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과 열정페이

in Korea • 한국 • KR • KO3 years ago (edited)

q님이 쓰신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열정페이
어려운 취업현실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을 이름. 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신조어
-네이버 지식 백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SNS 기업은 사용자의 자발적으로 제공한 데이터를 통해 천문학적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사용자 대부분은 경제적 보상을 얻지 못한다.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소수의 사람만이 SNS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초기, 오히려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점에 감사하며 거부감 없이 기꺼이 그들을 위해 데이터를 생산했다. 그러나 유튜브라는 경제적 보상을 쉐어하는 시스템이 등장한 후, 데이터 자체가 돈이라는 걸 깨닫게 된 후 사람들은 SNS 보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

경제적 보상 이외 SNS를 사용하는 동기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사람들과의 교류와 기록의 저장.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인정과 애정 욕구를 얻을 수 있다. 사진, 글, 동영상을 차곡차곡 저장해두는 라이브러리의 역할이다.

유튜브를 시도하거나 파워블로거가 되려고 시도해본 사람은 알 수 있다. SNS를 통해 경제적 보상을 얻기란 결코 스팀잇보다 쉽지 않다. 보상 생각하지 말고 즐기면서 하라는 조언이 꼭 붙는다. 그러나 아무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꼬집으며 ‘열정페이’를 말하지 않는다. 명시적으로 고용자와 근로자가 계약한 근로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팀잇에서 고래 전쟁, 셀봇, 좋은 글 논쟁 등 보상 시스템과 맞물린 여러가지 논의가 많았다(고 한다). 보상에 관한 고민이나 불편한 느낌을 스팀잇이 일으키는 이유는 처음 대외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미지에 있다.

‘좋은 글을 쓰며 보상 받는다.’

다시 정리하자면 네가 돈이 없어도 투자를 하지 않아도 스팀잇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쓰면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스팀잇이 지금보다 흥할 때, 특히 뉴비는 이런 암묵적 합의에 매료되어 스팀잇에 가입했다. 그들은 스팀잇에 기대한다. 좋은 글을 쓰면 보상이 돌아올 거라고. 좋은 글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좋지 않은 글은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다. 특히 비교대상이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상대적 박탈감은 단순히 누군가의 성의 없는 글과 1$도 찍히지 않은 열과 성을 갈아낸 포스팅 보상 숫자 차이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기대했던 시스템 생태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데서 오는 배신감이 더 크지.

왜 네이버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보상이 스팀잇에서는 문제가 되었을까? 사람들이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기타 SNS을 쓰는 이유는 결국 하나이다. 다른 사람들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뭐 하나 주지 않더라도 들어가지 않는 게 손해가 된다. 거기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들을 만날 수 없고 소식에 뒤쳐진다.

그러나 스팀잇은 그렇지 않다. UI도 구리고 사용자도 소수라서 내 글이 많이 조회될 리도 없다. 사람들이 굳이 불편한 스팀잇에 간신히 들어온 건 스팀잇이 사탕을 주듯 보상을 주겠다고 꼬셨기 때문이다. 막상 들어와보니 재능을 모두 발휘하고 영혼을 갈아 넣어 쓴 글에 아무 반응도 보상도 해주지 않는 커뮤니티를 보며 열정을 착취당한 기분이 드는 거다.

만일 새로운 사용자가 나타나 자신의 기준에 맞는 ‘좋은 글’을 쓰는 게 스팀잇의 가치와 생태계, 나아가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확실히 믿으면서도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그를 이용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있는 게 맞다. 반면 그보다는 스팀을 사서 스테이킹 하는 사용자가 스팀잇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면 그가 들어오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고 보상을 할 필요 또한 없다.

물론 과거의 압묵적 합의는 서서히 변화했다. 지금은 투자하면 투자한 만큼 벌어갈 수 있는 투자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 투자자가 아닌 뉴비가 스팀잇에 창작하러 들어올 확률은 이제 거의 없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더 이상 허황된 약속을 말하지 않으니 말이다.

만약, 경제적 보상 이외 사용자가 적은 스팀잇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다른 유인을 창출할 수있다고 믿는다면, 그에 맞는 별도의 시스템과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답에 따라 그것이 기능하기 위한 적절한 보상과 공정한 분배는 그때가 되어서 무엇인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P.S. 짧게 써보려 했는데 실패, 제겐 그런 능력이 없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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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ears ago 

고물님
짠 문학상 응모 고고!!!

전 이번에 응모하지 않으려고요.
저 대신 준비된 자들이 거머쥐겠죠!

정말 스팀잇에 대해 객관적으로 써주셨네요^^~
네이버나 다른 블로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스팀잇!
처음에 혼란이 있던것도 지금은 정화되고 발전하면서 더 나은 이곳을 만들어 가는것 같아요.

이런 류의 글에 자신이 없는데 잘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스팀잇은 변화했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스팀잇에 애정있는 분들이 있기에 속단할 수 없다는 희망을 늘 지니고 있어요!

맞는것같아요
저도 같은 염려가 되었습니다
이곳이 단순한 투자처라면
포스팅할 이유가 점점ㆍㆍ

raah님도 염려하고 계시군요.
좋게 생각하자면 적절히 투자하면 다른 곳과는 달리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예전 그 활기차던 분위기가 좀 그립네요

 3 years ago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감사드려요 글로리님 :D

종종 생각하게 되는데,
어느 곳이 맞다고 쉽게 결단 내릴 수 없는,
나를 회색분자로 만들어버리는 어려운 문제 'ㅡ' ㅋㅋㅋㅋㅋㅋ

근데 제가 또 나름
회색 컬러 옷들이 또 잘 어울리기도 해서 😂😂😂

명료함을 위해 단호박처럼 양자택일 하라듯이 써버렸는데요,
그 중간 지점도 또 두개 다 추구하는 것도 아님 제3의 길도 뭐든 가능하죠.
그리고 회색이 또 이쁘죠.

투자자가 아닌 뉴비가 스팀잇에 창작하러 들어올 확률은 이제 거의 없다.

아직 기회는 남았다고 생각해요. 개발자가 필요해요. 고물님 자리 비우셨을 때 제가 수익이 가능한 스팀 블록체인 기반 사업을 제안하긴 했죠. 제가 코딩을 할 줄 알았다면 시도해봤을수도...

다른 방법이 있을거에요. 투자자도 창작자도 행복한 방법! 제가 찾을 겁니다. 코딩을 못해도요 ㅋㅋㅋㅋ

방법은 이겁니다. 글목록에서 제목을 누르면 글읽기가 되잖아요. 제목을 누르면 무조건 보팅되게 하는 겁니다. 보팅 액수는 글 작성자가 정하면 되고요. 이렇게 하면 창작자에게 보팅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지 못한 좋은 방법이네요.
우려되는 건 그렇다면 지금 유튜브나 다른 곳처럼 알맹이 없이 너무 자극적인 제목이 판을 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어그로) 조회수가 보이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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