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수필] 나 때문이야?

in #zzan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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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왜 회사 가?"

둘째가 묻는다. 회사와 맺어진 계약관계부터 설명해야 할지, 돈이나 자본주의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내젓고는 최대한 아이 수준에 맞춰 대답했다.

"윤이랑, 율이한테 맛있는 거 사주려고 그러지. 아빠가 회사에 가서 돈을 벌어야 사줄 수 있으니까."

내 말을 듣더니 아이는 금세 울상이 되었다. 응? 왜 그러지? 내가 말실수했나? 아니면 정말 처음 생각했던 대로 말해줬어야 했나? 혹시 내 아이가 영재?!!! 는 물론 아니다. 어쨌든 내 답변에 문제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아 둘째 언어 전문 통역가인 첫째에게 물었다.

"모르겠는데?"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답하는 첫째의 시크함. 미안하다. 그림 그리는데 물어봐서. 흠... 히든카드가 통하지 않는다면 정면돌파밖에 답이 없다. 조심스레 둘째에게 물었다.

"나 때문에 아빠 회사 가는 거야? 나는 아빠랑 맨날 같이 있고 싶은데......"

아......
아이는 자신을 위해(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아빠가 회사에 가는 것으로 오해했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상관없이 아빠랑 함께 있고 싶은데, 자신이 괜히 욕심부려서 그런 게 아닌지 자책하는 듯했다. 어쨌거나 내 의도와는 다르게 아이한테 책임을 전가해 버렸다. 철새처럼 주말에만 잠시 들렀다 떠나는 건 난데...... 미안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었는데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아이처럼,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내뱉어지지 않았다. 조심스레 아이를 안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일을 한다고 알려 주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해서 일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일할 때는 아주 기쁜 마음이라고 속삭여주었다. 마치 아빠가 가족들을 떠올리며 일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주 잠시 투정 부리던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기차게 뛰어다녔다. 뒤끝 없는 아이 모습에 다시금 여유를 찾았다.

오늘만큼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적이 없었다. 어서 빨리 꿈을 이루고 아이가 원할 때 함께 있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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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를 위해 회사에 가는걸 아이도 곧 알게 되겠죠^^

아이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심쿵할만큼 사랑스러운 멘트를 해주는 이쁜아이네요~^^

멋진 아빠시네요 눈물이 나네요

부자 아빠가 되고 싶은 이유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사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할 때 함께 있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기 때문이라~ 역시 멋진 아빠 이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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