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2] 알흠다워야 하는 날에 먹은 곰치국

in #zzan5 years ago (edited)
2019년 10월 2일, 비가 오는 날에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들

비가 많이 온 날이다. 태풍 하기비스가 지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는 내렸고, 1시에 수업을 마쳤고, 주섬주섬 정리해서 안양에 산다는 현재와 지도 학생인 혜림이와 수빈이가 나를 도와주었다. 교무처장님과 산불 동지 교수님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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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 속에 묻어두어야 한다.
여전히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비트겐슈타인>


시원한 곰치국 한 사발 먹고

추운 날 먹으면 맛이 더하다는 삼척의 별미 곰치국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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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는 살이 물러 냉동 보관할 수 없어 산지에서 먹을 수밖에 없는 생선이라고 한다.
곰치는 비린 맛이 없고 육질이 연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흐물흐물하다), 비린 맛은 없지만 그렇다고 생선 맛이 출중하지도 않아 묵은지와 함께 국을 끓여 먹는 생선이라 한다.
곰치는 물속에 빠지면 텀벙텀벙 소리를 내어 '물 텀벙'이라고 부른다.

곰치국은 바다로 일하러 나간 어부들이 고됨을 달래려 한 두잔 걸친 술을 빠르게 깨기 위하여 바다 가운데서 마시던 해장국이라 한다. 주머니에 돈이 떨어진 2003년 즈음 어느 날, 사이버알엔을 같이 하던 후배 지숙이와 소주 한 잔 마시고 먹었던 쌀국수 국물 보다 더 나은 해장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지숙이는 잘 살고 있으려나......)

마지막 1초라도 최선을 다하고 끝내는 알흠다운 마무리를 보여줘.

알흠답게 우리 학생들과 요즘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포스팅 중에 갑툭튀, 우리 심심한대 뽀뽀나 한번 할까? 대사를 나오게 했던 상황), 내가 할게 하며 그렇게 알흠답게 최선을 다하고 보내고 난 후, 나는 곰치국을 먹었다. 시원하게!


강원도 그리고 삼척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폭우가 쏟아지는 진회색 안개 낀 삼척 고속도로는 아주 컴컴했다.
나와 같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에 속도가 빨라야 시속 80km 정도 속도였다.
많이 어두웠다.
세차게 내린 비는 고속도로 위 야트막한 웅덩이에서 성깔을 부리며 차를 후려쳤다.
성깔 있는 비가 내렸나 보다.

아무것도 모른채, 태풍이 오는 줄도 모른 채, 강원도에 더 집중적으로 폭우가 쏟아졌다는데 그것도 모른 채, 목을 있는 대로빼 운전대에 올려 초집중하여 차를 몰았다. 그렇게 서울에 도착하니, 서울은 내게 '안녕, 어서 와, 오는 동안에 무슨 일 있었니?'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서울은 강원도와 달리 조용히 가늘게 비가 내렸다.

2019년 10월 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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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 어울릴 음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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