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절벽 위를 걷다 [Seven Sisters, England]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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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여름 휴가로 영국여행을 준비하며 모 여행카페에서 본 한 장의 사진 때문에 그 보다 더 오래된 배낭여행의 기억이 소환되었다

내 처음 배낭여행은 다국적 배낭이라는 패키지였는데 한국인 몇 명과 대부분 호주/뉴질랜드 젊은이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우린 유럽 각국의 캠핑장에서 손수 텐트를 설치하고 잠을 자야 했고 버스에 싣고 간 요리도구로 식사도 직접 해먹었다. 물론 요리담당 직원(런던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뉴질랜드인)이 동행했지만 우리도 조를 짜서 식사준비며 설거지를 도왔다.
상품가격도 상당히 저렴했고 그 때문에 어쩌면 고생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낭만일수도 있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는데 그 중 한가지가 영국의 도버에서 배를 타고 해협을 건너 프랑스 깔레항에 내려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파리로 갔던 일이다.



도버 해안의 하얀 절벽

서론이 이렇게나 긴 이유는 그 당시 도버항에서 배가 출발하고 육지가 멀어져 갈 때 보았던 도버해안의 인상적인 풍경 때문이다. 거대한 힘으로 대륙을 잘라버린 것처럼 단면이 깨끗한 하얀 절벽은 경이로워 보이기까지 했었다.

거의 잊어버리고 있다가 여행 카페에서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의 사진과 여행기를 보고 배낭 여행시 인상적이었던 도버해안의 하얀 절벽이 떠올랐고, 같은 장소는 아니지만 그 하얀 절벽 위를 내 발로 직접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여행 중 꼭 가야 곳이 되었다.


세븐시스터즈는 영국 남부의 휴양도시인 브라이튼(Brighton) 인근 세븐시스터즈 공원(Seven Sisters Country Park)과 이웃 마을인 이스트본(Eastbourne) 사이에 있는 일곱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하얀 절벽이다.

검색하다 보니 이 하얀 절벽의 정체는 지리학 전문용어로 백악기 쵸크층이라고 한다. 출처
또한 이곳은 영화 Now is Good (2012)의 배경이라고도 한다.


숙소가 있던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브라이튼 역에서 다시 2층버스를 타고 남부의 시골마을들을 구경하며 구불구불한 길을 3~40분 달려 세븐시스터즈 공원에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혹 길을 잃을 것을 대비해서 지도를 찍어두었지만 사용할 일은 없었다.


공원에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쿠크미어강(Cuckmere River)


남들에겐 아무렇지 않아 보일지 모를 이런 풍경이 나는 너무도 좋다. 콘크리트에 막히지 않고 자연 그대로 물과 땅이 만나는 이러 지형을 보면 마냥 설렌다. 하얀 점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이다. 그야말로 풍요롭고 목가적인 영국 남부의 풍경이다.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어느 정도 걷다 보니 라군이 보이고 그 끝에 일곱 언덕이 시작되는 것이 보였다

갈림길에서 일곱 언덕으로 곧장 가지 않고 나는 강을 따라 잠시 더 걸었는데 풍경에 취해 그 설렘을 잠시 더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사진상 강 건너편에 보이는 하얀 집 때문이었다



Attonement, 2007

저 하얀 집은 영화 어톤먼트의 엔딩 부분에 나오는 집이라 가보고 싶었는데, 강으로 가로막혀 있어 멀리 돌아가야 한다는 정보는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을 따라 조금 더 걷다가 포기했다

일단 언덕을 올라가면 절벽 아래의 해변으로 내려 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잠깐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진상으로 보면 해변의 끄트머리까지 가면 하얀 집에 갈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강으로 가로막혀 못 간다는 사실이 아쉬워서 계속 사진만 찍어댔다

언덕을 오르려는데 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랜 기간 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 때문에 나뭇가지가 아예 휘어버린 것이다. 비록 오래 전에 찍은 사진이라 상태도 좋지 않고 결코 잘 찍은 사진도 아니지만 내가 정말 정말 아끼는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보았을 때의 느낌을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ㅠㅠㅠㅠ


그리고 마침내! 절벽 위를 걸었다.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시야가 탁 트인 풍경을 보면서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바다도 있고 또 그 하얀 절벽이 아닌가..여름이었지만 영국 날씨의 특성상 아주 덥지도 않아서 걷기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사진에 아주 작게 보이는 저 사람처럼 절벽 가까이 가는 것은 사실 위험하다


나도 사진 찍으려고 좀 가까이 가보긴 했지만 정말 조심해야 한다. 내가 다녀오고 몇 년 후 한국인 여행자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를 보기도 했다. 석회암이라 비가 오거나 하면 지질이 약해지는 모양이다.

날이 비교적 좋았는데도 바람이 상당히 많이 불었다. 처음엔 언덕 개수를 세다가 나중엔 사진 찍고 놀면서, 또 어쩔땐 바람때문에 고개를 잔뜩 숙이고 걷느라 세는걸 잊어버렸다. 이 사진은 이스트본에 거의 다와서 브라이튼 방향으로 찍은 사진인데 이스트본이 가까워져 오니 일곱 언덕이 끝나가는것이 무척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절벽 근처의 물 색깔이 하얀것이 특이하다. 하늘도 바다도 파랗고 날씨도 좋아보이고 ..여행기 쓰다보니 다시 가고 싶어진다.


이스트본까지 다 쓰려고 했는데 쓰다가 지쳤어요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남은 휴일 마무리 잘 하세요~!


여행지 정보
● Brighton, 영국
● Seven Sisters Park Centre, 시포드 영국
● Seven Sisters, 이스트본 영국
● Birling Gap, 이스트본 영국
● Eastbourne Pier, Grand Parade, 이스트본 영국



하얀 절벽 위를 걷다 [Seven Sisters, Eng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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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절벽 끝에 누워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정말 완벽한 자연의 모습입니다^^

근처에 살면서 저 곳을 말씀처럼 유유자적 산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대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지네요. 한쪽으로 누운 나무는 압권입니다. ^^

너무 멋있죠 ㅠㅠ 표현할 형용사가 달리 안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첫 번째 사진.. 뭔가 잘려나간 느낌인데... 실제로 보면 장관일거 같습니다! 멋지네요.

그쵸 저도 대륙이 잘려나간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휴일 마무리 잘 하시고 내일도 화이팅입니다! ^^

아름다운 자연입니다. 좋은 경치도 좋지만 안전이 제일이죠. ^ㅡ^

그쵸. 자연 그대로 보존하려고 철책조차 없어서 방문자 스스로 더 조심해야 할듯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뭉쳐야뜬다? 던가... 티비에서 나오는걸 보고 멋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되네요^^

티비에 나왔었군요~ 다시보기로 보고 싶네요 ^^
응원해 주시고 팔로우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오후도 화이팅입니다!

매일 1포스팅 보팅남깁니다. 편안한 밤되세요~
오늘도 디클릭!

항상 감사합니다! 행복한 오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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