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삼킨 이야기(2)

in #bus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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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가뜩이나 무거운 문이 바람의 힘을 받아 더 세게 닫히면,
집안을 감싸고 있던 적막이 부스스 고개를 든다.

종일 몸을 웅크린채 나만 기다렸을 숨막힘과 눈이 마주칠 세라 꾸벅 고개를 숙인다.
뻣뻣한 머리카락이 볼을 긁어내리며 한 방향으로 향하면,
그 끝에 작은 구멍이 생기기 시작한 운동화가 보인다. 고개를 들어 거울 속 나를 본다.

가만히 손을 뻗어 거울을 문질러 본다. 지워질 리 만무한 내 모습 위로 얼룩이 덧대어 질 뿐이다.

냉장고를 열어 아침에 먹다 남은 카레를 꺼내 뚜껑을 연다. 차가워진 노란 덩어리가 푸딩처럼 탱글하다.
차가운 이상으로부터 분리되어 현실의 녹록찮음에 맞딱드린 카레 그릇의 눈물이 식탁을 적신다.
나는 울지 않는다.

창밖에는 어둠이 내리고 있다.
이따금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가 시간이 멈춰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나는 뭘 해야 하지?
무릎을 당겨 그 위에 턱을 괸다. 지나온 시간과 지나갈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어제도 나는 혼자였다. 그전 날도, 그전 전 날도......
오늘의 나도 혼자다. 내일의 나는......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이 무겁다.
어디선가 고함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 바닥을 구르는 소리.

하지만 이미 잠의 세계에 빠진 나에게 그 소리는, 먼 데서 들리는 북소리처럼 둥둥 울릴 뿐이다.
그저 지금은 어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여자의 이야기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지금 나 무시하는 거냐고 이 빌어먹을 년!."
술기운이 도는지 남편의 입이 슬슬 거칠어질 기미를 보인다. 그의 씩씩대는 숨결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일어설 타이밍을 계산한다.

'이제 한 마디만 더....'

기다렸단 듯 남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지 새끼 잡아먹은 년아!"
욕설과 동시에 남편이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술병을 높이 쳐든다. 병 속에 남았던 알콜이 팔을 타고 가슴까지 흘러 꼬깃한 셔츠를 진하게 물들이고 있다. 그 흐름을 마른 눈으로 쫓는다.

느릿한 걸음으로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다.
기다린다.
견딘다.
버틴다.
어서 이 시간이 지나기를.

병이 깨지는 소리, 머리를 바닥에 찧는 소리...짐승처럼 울부짖는 소리.
이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실의 풍경들. 나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컹컹,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밤.

나는 감히 내뱉을 수 없는 울음을 명치 끝에 쌓는다.
조여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꺽꺽대는 숨만 내뱉는다.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그 날, 그 시간, 그 순간, 오늘도 어김 없이.


7년 전,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그 시간을 기억한다.
종일 머리 위에 뜨겁게 내리던 태양이 마지막 남은 빛을 모조리 토해내던 시간,
그 빛이 만들어낸 주황색 꼬리가 기다랗게 늘어져 이 집의 현관을 두드리던 순간을.

지금은 남편이 된, 당시에는 예비 신랑이었던 남자의 손을 꽉 쥐어 그의 시선이 나에게 향하도록 한 뒤,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 집이야."

우리의 결혼 생활은 시작됐고, 여느 신혼부부와 마찬가지로 행복한 날들이 쌓여 갔다.
함께있다는 즐거움, 그 즐거움이 또 다른 즐거움을 불러와 우리의 일상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디디엘엘입니다.

어제 시작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는데...
이런 저런 생각에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니, 처음 의도한 바와 다른 내용으로 전개가 되고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왜냐하면...미리 구상할 시간은 없고 ,
마치 인스턴트, 3분 요리처럼 아이들이 낮잠자는 1시간 반동안에 생각난대로 쓸 뿐이어서요
그래서 다음 날 읽어보면 좀 낯 뜨겁긴 해요;;

그래도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니 힘을 내서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제가 왜 시작했나 모르겠어요..ㅎㅎ;;;)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달팽이가 삼킨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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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소설을 구분 못하고 있습니다.
소설이 아닐때 줄2개 부탁드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고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색하다는말. 이해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디디엘엘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유케케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풋살 밋업 가시나요?

아뇨... ㅋㅋㅋㅋ 차라리 농구밋업있음 가고싶네요 ㅋㅋ

무슨일이 있었기에 이토록 슬퍼졌을까요
다음회 기다려요
작가님 화이팅♡

ㅠㅠ얌얌님 감사해요♡♡♡

디디엘님 정상포스팅을 오늘 처음 보는 느낌입니다.
편하게 쓰세요. 쓰다가 안돼면 멈추시고
새로운걸 쓰시고.. 괜찮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잘읽었습니다.

전 갑자기 이상한 내용이 나와도
갑자기 끊겨도 다 괜찮습니다.<단련된 정신>

카카님...ㅎㅎㅎ
정상 포스팅..ㅎㅎ
저는 오늘 카카님의 댓글이 너무 좋아요
큰힘이 됩니다
편하게 써나갈게요
정말 감사드려요!!

네.. 이게
스트레스가 되면 좋은글도 안니오고
결국 포스팅도 부담스럽지여
응원.. 응원합니다

항상 편하게 하세요
띨띨님 사랑하는 사람들이 스팀잇에
엄청 많잖아요. ㅋ

재미있어요~
힘들어도 계속 써 주세요 ^^

옐로캣님 감사합니다 언제나♡

막히면 막히는대로 천천히 가다 보면 디디엘님만의 멋진 글이 나오겠지요(지금도 충분히 멋진 글입니다^^)화이팅!!

(3)도 곧 나오죠?
틈틈이 쓰시는 글치고는..
빠져들게 하는 그 힘이 대단 한데요.? 멋지세요!!

잘 읽었습니다.
원래 쓰면서 정리 하는 것 아닌가요? ^^

새끼 잡아 먹은 년이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예전 드라마 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인데...
오늘도 즐거운 하루...
도담이와 랄라는 아프지 말고 잠 잘자기...

잘 읽었어요~

이야기는 네 맘속에 있다...
키보드는 거들 뿐...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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