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의 나홀로 유럽여행기 #3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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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소요시간은 약 12시간이며..


나를 유럽땅으로 이끌어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큰일 났다. 여행의 설렘 따위 저리가라!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사방에서 답답함이 나를 공격해왔다. 여기에 앉아서 말 그대로 하루 반나절을 날아가야 한다니..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은 처음인지라 막막했다.

제육볶음은 10km 상공에서 나를 이뭘젼씨 시추에이션(Emergency Situation) 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으므로 패스, 야채 샐러드는 맛이 별로였다. 햇반의 반도 안되면 백미와 소량의 시금치, 그리고 빵에 버터를 발라 배를 채웠다.

이륙 후 6시간을 넘기니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습관성 아탈구라는 스킬을 가진 내 골반은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한다. 말 그대로 뼈를 깎아내는 느낌이랄까.. 오래 앉아 있거나 무리한 자세를 취할 경우 뼈가 있어야 할 자리에 벗어나 다른 뼈와 충돌하게 된다. 그러니까 당연히 아프지.... 근데 별다른 해결법이 없다. 고통을 참으며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길 바랄 수 밖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역 Regional Bahnhof

여기가 제 고향입니까?



다리에는 아무런 감각이 없다. 2월이라 그런가? 오후 5시 반에 도착했지만 이미 한밤처럼 깜깜했다. 입국심사에서 독일어로 말을 걸어봤지만 영어로 답해주셨다. 숙소가 있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Frankfurt Hbf)으로 가기 위해 S-Bahn(지역열차?)을 타러갔다.

기계에서 표를 끊고 퉤~하며 내뱉는 동전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열차를 기다렸다. 플랫폼은 적막했다. 독일에 온 것이 실감이 안난다. 해탈한 것인가.. 다른 문자 표기와 다른 인종들, 열차도 다르고 내 손에 있는 동전 또한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였다.

친구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너 완전 독일인 같아"라고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그렇게 느껴진단다. 전생에 게르만족이였던 것 같다고... 그래서 그런건지 해탈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느끼며 열차에 올랐다.

"Nächste Station, Frankfurt Hauptbahnhof"

가만히 앉아 지하철 안내방송을 듣고 있다보니 문득 와닿았다. 집에서 9,000km 떨어진 곳에 나 혼자 있다는 게

Fluss 'Main', Frankfurt am main

숙소에 잘 도착해서 9시간 동안 숙면했다. 이렇게 개운하게 자본 적이 있나 할 정도로 말이다.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잔데다 숙소 사장님께서 시차적응 해야 한다고 일찍 자면 큰일 난다 하셔서 졸면서 11시까지 버틴 영향도 있는 듯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마인강으로 나가 보았다. 독일 내에서는 프랑크푸르트와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주 주요 도시들의 대기질이 제일 좋지 않다고 하던데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너무 상쾌했다. 코에다가 뚜러뻥을.... 하긴 서울 공기보다 나쁠까..

Guten Morgen


집 밖으로 나와 어떤 것이든 동물을 볼 때면 우리 집 DOG가 생각난다. 마인강변을 거닐며 아침 산책을 하던 오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뢰머 광장(Römer Platz)으로 향했다.

뢰머 광장 사진은 순삭!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허허헣

뢰머 광장(Römer Platz)은 프랑크푸르트 구시가지(Altstadt) 지역에 위치해있다. 이 곳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차붐님께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Eintracht Frankfurt) 시절, 팀 합류 후 첫 시즌에 이곳에서 UEFA 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는... 그런 축덕스러운 경로로 알게 되었으나 역사적으로도 현대에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는 무작정 걸어 다녔다.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유명한 장소를 방문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이런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다니며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그냥 벤치에 앉아 사방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로움과 소소하지만 너무나 확실한 행복감...

저녁은 마인강 남쪽에 있는 학센집에서 먹었다. 사과 와인과 함께... 괜찮았지만 역시 나에게는 비프가 최고! 테이스팀으로 평가하자면 왕관 2개 정도 주고 싶다.

숙소로 돌아가니 사장님께서 이래저래 물어보셨다. 그리고 당황하셨다. 왜 이렇게 갔다온데가 없냐고ㅋㅋㅋㅋ 하루 종일 뭐했냐고 물어보셨지만 줄줄이 소세지와 같은 조언이 두려워 나는 어물쩍 넘겼다. 한 장소에 계속 머물더라도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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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했군 ㅋㅋㅋㅋ
수고했어 가느라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팀잇에선 12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걸린듯? 역시 비행은 적응이 안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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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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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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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과 걱정도 보이는 여행기군요 ㅎㅎ

설레임과 걱정보다는 그냥 just 행복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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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주도 꿈꾸고 있는데 언제 다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음 여행기 기대해봅니다.^^

독일 일주! 좋은데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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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trips.teem입니다. 그럼요!! 한 장소에 머물면 어떤가요~ 자신만 행복하면 되지!! 이곳저곳 구경을 쉴틈없이 하고 오면 이 여행이 행복했었나 가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ㅋ 앞으로도 좋은 여행기 많이 공유해주세요^^

맞습니다!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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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독일 가셨군요 멋있으십니다!!

겸사겸사 주변국들도 당일치기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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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3탄 나왔네요!
비행시간이 정말...ㅠㅠ;;
저는 11시간이 최장이었;;;ㄷㄷ
역시 축구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네요 독일은...ㅎㅎ
다음 4탄도 기대할게요~!

축구는 귀국 전날 ㅎㅎㅎ 엄청난 스코어로 이긴 뮌헨을 보았습니다.. 비행시간은 다시 가도 적응이 안되더군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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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서버서 못갈듯요.. 혼자는요, 대단하십니다^^

저도 가기 전에는 무서벘습니다만 막상 도착하니 너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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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셔서 독일에서 맥주를 못드신게 안타깝네요 음 드셨나요? ㅎ ㅎ
다음편도 기대 합니다

많이 마셨.... 독일의 경우 만 16세부터 합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당당하게 주문했습니다. 액면이 만 16세가 아니라 별다르게 물어보지는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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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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