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의 흔적, 산 펠립 네리 광장 [Plaça Sant Felip Neri, Barcelona, Spain]

sklara (66)in #tripsteem • 5 years ago (edited)

사진의 상태가 좋지 못한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

내가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여행기를 보면 더 반갑고 공감이 가듯 책이나 영화를 통해 만난 적이 있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의미 있는 장소 즉 내 경험이나 기억의 일부와 맞닿아 있는 장소에 가면 여행이 몇 배는 즐겁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부러 관련 영화나 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물론 학구적이거나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멀 뿐 더러 쉬러 가는 여행에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심각하지 않은 책을 고르는 편이다. 여행할 장소가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도 대환영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여행을 다녀온 후 그 장소에 대한 책이나 영화를 뒤늦게 보고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거나 책을 통해 다시 여행을 하기도 한다.

바르셀로나, 특히 고딕지구의 산 펠립 네리 광장도 나에게 그런 곳이다.

2015년 바르셀로나에 다녀온 후 "The Shadow of the Wind" 라는 책을 소개받고 작가가 바르셀로나 출신이며 배경 또한 바르셀로나라는 사실에 망설임 없이 읽어나갔다.

스페인 내전 이후의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역사+판타지+스릴러+미스터리 장르라고 해야 하나..(여담이지만 요즘은 한가지 장르로는 독자에게 어필하기 힘든 건지 아니면 작가들의 열정인 건지 여러 장르가 뒤섞인 책들이 대세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람블라, 대성당 주변의 고딕지구 이곳 저곳, 몬주익 언덕 등 내가 방문했던 수 많은 장소들을 다시 만났고 몇몇 장면들은 책이 아니라 마치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었다. 물론 등장인물들의 얼굴은 뚜렷하지 않은 채로.. (상상력의 한계이다)
그리고 결말 부분에 아주 아주 중요한 장소로 이곳 산 펠립 네리 광장이 나오는데 나는 작가가 왜 그곳을 결말의 배경으로 선택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여행 가기 전 간단한 리서치 중 산 펠립 네리 광장이 스페인 내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며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세계사에 대한 나의 지식은 얕지만 한 번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바르셀로나 여행 마지막날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고딕지구의 몇몇 장소와 함께 이곳 산 펠립 네리 광장도 잠깐 들르기로 했다.

주제와 좀 다른 얘기지만 바르셀로나의 고딕지구가 나에게 유난히 매력적인 이유는 다른 유럽도시와 달리 전반적으로 현대화된 도시안에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있기 때문인것 같다. 서울의 빌딩숲 안에서 서촌이나 북촌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듯이..

고딕지구의 미로 같은 좁은 길들을 헤매다 갑작스럽게 내 앞에 나타난 막다른 골목처럼 보이는 이 곳..안쪽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마침내 목적지에 왔음을 알았다.

이른 아침, 아직 해가 들기 전이라 그랬는지 내 첫 인상은 음습하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맞나.. 하는 느낌이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총탄의 흔적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1938년 프랑코군이 바르셀로나를 포위했을 때 이 곳 광장에 있던 산 펠립 네리 초등학교와 당시 전쟁 고아를 위해 임시 고아원으로 사용되고 있던 산 펠립 네리 교회에 가해진 폭격으로 인해 30여명이 사망했고 희생자는 주로 어린이였다고 한다.
또한 희생자를 수습하던 중 2차 폭격이 가해져 추가로 12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전쟁 중 바르셀로나에 가해진 폭격 중 2번째로 심각한 폭격이라고 한다
위키백과 참고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에서 맡을 수 있는 습하고 눅눅한 냄새 속에 약간 지린 냄새도 섞여있는 듯 해 결코 유쾌하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밝은 곳을 찾아 자꾸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눌렀었나 보다
약간은 숙연해졌지만 내 감정은 어쩌면 "음 그렇군,," 덤덤한 것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는 단체관광객들 덕에 장소의 중요성이 좀더 진지하고 무겁게 다가오긴 했지만 길게 머물지 않고 다른 목적지를 향했다

사실 그 전에 들렀던 몬주익 성에서도 내전 관련 사진전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도 전시회를 진진하게 둘러본 건 아니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The Shadow of the Wind를 읽고 난 이후 내전과 관련된 다른 책을 찾아 읽기도 했으니 오히려 뒤늦게 더 관심이 가고 여운이 남는 장소가 된 셈이다.

바르셀로나를 다녀오신 분들이나 관심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사용되는 공용어는 두 가지이다. 스페인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하는 에스빠뇰이 있고 바르셀로나, 지로나, 따라고나를 포함한 카탈로니아 지방의 고유 언어인 카탈루냐가 있다. 그리고 시사 뉴스에도 자주 나오듯 그들 대다수는 지금도 분리독립을 희망하고 있다. 결정적으로는 경제적인 이유가 크겠지만 그 깊은 속을 들여다 보면 전쟁의 갈등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스트리아나 독일에 비해 불친절한 사람을 여럿 만난 탓에 사실 바르셀로나를 다시 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방문할 기회가 온다면 어쩌면 그들의 불친절함 까지도 이해하려고 노력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참 여행기를 쓰며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이곳에서 영화 향수의 몇 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리고 1926년 6월 7일 가우디는 평소처럼 바로 이곳 산 펠립 네리 교회에서 기도드리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난 도대체 무엇을 보고 왔나 OZL 다시 가야하려나 ㅠ~~

#카탈로니아 #카탈루냐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산 펠립 네리 광장 #바람의 그림자 #The Shadow of the Wind #스페인 내전 #가우디

여행지 정보
● Plaça de Sant Felip Neri, 바르셀로나 스페인
● Escola Sant Felip Neri, Plaça de Sant Felip Neri, 바르셀로나 스페인
● Gothic Quarter, 바르셀로나 스페인

스페인 내전의 흔적, 산 펠립 네리 광장 [Plaça Sant Felip Neri, Barcelona,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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