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0 days ago

거무칙칙한 옷으로 겨울을 난 산이
새록 새록 고운 옷도 벗어놓고
초록으로 너울을 쓰는 모양이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찔레꽃 하얗게 지는 기슭에서
뻐꾸기가 울고
고라니는 새벽마다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 눈에 띄기 전
비탈길을 뛰어가는 것을 보면
예삿일은 아닌 것 같다

송홧가루 노르스레 날리는 골짜기
까투리는
가슴팍이 허술하게 털이 빠지고
청설모도 부리나케
아름드리 나무를 오르내리는 걸 보면
무언가 비밀을 만들고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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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함민복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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