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행운목 한 토막을 건네는 손은
전생이 나무라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
중2병을 앓는다는 조카녀석의 이마처럼
툭툭 불거진 자리에서 잎이 나오기까지
남은 생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손가락 사이로 무수한 시간은 빠져나갔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꽃이라고
사진속에 행운목 꽃이
욕심에 불을 붙였다
제 때 물을 주고
드나들 때마다 들여다 보며
꽃을 피우고 말겠다는 열망이 타는 냄새가
집안 구석구석을 채웠다
행운목/ 유홍준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고작
한 뼘 길이라는 생각
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
한 그루 삶의
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
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거라는 생각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걸
발견하는 거라는 생각
그리하여 울며 울며 그 나무를 다시 삶의 둑에 옮겨 심는 거라는 생각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집집마다
수반 위에 올려놓은 토막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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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목꽃 향이 잡힐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