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기불공 시오유소불가공(無恃其不攻 恃吾有所不可攻)

Book Reviewer @ilovemylife입니다.

손자병법 구절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무시기불공 시오유소불가공(無恃其不攻 恃吾有所不可攻也), “적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지 말고 적이 공격할 수 없도록 내게 태세가 갖추어졌다는 것을 믿어라”라는 뜻입니다.

1,2차 북미회담이 이루어지는 동안 한반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남북의 군인들이 함께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비무장지대 내 지뢰지대를 개척하고,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마주보던 GP를 시범적으로 폭파 해체하고, 한강 하구의 수로도를 함께 제작하는 등 평화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가 연례적으로 해오던 연합훈련을 축소 또는 잠정 유예하고,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취소하는 등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물론 트럼프 입장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연합훈련을 달갑지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핑계거리를 찾은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올해 예정되어 있던 키리졸브 및 독수리훈련은 기존 4주에서 1주로 축소했고, 특히 독수리훈련은 예년에 사단급 규모로 치르던 것을 대대급 규모로 대폭 축소해서 시행했습니다.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명확한 입장을 내기도 전에 너무 서두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2번째 북미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시점에서, 더욱 우리의 행보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저 만의 기우가 아니기를 바래 봅니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담보해주어야 합니다. 동시에 북한도 한국과 미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증거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지 말고, 우리에게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수 없도록 하는 태세가 갖추어졌음을 믿기 위한 대책이 강구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신적인 이완입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군의 대비태세가 흐트러져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전 세계의 비핵화 노력 덕분에 긴장이 완화된 지 거의 1년이 넘었습니다. 군의 특성상 1년이면 병력의 절반이상이 교체됩니다. 군에서는 제대로 된 대비태세를 강구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혹여나 일반사람들과 같이 평화 분위기에 취해 자신들의 임무를 망각하지는 않았는지 다소 걱정이 됩니다.

是故(시고), 智者之慮(지자지려), 必雜於利害(필잡어이해). 雜於利而務可信也(잡어리이무가신야), 雜於害而患可解也(잡어해이환가해야). 是故(시고), 屈諸侯者以害(굴제후자이해). 役諸侯者以業(역제후자이업), 趨諸侯者以利(추제후자이리), 故用兵之法(고용병지법), 無恃其不來(무시기불래), 恃吾有以待之(시오유이대지). 無恃其不攻(무시기불공), 恃吾有所不可攻也(시오유소불가공야).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의 생각은 반드시 이로움과 해로움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로움 속에도 해로운 면이 있음을 안다면 하는 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해로움 속에도 이로운 면이 있음을 안다면 가히 근심을 해결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접 제후를 굴복시키려면 해로움을 보여 주어야 하고, 인접 제후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일을 주어야 하며, 인접 제후를 따르게 하려면 이익이 되는 것을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용병의 방법에, 적이 오지 않을 것이라 믿지 말고 나에게 적을 대비하는 만반의 태세가 있음을 믿어야 한다. 적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 말고, 나에게 적이 공격할 수 없는 태세가 되어 있음을 믿어야 한다.

이 문장에서 손자는 고도의 지력을 갖추어 임기응변에 능한 용병가의 용병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용병가는 적과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이 갖고 있는 이점과 손해를 면밀히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손자가 강조하는 것은 적이 아측의 희망대로 움직여 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평화의 길, 다소 힘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부가 자신 있게 그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은 국민적인 지지, 그리고 튼튼한 국방력입니다.

이상 Book Reviewer @ilovemylife였습니다.

참고문헌
손자지음, 손자병법, 김광수(역), 서울: 책세상, 2000
손무지음, 노양규 옮김, 365일 손자병법, 서울: 신한출판사, 2007
손자, 손자병법, 이현서(역), 서울: 청아출판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