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향의 광대 나물

in #avle-pool19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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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은 비가 많다. 토요일에도 비가 왔고 부처님 오신 날에도 비가 올거라고 한다. 매년 이 맘 때 감자순을 자르고 텃새풀을 제거하면서 두둑을 덮어 줄 때 메마른 땅이라서 먼지가 날렸지만 올해 감자 심은 뒤 매번 땅이 축축하게 젖어있다. 비가 많이 오니 텃새풀이 보통 많이 자라는게 아니다. 해질 녘즈음 갈까 말까 100번즈음 망설이다가 밭에 왔다. 오늘 안 오면 주말에 가야 하는데 짐승 같은 텃새 풀 응징하려다 기가 질려 포기하고 싶지 않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감자싹 사이에서 배시시 빼꼼하게 드러낸 광대 나물은 다른 놈들과 달리 영리한 편으로 세심하지 못하거나 게으른 농사꾼의 표적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나의 매서운 눈을 피할 수 없다. 초록 풀 사이의 붉은 빛 점의 악센트로 어쩔 수 없이 들켜버린다. 게다가 광대 나물과 다른 텃새 풀이 제거될 때 흙 범벅된 뿌리 혼합 뭉탱이에서 퍼지는 알싸하면서 시원스런 땅콩 향의 쾌락 때문에 피해갈 수 없다. 물론 감자 주위에 있는 풀들은 보이는 족족 뽑히니 쑥쑥 자라는 강한 생명력으로 저항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광대 나물에게서 땅콩 향이 나는 것은 아니다.


甲辰農記


밭을 갈며 | 말미잘 감자 모종 심기?| 수줍은 꽃마리 | 감자와 완두콩 싹 | 쪽파 수확 | 텃새 풀의 시즌 | 이길 수 없는 싸움 | 땅콩 향의 광대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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