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i 13

in #esteem6 years ago (edited)

새벽에 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지금은 햇빛이 눈부시다. 오늘도 덮다. 폭염 경고 문자가 왔다.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 쉬는 날엔 집에만 있는다.
택시에서 일할 때는 종일 에어컨을 켜고 다니고 택시에서 거의 내리지 않는다. 가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데 덮고 습한 바람이 훅 들어온다. 운전하다가 가끔 내려서 몸을 좀 움직여 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차안에서 내리지 않고 6시간을 버틴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 몸에 이상 신호가 와야 뭔가 생각하게 된다.
요즘 뱃살이 늘고 있다. 운동을 전혀 안하고 계속 앉아서 일해서 그렇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다. 팔굽혀 펴기와 윗몸일으키기다. 한 번에 20개씩 하고 나면 지쳐 떨어진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낮에 어떤 외국인 남녀가 택시에 탔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내가 물어 봤는데 처음엔 어느 나라인지 내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에 구글을 띄우고 니네 나라 이름을 치라고 했더니 '룩셈부르크'였다. 그들이 말하는 룩셈부르크 발음을 내가 알아듣지 못한 것이었다. 그들 발음으로는 '럭셈버그'라고 소리내니 내가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라고 한다. 인구가 60만명이라니 아주 작은 나라다. 제주도 인구보다도 적다.
그들이 택시에 타고 나서 한동안은 아무말이 없었는데 내가 먼저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자 그때부터 그들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제주에는 '제주국제관악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왔다고 한다. 그들은 뒤들랑주 시립관악단의 멤버로 축제에 참가하고 공연을 하러 온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일정을 확인해보니 오늘 저녁(12일)에 탑동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 한번 가볼까?
주말 오전엔 차가 확실히 적다. 출근을 안하기 때문이다. 평일엔 출퇴근하는 자가용들이 많기 때문에 제주 시내도 교통정체가 일어난다. 차가 막히면 낭패다. 승객이 없을 때는 어떻게든지 정체가 없는 곳으로 도망간다.
퇴근 시간에 친구로 보이는 두 남자가 택시에 탔다. 한 명이 먼저 타고 다른 한 명은 가다가 다른 곳에서 탔다. 둘의 직장은 다른 곳인데 비슷한 업종에서 일한다. 타이어 가게다. 오늘 몇 개를 갈았네, 어제 몇 개를 갈았네, 하며 일의 강도를 그날의 타이어 교환 갯수로 가늠한다. 어떤 손님이 포르쉐를 타고 왔는데 점장이 다른 사람은 손도 못대게 했다, 타이어 값이 200만원이 나왔다, 포르쉐 주인이 중국 교포였다, 어제는 출근하는데 늦잠을 자서 아침에 겁나게 뛰었다, 무료 워셔액을 넣어주는데 맹물에 변기에 쓰는 파란 것을 넣은 파란물을 넣어준다, 뭐 이런 별별 얘기를 다 듣는다. 사적으로 은밀하게 전화하는 남자도 있다. 전화를 하는데 너무 작은 목소리로 해서 무슨 말인지 나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는데 '사랑한다'는 말은 조금 크게 들렸다. 남자는 부끄러움이 많은 건지 아니면 나를 의식한 것인지 조그만 목소리로 잘자라고 하며 말을 끝낸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대기하며 가만히 출발을 기다리고 있으면 가끔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택시를 상상한다. 택시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는데 엄청난 속도로 시내를 질주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가끔 늘씬한 스포츠카가 굉음을 내며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을 본다. 찌그러지고 녹이 슨 채로 덜덜거리며 가는 오래된 자동차도 가끔 본다. 어떤 차는 매연을 한가득 뒤로 뿜으며 가고 있다. 내 앞에 그런 차가 있으면 창문을 올리고 멀찌감치 피해간다.
관광객들이 택시에 타면 내일 일정을 고민한다. 내일은 어디갈까? 뭐 먹으러 갈까? 맛집을 검색한다. 문어라면을 먹으러 애월 어디로 가기로 한다. 문어라면은 나도 아직 못먹어봤다. 요즘 수온이 상승해서 수산물도 잘 잡히지 않아 가격이 폭등했다고 한다. 생선 먹어본지도 오래 됐다.
밤 9시에 부두근처 호텔에서 남녀가 택시에 탔다. "네모네모흑돼지로 가주세요." 30분 정도 걸리는 먼 곳이다. 호텔 근처에도 흑돼지구이집은 많은데 굳이 멀리가는 이유는 뭔가? 아마도 맛집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집 영업시간이 10시까지다. 결국은 그 집으로 가지 않고 시내 술집이 많은 번화가에 9시 40분에 내렸다. 여자는 맛집으로 가길 원했고 남자는 여자가 하자는대로 말없이 따르고 있었다. 늦은 저녁밥이었던 모양인데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요즘 나는 거의 외식을 안하고 집밥만 먹는다. 육지에서 친구나 친지들이 와야 외식을 하게 된다.
어제는 토요일이었는데 길에 술에 취해 널부러진 사람을 두 군데서 봤다. 한 사람은 남자였는데 화단 위에 뻗어 있었고 또 한 사람은 여자였는데 인도에 엎어져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여자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는데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밤에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광경을 가끔 본다. 비틀거리며 차도로 뛰어드는 사람, 가로등을 잡고 씨름하는 사람, 인도에서 차도로 걸터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잠을 자는 사람.
지루한 하루는 또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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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씩 날씨가 풀리고 있는것 같아서 다행입니다.팔로우할게요@larger68님. 자주소통해요~

반갑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별말씀을, 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이어지는 택시 글을 죽 보다가
생각난 건데요.

혹시 시간이 되시면
기존 일기를 기본으로 하되
주제별로 일기를 나누어 보면 조금 더 색다르지 않을까 싶네요.

외국인 태운 이야기
새벽 손님
술 손님
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업상 필요한 운동...

이 하나하나가
짧은 문장으로 넘어가기에 좀 아쉽기도 하고
각각의 주제를 잡아
깊이있게 풀어가는 것도
또 다른 접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제별로 쓴다는 아이디어 좋네요.
참고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전날 있었던 일을 생각난대로 써본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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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기분 좋은 손님들이 타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질수도 있을거 같아요~~~
여러 직종의 애로점도 알수 있을거 같고 ㅎㅎ
외국 사람들 에게는 다른 기사 분 들보다 라거님이 훨 친숙하게 대해주실거 같은데요~~~
광화님 의견처럼 카테고리를 분류해서 기록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기분좋게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해보는데 잘 안되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즐거운 스팀잇 생활하시나요?
무더위야 가라!!!!

처음 와봤습니다~~~ 자주 소통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반갑습니다. 자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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