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산꼭대기 마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해서, 친구들과 술마시며 이야기하기 참 좋았다.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image

드디어 도착한 산 정상 마을이다.
여기에는 굽이치는 산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성곽도 있고, 마을 가운데에 작고 예쁜 성당도 있다.

67C83341-D0AB-44D0-8546-DD712F7AD466.jpg

하지만 꼭대기 마을이라 숙소도 많지 않고, 숙소 가격도 좀 비싸다.
공립 알베르게가 있지만, 한번 둘러보니 그렇게 시설이 좋아보이지 않아 우리는 ‘카사 룰라’라고 부르는 민박집에 묵기로 했다.
민박집이라고는 부르지만 거의 호텔급이다.
집안 대대로 여기서 숙박업과 레스토랑을 하고 있는 집이다.
이 집은 순례길에서 입구가 약간 벗어나 있어서 사람들이 찾아 들어오기 애매한 집이다.
마을에 있는 여러 민박집에 가서 방이 있는지 물어보니 거의 만실이 되고 남은 건 매우 비쌌다.
한참을 돌아다닌 탓에 찾기 힘든 이 집을 우리는 찾을 수 있었고, 여기는 아직 방이 많이 있어서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FFBA6F9F-9388-4061-9B69-3CBE9D23FD8F.jpg

게다가 같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음식도 여지껏 갔던 레스토랑과 많이 달랐다.
보통 순례자 메뉴를 시키면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이 집은 주인 아저씨 같은 분이 직접 바베큐해서 주는 모듬 고기가 순례자 메뉴에도 있었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순례자 메뉴에 무료 제공되는 하우스 와인을 한병 다 마시고 반병을 추가로 마셨는데, 그것도 그냥 공짜로 주셨다.

0003B579-37F2-415C-86FB-29675DF2BCF1.jpg

이제 내일부터는 30킬로 넘는 코스는 없다. 그래서 마음도 가볍고 여기 산 꼭대기까지 누가 올라왔는지 둘러보려고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이태리에서 온 엘리사는 여전히 남자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새로운 남자 친구와 숙소를 찾아 다니더니 나중에 많은 젊은 친구들이랑 바에서 맥주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브라질 팀도 힘들지만 여기 산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너무 반갑다고, 로지가 지난 번에 산티아고에 왔을 때 이 마을에서 아주 맛있는 문어요리를 먹은 집이 있다면서 같이 가서 먹자고 했다.
우리는 이미 저녁을 먹었어서 맥주만 마시며 문어요리 맛만 보았다.
안주가 특이해서 우리랑 술친구가 된 벳토아저씨랑 술도 많이 먹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벳토 아저씨는 지금의 브라질에 대한 걱정이 매우 많다. 나라가 위험하고, 교육이 열악하고, 살기 힘든 곳이라고 자꾸 그러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미 여행을 가는 것을 여행의 로망으로 생각하는 상황과 전혀 다른 현지인의 실제적인 걱정이다.
벳토아저씨의 부인과 아이들 사진도 보여주시고, 자기가 그전에 콩을 수출하는 회사에 다닌 이야기도 해주셨다.
로지는 문어요리를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문어요리는 뽈뽀라고 부르는데, 이후에 이 문어 요리의 원조인 마을을 지나기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이 뽈뽀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우리는 정보가 없어서 뽈뽀가 유명한 마을 이름도 모르고, 원조로 유명한 가게도 모르지만, 걷다보면 만나게 될 거란 생각은 한다.
아무튼 우리가 먹은 뽈뽀는 우리나라의 문어랑 식감이 매우 다르다.
소스도 올리브 기름과 매운 맛이 나는 빨간 가루를 뿌렸는데 그건 그리 맵지는 않고, 소금을 뿌려서 나온다.
식감이 좀 흐물거려서 우린 그닥 끌리지 않는 맛이었다.

