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8일 일요일ㆍ아몰랑 일기

in #zzing5 years ago (edited)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누워서 계속 뒤척이고, 생각하고, 꿈꾸다가 결국은 일기를 써보기로 한다. 잠들기전 남편과 다툼이 있었다.

여러가지 이해를 위해 인터넷도 찾아보고 글들을 읽어봤지만 역부족이다. 나는 늙어서도 절대로 살찌지 않고, 절대로 평화롭게 살아야지 하고 다짐하는 것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화를 참기위해 먹거나, 화를 참지 않기 위해 짜증을 내는 하루하루가 지나갈 뿐이다.

요즘 짜증이 많이 늘었다. 어느정도냐면 남편이 누워있는 꼴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서로가 서로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상황이 겹겹이 쌓여서 어떤 덩어리를 만들어낸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로에게 이토록 날카로울 수가 있나.

그나마 다행인건 싸운건 그날 바로 풀어서 다행이긴 한데 문제는 나의 화가 점점 커진다는 것. 오늘은 결혼하고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남편에게 화가 났었다. 샤워하고 나오니 첫째에게는 내폰으로 동영상을 틀어줬고, 둘째는 배고픔에 울다지쳐 흐느끼고 있었다. 이렇게만 서술하면 공평하지 않으니 사실을 제대로 적어보자면 평소 나의 샤워시간은 30분 이상이 걸린다. 샤워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기가 운다고 말하기에 분유를 주라고 했고, 얼마 되지 않아 분유를 안 먹는다고 했다. 시간을 보면 수유시간이니 다시 먹여보라고 했다. 아기가 분유를 안 먹는다고 했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생각해보니 요즘 한창 4개월이 지나서 한창 손을 주체 못하고 보이는건 꽉 쥐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수유중에도 분유병을 자기 손으로 밀어내고는 운다. 그래서 다시 분유를 주면 먹다가 또 손으로 밀어낸다. 운다. 그것의 반복이다. 어느정도 자기손을 컨트롤 할때 까지 손을 결박하고 수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을 결박하고 먹이라고 했는데 또 안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 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그 꼴이었다. 본인은 회사에서 일을 한다기에 그럼 가사일은 내가 할테니 육아는 반씩 부담하자고 했었고, 그는 수긍했다. 그런데 매번 어린 둘째 수유를 부탁하면 번번이 안먹는다.는 이야기만 할뿐 노력하는 자세가 없다. 결국은 내가 또 수유하고 그는 보기 편한 첫째와 말장난을 하거나 먹을껄 던져주고 누워서 폰만 하고 있다.

그 작태를 몇 개월간 지켜보다 보니 오늘의 '줘도 안먹는다.'는 그 말이 도미노의 첫 스타트처럼 잠자던 나의 화를 끌어올렸다. 개정색하며 쳐다봐주다가 수유하는 자세를 가르켜줬다. 아기 안는 것 부터가 어색한데 수유자세는 또 얼마나 어색한가. 하기 싫어서 영혼도 없는 제스쳐만 뻣뻣하게 흉내내다가 이내 또 '줘도 안먹잖아.'하며 아기를 내려놓고는 또 폰을 하고 있다.

그때부터 서로 말로 치고받은거 같은데 계속 서로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에서 그가 청문회라고 생각하고 본인이 10분동안 자기말만 하겠다고 해서 들어보라 한다. 가서 저놈의 머리칼을 싹 다 뜯어버리고 싶었지만 들어보니 그는 요즘 회사일로 너무 피곤하다고 한다. 그러더니 항상 나의 약점처럼 등장하는 말이 또 나온다. 첫째가 키 작은것은 흰 밥을 3끼로 충분히 먹지 못해서 그렇다는 말을 또 시작한다. 그리고 또 등장하는 말. 아침, 저녁 아이에게 먹인 식단을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라고 한다. 아이를 굶기는거 아니냐고. 본인은 갓난아기 굶겨놓고 첫째 굶을까봐 난리네.

이보세요. 저희 딸 태어났을때 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마른적도 없고 몸무게는 평균이거나 그 이상이었네요. 먹이면 뭐하나 옆으로만 퍼지고 위로 안크는데. 걍 유전이라고 해도 안 믿네. 내가 보기엔 유전같은데. 요즘 우리 부부의 핫이슈는 키작은 첫째에 대한 의문점이라서 매번 다툰다. 남편은 어떻게든 많이 먹이라고 하고 나는 유전이라고 받아친다. 우리 부부의 싸움의 종착역은 항상 첫째의 키다.

또래 평균보다 2cm작은 우리 첫째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싶다. 왜 우리 부부의 딸은 남의 딸들보다 2cm 작을까요? 백분율 25%인 저희 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요. 남편말대로 3끼를 밥으로 안 먹이고 불량엄마가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먹여서 그럴까요. 아니면 밤 10시넘어 잠이 드는 우리 부부 둘다 문제인걸까요. 아이를 키우면서 어느정도 다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아이 인데도 키로 스트레스 받는데 남자아이가 우리 딸 키였으면 아주 난리가 났겠어. 으.

이래서 차라리 회사에서 일하는게 나은 거 같다고 하나보다. 가정과 육아에 문제가 생기면 100% 내잘못이 된다는게 분하다. 다치고, 아프고, 문제가 생길때 마다 그걸 이슈로 싸우는데 ... 정말이지. 이 싸움은 아이가 또 아이를 낳아도 끊이지 않을거 같다. 그때는 또 그때의 이슈가 있겠지. 취업, 결혼, 성격, 성적, 친구 뭐 하나 걱정되지 않는게 없고 이슈의 범위는 너무 다양하다. 얼마전에는 이마에 흉터 지금은 2cm키로 싸우고 자빠졌네.

