '유미'가 겪는 일들은 단지 우정 관계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가족사가 직접적으로 개입된다.


'하나'는 가족여행을 갈 수 있을까? '유미'는 이사를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의 발단이 되는 건 대체로 이런 질문들이겠지만, '하나'와 '유미'에게 일종의 미션을 부여하지만 <우리집>은 문제를 해결하는 영화가 아니라 마음을 보듬는 영화에 가깝다. 이 점을 부연할 수 있는 건 예컨대 '하나'의 집에 온 유진'이 '하나' 엄마의 노트북에 우유를 쏟았다는 걸 '하나' 엄마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같은 디테일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극적인 갈등을 필요 이상 고조시키지도 않는다. 대신 <우리집>은 자신의 서사를 영화적 우연 같은 것으로 포장하거나 옹호하지 않으면서 오직 '우리'의 이야기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간파한 것처럼 아이들이 마음 쓰고 노력하는 과정에 전념한다.


한편으로 션 베이커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에서 '젠시'가 '무니'의 손을 잡는 마지막 신을 상기하면서, 나는 어떤 여정을 함께 나서는 '하나'와 '유미', '유진'의 뒷모습을 거기 포개었다. 리뷰를 써 내려가기 앞서 일기처럼 '유년의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한데 '지켜지지 않는 것'이 곧 실패 혹은 좌절을 뜻하기만 할까. '내 잘못이 아닌' 문제에도 한없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고, 마음과 달리 튀어나오는 모난 말들로 상처를 주고받는 시기. 많은 유년의 일들은 쟁취보다는 낙담의 연속이기도 하다. 어찌할 수 없는 어른의 사정들,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우리집>은 "애들은 다 그러면서 크는 거야" 같은 가르침을 주입하지 않는다. (마치 영화 속 세 사람 사이에서는 포옹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섣불리 위로하거나 무작정 보듬지도 않는다. 다만 동네 하나가 세상의 전부이고 그 세상이 쉽게 무너지고 다치기도 하며 또 어느 순간 절로 미소 지으며 밥을 삼키고 있고는 하는, 생의 한 단면을 꺼내어 볼 뿐이다. '당신의 유년에도 이런 순간이 혹시 하나쯤 있지 않았나요?'라며 가만히 어깨를 툭툭 치듯이. 오랜만에 만났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한 번 더 시작하고 싶은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고 암전된 스크린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스크린 안팎 모두에서 이것이 과거완료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 생각하게 되는 영화를. 정말 그렇다. 정말 그럴 것이다.


*원문은 브런치에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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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극장에서 꼭 보고 싶어요 .

전작인 <우리들>도 인상깊게 봤고 이번 <우리집>도 그만큼 좋은 영화였습니다. 스크린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극장에서 늦지 않게 보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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