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6 days ago

하찮은 것들에게는
이름 앞에 개자를 붙였다
개살구, 개복숭아, 개똥참외
개 같은 놈이라는 말도 했다

이름에 똥이이라는 말을
송편 소처럼 넣고 있는 꽃도 있다
애기똥풀,
똥 치고는 너무 이쁜 똥

더 예쁜 똥도 있다
마주 보고 파뿌리가 된 남편도 몰라보고
아들 딸도 몰라보면서
틈만나면 숨어서 매화를 친다

image.png

애기똥풀이 하는 말/ 정일근

내 이름 너희들의 방언으로
애기똥풀이라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몸 꺾어 노란 피 내보이며
노란 애기똥을 닮았지, 증명하려고는 마
너희들이 명명한 가벼운 이름, 더 가벼운 손짓에
나는 지금 상처받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어
너희들 속에 생명이 있다면
내 속에도 생명이 있고
너희들이 이 땅에 존재한다면
나도 이 땅에 존재하고 있어
이제 우리 서로 지켜보기로 해
내 너희들에게 착한 자연이 되듯이
너희들도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줘
너희들의 방언으로 내 이름 부르기 전에
이제는 내 방언에 귀 기울여줘
내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너희들의 이름 부르고 있는지 아니
귀 기울여줘, 내가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친구라고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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