그리고 엘리오와 벳토가 발목이 며칠 전부터 아파서 걷는 게 많이 힘들다고 한다.
그러면서 로지 말이 “아마 우리는 이번이 마지막 산티아고 여행이 될 거 같아. 엘리오가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이번에도 많이 힘들어하더라구. 아주 좋은 여행인데, 많이 아쉬워.”하면서 아주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내일이 엘리오 아저씨의 72번째 생일이란다. 로지 아줌마는 62세라고도 알려주었다.
우리는 여지껏 로지가 누나라고 생각했는데, 벳토가 지난번에 64세라고 했으니까 오빠였었다.
정말 외국인 나이는 가늠이 안된다.
우리가 엘리오아저씨의 생일 선물이라도 하나 살려고 벳토아저씨랑 기념품 가게에도 가봤는데 적당한 것이 없었다.
산티아고 길에서 맞는 생일이고 어쩌면 마지막 산티아고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니 선물을 꼭 하고 싶었는데, 내일 더 알아보자고 생각하고 각자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중간부터 우리랑 계속 같이 걷던 스페인 사람인 페르난도란 아저씨가 있는데, 오늘 그 아저씨가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로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우리나라사람도 흔히 하는 말인데, 스페인 사람도 그런 말을 쓰나 보다.
현실적인 서양인들은 원래 진짜 밥을 먹을 일이 없을 것 같으면 인사치레로 그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스페인 사람들의 정서는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랑 많이 비슷하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여기는 산이 높아 숙소에서도 레스토랑에서도 인터넷이 전혀 안된다.
그러니 이런 날은 친구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하기에 딱 좋다.
하지만 내일도 걸어야 하는 순례자들은 10시 전에 잠들어야 한다.
숙소 분위기가 마치 중세시대 집같아서 모든 것이 신기한 숙소였다.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산티아고를 그리다) 산꼭대기 마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해서, 친구들과 술마시며 이야기하기 참 좋았다.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image

Sort:  

Hi @gghite!

Your post was upvoted by @steem-ua, new Steem dApp, using UserAuthority for algorithmic post curation!
Your UA account score is currently 3.639 which ranks you at #5835 across all Steem accounts.
Your rank has improved 16 places in the last three days (old rank 5851).

In our last Algorithmic Curation Round, consisting of 214 contributions, your post is ranked at #201.

Evaluation of your UA score:
  • You're on the right track, try to gather more followers.
  • The readers like your work!
  • Try to work on user engagement: the more people that interact with you via the comments, the higher your UA score!

Feel free to join our @steem-ua Discord server

스페인하숙 알베르게 나오는거 보면서 gghite님의 산티아고 시리즈가 생각났어요 ㅎ

차승원 유해진이 운영하는 스페인하숙이 엄청 좋은거였군요
즐거운 주말되세요🍲🍧🥂

Posted using Partiko iOS

네, 거긴 정말 좋은 곳이에요.
아마도 촬영을 위해서 리모델링을 한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도 숙박비를 5유로를 받으니, 순례자들이 활짝 웃으며 정말 좋았다고 하는 건 진심일 겁니다.ㅋ

여행하면서 한잔 하는 기분 정말 짜릿하죠.
저는 주로 맥주를 많이 마시는데 와인도 가끔 먹게 되더라구요.^^
일단 이 글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데 먼길을 걸으려면 신발은 무조건
좋은거 사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ㅋ

옛날에는 산티아고 길에 비포장 도로가 많아서 튼튼한 등산화를 신고 가도 중간에 신발이 헤져서 한번은 버려야 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요즘은 길이 좋아져서 그냥 트레킹화 정도여도 완주하는데 무리가 없더라구요.
전 개인적으로 트레킹화를 추천합니다.^^

발아래를 보니 아주높은 마을이란걸 입증하네요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저 사진을 찍으면서 아찔해서 한참을 뒤로 몸을 제치고 겨우 찍었답니다.ㅋ

"언제 밥한번 먹자"
스페인사람들은 이런 맨트를 하는군요.ㅎㅎ 우리나라만 겉치레로 그러는줄 알았는데.
신기하네요.

딱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우리는 그 스페인 아저씨와 통성명도 안 했는데, 만난지 하루만에 그런 인사를 하는 걸 보면 빗말이 분명한데 말이죠.ㅋㅋ

퇴사하면서 몽골 - 남미 - 엘까미노 세개 사이에서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고른게 몽골이었는데, 요즘 스페인 하숙 + gghite님 글 보면서 약간의 후회 같은게 생기는군요 ㅎㅎㅎ 어느 한쪽을 골랐어도 다른 쪽에 대한 후회는 남았겠지만요. 늘 잘읽고 갑니다!

몽골도 멋지죠.
특히 지난번에 엔토파즈에 올리신 몽골 사진 보면 저도 꼭 한번 가보고 싶던데요, 뭐.ㅋ
기회되면 산티아고도 다녀오시면 좋겠네요.
아마도 멋진 사진 정말 많이 찍어오실 거에요.^^

Coin Marketplace

STEEM 0.28
TRX 0.13
JST 0.032
BTC 60870.66
ETH 2917.09
USDT 1.00
SBD 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