사회생활을 하며 인내하는 법을 진정으로 깨달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네. 이것은 더 한 시련이로고.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 언니의 말이 생각난다. 그냥 남편이라는 존재는 우리 가족에서 없다고 생각하고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그렇게 볼때마다 아이둘을 데리고 홀로 이리저리 다니던 언니도 결국은 퇴사를 하더만. 왠지 내년에 복직하는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해도 그는 달라지지 않을 거 같다. 그가 육아휴직을 하면 나는 일하러 가버릴테다. 밤마다 아이 둘이 동시에 우는 헬을 겪어보게 해주고 싶다.

그래도 남편에게서 좀 대단한 점은 있다. 절대로 회사생활 이야기로 힘이 든다는 말을 안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로 보면 남편에게 이래서 저래서 힘이 든다며 찡찡대는 반면에 그는 회사에서 힘들법한 시기인데도 묵묵히 다니고 있다. 어쩌다 한번씩 지나가는 말로 한두마디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 가볍게 이야기만 하는 정도. 나는 저렇게 워라벨이 안되는데... 회사에서 치욕적이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밤새 씩씩거리는 스타일. 용케도 아직 회사생활 중인 다혈질 인간. 쓰다보니 지금 2cm 키 문제가 아니라 내년 복직이 두렵네. 아놔. 후배들 사이에서 쭈구리 시기를 또 겪어야 하다니. 아이 둘의 임신과 육아휴직 시기 덕분에 나의 후배느님들이 더 높이 높이 올라가 버리셨다. 그래서 첫째 육휴 끝나고 갔더만 내가 그네들에게 지시받고 허락받아야 하는 상황.

차라리 아예 타부서로 가버리면 나을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모르는 후배에게 한마디 듣는것과 완전 아기아기할때부터 봐왔던 후배에게 눈치받으며 넌지시 한마디 듣는건 완전 느낌이 다르다. 그것도 그녀가 관리자라면 ^^;;;)도... 도망치고 싶네? 아오. 회식 째면 쨌다고 뭐라하고 막상 참석하면 지들끼리 쑥덕대면서 무슨... 벌써부터 생각만해도 스트레스. 진정한 발암이 이거였네. 아무튼 휴직하고 돌아오면 내 자리는 당연히 없고, 배치도 지들맘대로. 이래서 전문직이 좋은 것이여. 일개미는 오늘도 눙물을 흑흑.

아는 언니 로또 번호 점지해주는 서비스 받고 있던데. 50만원인가 주면 전화로 번호를 찍어준다. 나도 그런거나 하나 해서 로또 1등되면 이딴 걱정도 빠밤 없어질텐데. 언니는 그렇게라도 꾸준히 받아서 로또를 사는 것이 안하는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내가 보기에는 그저 맨땅에 해딩하는 걸로만 보인다. 웃긴건 나같은 인간들이 뜻밖에 그 언니가 진짜 로또에 당첨되면 몹시도 배아파 한다는 것이다. 역시. 투자든 로또든 하지도 않고 그저 입만 살아서 뛰어댕기는 인간들은 꼭 있다.

아무튼 오늘도 내 입장에서만 서술한 일기였다. 확실히 글이라도 쓰면 뭐랄까. 대나무숲에 고함친듯이 좀 나아진다. 쓰다보니 복직이 제일 무서운거 였다는 결론을 얻었다. 내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남편도 일기나 좀 썼으면 좋겠다. 간간이 들여다보고 심리상태라도 좀 파악하게. 아무튼 오늘 또 뒤숭숭한 꿈꾸고 전날 싸운거랑 합쳐서 잠을 설쳤더니 밤 샜네. 밤 샜어. 나는 이따만큼 스트레스 받는데 잘도 자는 남편을 보니 또 화가 날려다가. 날려다가 강냉이 먹고 푼다. 요즘 강냉이 아저씨 ㅠ.ㅠ)장사를 접으신거 같음.......안보임........ㅠ.ㅠ)엉엉 그래서 ..... 11번가에서 강냉이 4kg짜리 주문해서 받았다. 성인어른 반만한 강냉이를 보고 있자니 앞으로 몇 주간 간식걱정은 없겠다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얼마나 많은지. 퍼도 퍼도 줄어들지 않는 강냉이여~~~~ 오오오~~~대용량 강냉쓰. 오늘은 뭘할지 모르겠네.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다면 어디 산에나 놀러가자고 해야겠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에헴.

아몰랑
벌써 아침 6시 반이로군. 갑자기 피곤하네. 다시 읽어보고 글수정 해야되는데 못하겠다. 자야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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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해주십시요 스골님

ㅠㅠ 역쉬... 예상했던대로.. 둘째 놓고 초반에는 힘듬의 연속이여라~~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고 있는 것도 확실하고.. 구구절절 얘기해도 이미 현재 상대방의 상태는 메롱임에 틀림이 없으렸다!!

이~~ 애들 둘 키운 인생 슨배의 생각에는 말이쥐... 시간만이 해결을 해주리라.... ㅠㅠ 애들 어렸을땐 어쩔수 없는것 같다요리요리요!!

그래도 남편이 노력은 좀더 해줬으믄 좋겠구먼!!!!

그나마 나는 애들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기저귀 갈고는 혼자서도 잘했는데 말이다!!

돈때문에 싸웠던가 나는... 나는... 코인도 한몫 했고...

뭔가 댓글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하긴 하는디... 뭐 모리긋고..

지금은 누구나 힘든 시기이니.. 부디 힘을 내시라는 말을 하고싶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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