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러시아 내전 심포지움 참관기

in #wisdomandjustice6 years ago (edited)

러시아 내전이 발발한 지 100년이 되었다. 러시아에는 1917년 10월 혁명이 발생하고 바로 이어서 내전이 발생했다. 지금의 달력으로 말하자면 1918년 2월이 1917년 10월이다. 1918년이 러시아 내전이 발발한 지 100년이 된 것이다. 한국의 러시아 관련 소수의 연구자들이 모여서 러시아 내전에 관한 학술토론을 한다는 것이 매우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지내던 선생들이 참석을 권유해서 가보았다. 약 20년전에 러시아 내전에 관한 연구를 해 볼까해서 이리 저리 기웃거린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러시아 내전은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러시아 혁명이 발생하고 나서 러시아는 백군과 적군으로 나뉘어서 전쟁을 벌인다. 러시아 볼세비키는 러시아 혁명에 성공하자 독일과 바로 단독 강화에 나선다. 그것이 브레스토 조약이다. 러시아가 독일과 단독강화를 맺아 러시아와 같이 독일과 싸우던 연합국들은 러시아에 간섭을 실시한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 미국 등등 거의 모든 연합국들이 러시아의 백군을 부추겨 적군과 전쟁을 벌인다. 제정 러시아의 부활을 꿈꾸던 백군들은 연합국의 지원을 받고 1921년까지 전쟁을 벌인다. 결국 볼세비키들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내전에서의 승리로 비로소 러시아는 볼세비키 혁명이 완성이 된다. 혁명에 성공을 하고 나서 곧바로 내전의 늪에 빠져들었던 볼세비키에게 내전의 경험은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이후 소련을 이해하는데 내전은 빠질 수 없는 정치적 대격변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러시아의 내전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냉전기간 내내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 아는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내전의 와중에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영화의 고전이니 한번 볼만하다. 사랑과 운명이 인간을 어떻게 이끌어가는 가를 잘 알 수 있다. 영화에 눈이 오는 시베리아 평원이 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눈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실제는 핀란드에서 찍었다고 한다. 그말을 듣고 핀란드를 가보리라 했는데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다.

러시아에 대한 진지한 연구자들이 모였다. 그래봐야 몇명이 되지 않았다. 미일중러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가 주변국에 대한 연구에 대해 이렇게 소홀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몇몇의 선생들이 명맥을 이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 마음을 먹기도 했다.

러시아 내전에 대한 전문 연구자가 없다보니 당연히 연구의 성과도 미흡하다. 이번에는 관심을 가지자는 수준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일본사와 한국사를 연구하는 분들이 와서 발표를 했다. 일본은 러시아 내전에 3개사단을 파견한다. 그리고 당시 러시아 백군의 최대 군벌이었던 콜차크 제독을 지원한다. 우리가 일본을 정말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당시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지금 현재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해는 우리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자들의 발표를 보면서 러시아 내전에서 적군의 승리를 농민의 태도와 연관짓는 연구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단위의 연구를 하면 당연히 농민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혁명의 향방이 좌우된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사실 러시아 혁명에 관한 많은 연구 중에서 농민들의 태도를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 많았다. 농민들이 볼세비키를 지지하면서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역사에 관한 많은 연구자들이 농민들의 입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한참 지나서 보니 결국 러시아 혁명의 핵심적인 역할은 볼세비키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혁명가들이다. 농민들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들은 결코 동인이 되지 못했다. 농민들은 혁명의 과정을 보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달려갔을 뿐이다. 러시아 내전에서 농민들을 자신들을 대표했던 사회혁명당도 버리고 볼세비키에게 기운다. 그것은 그들이 볼세비키를 지지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농민들이 혁명의 승패를 좌우한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볼세비키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간 볼세비키들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발표내용중에 구제국 군대의 장교들 중 상당수가 적군을 위해서 근무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러시아 제국이 무너졌지만 구 제국군대에 근무했던 상당수의 장교들은 적군을 위해 투신했다. 그들은 볼세비키를 싫어했지만 주변국을 등에 업고 있었던 백군들을 더 싫어하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적군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민족주의의 영향으로 자신의 조국 제정러시아를 무너뜨렸던 적군에 근무하기를 서슴치 않았던 구제국군 장교 덕분이라고 할 것이다.

러시아 내전을 간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러시아 내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연구방법인 농민들이나 지역사적 연구에 앞서 간섭이라는 당시의 국제정치적 지형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심포지움에 참석해서 발표하는 것을 보다가 생각난 것을 정리했다.

Sort:  

a very interesting work sir,i support your works sir @wisdomandjustice

손꼽히는 강대국이고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온 나라인데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역사에 대한 관심이나 정보가 많이 적은것 같습니다.
이 나라의 역사도 부침이 많아 파보면 참 재밌을 것 같아요.

볼쉐비키도 중국 홍군처럼 결국 농민들에게 땅을주고 마음을 산 쪽이 유리해진 것이로군요

당신은 훌륭한 역사가입니다, 성공은 항상 당신을위한 것입니다 @wisdomandjustice

1차대전까지는 일본도 연합국쪽이었으니 백군쪽에 붙는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죠. 실질적으로 일본의 목적은 러시아의 혼란을 틈타 러시아 땅을 먹어보려고 했던거겠지만....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철수도 늦게했죠.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우네요:]

오늘도 또 배우고 갑니다! 항상 새로운것들을 올리시는 글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4
BTC 63815.31
ETH 3124.40
USDT 1.00
SBD 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