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3 (The man who has nothing goes to Ireland for working Holiday 3)

in #working6 years ago

날씨는 지랄 맞았다. 오자마자 추적추적 내리는 비랑 바람은 유럽에 왔구나를 실감시켜줬고, 어렴풋이 읽었던 블로그의 글이 떠올랐다. '날씨가 변덕스럽고 여름은 짧고 덥지않고 습한 날씨가 계속 된다. 옷은 방수 위주로 준비하는 것이 좋고...' 지금 겪어본 바로는 개소리 였다. 나는 블로그와 여러 카페에서 여름 옷은 안챙겨가도 된다는 말을 보고 여름 옷 몇 개 넣는다고 무거워지지도 않는데 그걸 뺀 내 행동에 후회하고 있다.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와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택시 승강장을 찾아갔다. Airbnb 로 시내 근처에 숙소를 잡아두었는데 거기까지 갈 생각이었다. 택시 기사에게 영어를 써야하는데 기본적인 표현을 몰랐고 My Destination is here. 이라면서 주소를 보여주었다. 택시 기사는 아는 척하더니 네비게이션을 돌렸고 그 길을 따라갔다. Could you take me here? this place? 라는 표현이 올바르다는 것은 후에 알게 되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내가 유럽에 왔구나를 실감케 하는 건물들의 연속이었다. 낮은 건물들과 유럽풍 건물들은 갖은 생각을 떠오르게 만들었고 나는 5일정도의 단기 숙소에 도착했다. 집을 구하는게 대체 뭐가 어렵겠냐 돈만 있으면 되는게 아니냐 라고 생각했고 여러 사람들이 집 구하기는 운이다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라고 했는데 대수롭게 생각 안했고 5일동안 발품을 팔면 집을 구할 수 있을거라고 나는 그렇게 외국에서 첫 오판을 내렸다.

한 달치 월세를 deposit (보증금) 의 개념으로 요구하고 또 한 달치를 내야하는 건 계산이 되었었다. 택시비도 염두했고 (21유로라는 어마무시한 금액은 생각도 못했지만) GNIB (현 IRP) 금액도 생각했고 . 모든게 다 내 생각 범주 안에 들어와있었고 계획대로 진행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산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생겨난 생각의 차이는 내 모든 계획들을 틀어버렸고 한 달안에 집과 일과 모든 것을 해결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할 준비를 해야겠다는 내 다짐은 박살나게 된다.

우선 숙소에 도착해서 이거 저것을 하니 저녁이 되었다. 밥을 먹어야했지만 취사는 어려워 보였고 할 줄 아는 음식도 없었다. 그래서 TESCO 라는 마트에 들려 빵과 쥬스를 사먹었다. 빵과 쥬스 가격 언저리에 고기를 파는 모습을 보고 나는 드디어 최저시급은 높고 물가는 낮은 천국에 왔구나 라고 생각했다.

점점 일기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각설하고 집을 구하게 되는 과정을 말해보자면, 아니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여유로운 기간이 필수라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홈스테이를 생각하지 않았었다. 왜냐면 그 한 달 가격이 씹창렬이었고 딱히 위치가 좋은 것도 아닌데 굳이 그래야 할까 싶었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홈스테이라도 했어야했다. 내 추천은 Airbnb를 출국 3~5달 전에 찾아 장기간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출국 직전까지 고민했고 결과적으로 숙소는 비쌌고 위치는 나쁘지 않았지만 기간을 길게 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2주 정도는 아무것도 못한다라는 가정을 하고 최소 2주 정도를 잡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적으로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대표적으론 Daft 다. 우리나라로 치면 직방 같은건데 중개인 없이 직접 연결하고 중개비 같은게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 페이지, 사람들이 많이 찾고 많은 매물이 올라오고 바로 연락이 된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모든 방법에는 각각의 장 단점이 있다는 걸 생각해야한다.

집 구하기 전에 집에 대한 생각과 이쪽에 사는 사람들이 집을 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알아야한다. 나는 직방과 다방을 통해 원룸팔이들과 부딪히며 허위매물과 싸우며 집을 구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일단 생각과 개념이 달라서 그런 지식은 쓸모가 없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원룸팔이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물론 이 원룸팔이 이야기도 보증금 빵빵하고 집에서 월세 내주는 사람들을 위한게 아닌 최저금액으로 어떻게든 서울에서 집을 구해야만 했던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다. 일단 아일랜드 더블린은 집 값이 비싸다. 사람들은 미어터지는데 집은 한정적이고 만약 더블린에 도착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집이 다 높지가 않고 아파트 처럼 다가구 주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지옥이다. 집세의 가격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 다른 사람들 말에 의하면 작년과 올해의 금액이 계속 차이가 나며 오르는 그런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영어도 못하고 돈은 조금 있고 직업도 곧 찾을 예정인 아무것도 없는 외국인이 집을 구한다고 생각해야한다.

집 하나에 여러명이 방을 갈라 쉐어링을 하는 게 흔하다. 그리고 돈만 맞으면 들어갈 수 있지않느냐가 아니라 심사를 당하는 느낌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대부분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경우 집의 성격 (파티를 좋아한다던지, 조용한 공간을 추구한다던지) 라는게 있기 때문에 면접 보듯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집 구하는 사람을 찾는 개념이라고 봐야한다. 그러니까 똥꼬를 빨아야한다는 거지.

1차적으로 이런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그걸 기반으로 성격 직업을 본다. 그러니까 직업이 있어 집세를 낼 수 있는지 그리고 성격이 어떠해서 같이 살기에 적합한지 같은 것들. 영어를 통해 소통을 할 수 있는지 (무언가 대화할 일이 생기면) 기간은 언제까지 지낼 수 있는지.

더 빡치고 힘든 건 이런 상황을 뚫고 경쟁에 우위를 점한다 하더라도 니가 집이 마음에 드냐는 점이 중요하다. 내가 이 집이 마음에 들지만 들어갈 수 없고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데 집이 거지 같을 수도 있다. 완벽한 매칭이 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과연 짧은 시간 안에 될까? 나는 이걸 생각하지 못했다.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나에 대해 설명하고 그 사람이 1차 서류전형을 통과시켜 viewing ( 뷰잉) 을 시켜주면 가서 구성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집을 둘러보는 면접을 진행하는데 나 혼자가 아니라 다른 옵션들 (다른 사람들)도 같이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리고 알랑방구를 오지게 해제끼고 결과를 기다리는 게 집을 구하는 과정이다.

내가 생각한 조건 (도심지에 가까운지 아니면 위치가 어디인지, 가격은 얼마인지, 방은 혼자쓰는지 같이 쓰는지, 화장실은 개인인지, 집에서 몇명이 지내는지 월세는 얼마인지, 집주인은 같이사는지, 기간은 언제까지 가능한지, 입주는 언제부터 가능한지.....등등) 을 다 따져가며 집 매물을 찾으면 매물도 적어지는데 거기서 걔네 마음에 들어서 1차적으로 통과해야하고 가서 집 뷰잉하면서 알랑방구를 껴야하고 그 와중에 집 컨디션이 내 마음에 들어야하는 이 과정. 나는 5일만에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병신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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