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치앙마이 #6 :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달살기

in #kr-digitalnomad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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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꽤나 길다.

치앙마이에 오기 전부터 한달살기 집을 구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미리 준비를 했거나 여행 노하우가 있었다면 그나마 수월했을텐데 환경도 생소하고 여유롭게 준비를 하고 온 것도 아니라서 집을 구할 용기가 선뜻 생기질 않았다. 오늘이 게스트하우스 체크아웃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야 급급히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현지에 와서야 느낀 것은 생각보다 한달살기 매물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과 생각보다 집값이 저렴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제주에서 20만원 월세로 생활했기에 치앙마이도 비슷하게 20만원대에서 집을 구해보려고 했는데 이 가격대로 구할 수 없다는 것에 살짝 놀랐다. 정보를 알아봐야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조금 있었고, 자리가 정착되지 않으니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가 갖고 있었던 치앙마이 월세집 정보

  • 에어비엔비로 예약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직접 구하면 더 저렴하고 좋은 집들을 구할 수 있음
  • 온라인 카페,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현지에서의 소식이나 집에 대한 정보를 얻음
  • 현지에서 월세집을 소개받을 만큼의 인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음


치앙마이 월세 구할때 체크할 것

  • 디파짓 : 보증금 개념으로 돈을 내야 하는데 운이 나쁘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도 한다.
  • 전기세, 물세, 와이파이 : 월세 외에도 들어가는 돈을 생각해야 하니 그만큼 돈은 더 올라간다. 게다가 빠른 인터넷을 집에서 사용하고 싶다면 돈을 주면서까지 스피드업을 해야할 수도 있고, 더울때는 에어컨을 써야하니 전기세도 고려를 해야 한다.
  • 어설픈 영어의 한계 : 대화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이 정확하게 오가야 하는데 내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다.



발품을 해서 6,000~8,000밧 내의 집을 구하는거였는데, 이것저것 더해서 10,000밧(33만원) 정도로 예산을 잡았다. 혹이나 집을 못 구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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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머물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한 달간 숙박하기로 했다.

체크아웃 하기 전,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건물 5층에 장기 투숙객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이 장소가 원래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려고 했던 장소라는 것이다. 소소하게 불편한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적합하다고 느낀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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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구해서 후련한 마음에 메고 있던 배낭을 던져버렸다.


1. 24시간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1층은 카페, 2층은 놀이공간, 3층은 게스트하우스, 5층은 장기 숙박객들을 위한 방이 마련되어 있다.

카페는 인터넷이 빠르기도 하고(치앙마이 노마드리스트 기준 평균 15 MBPS, 이 곳은 80 MBPS) 콘센트와 책상이 잘 구비되어 있다. 물론 의자가 굉장히 푹신하게 되어 있지는 않다. 밤 8시에 마감이 되는데 숙박하는 이들에게는 열려있다. 시간 제한없이 일하다가 본인이 불 끄고 올라가서 자면 된다.

처음에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기에 늦게까지 일하는게 눈치가 보였는데 알고보니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걱정없이 늦게까지 작업을 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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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에 적합한 카페가 마련되어 있었다.


2. 가격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조금 사라졌다.


한 달 동안 6,900밧에 디파짓 500밧 총 7,400밧을 냈다.

6,900밧은 한국돈으로 약 23만 원 정도이다. 저렴한 월세와 함께 인터넷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속도 나쁘지 않아, 전기세 걱정 없어, 수도세 걱정 없어, 내 디파짓 어떻게 될지 걱정할 일 없다. 이 정도면 내가 걱정하던 요소들이 많이 해소되었다.

물론 상상하던 치앙마이의 자연이라던지 수영장이 딸려있는 집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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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사용하긴 했지만 2층 침대라 불편했다.


3. 여행 계획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여행을 밀도있게 계획하거나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다.

치앙마이 와서 하고 싶은 것은 딱 하나였는데 망고스틴을 많이 먹는거였다. 주위에 여행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편이고, 어떤날은 정처없이 떠돌다가 우연히 간 장소가 여행지가 되었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친구들을 따라 여행을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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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건물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공간 반캉왓


4. 잠자는 방과 업무 공간이 따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편한 것을 따지자면 방 안에 데스크까지 모두 구비되어 있는 것을 원한다. 그래야 뭔가 삘 받을 때 흐름 안 끊기고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며칠간 꿈도 안 꾸고 숙면을 취했는데 알고보니 베개랑 침대 모두 라텍스란다. 그랬구나.. 우리집에 있는 것보다 좋은거였구나.

그렇기에 숙면은 숙면대로 취하고 딱 일하는 모드로 변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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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고 반대편에는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소파도 마련되어 있다.


5. 나에게 경험치가 좀 필요하다.

치앙마이에서 적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에 한 번씩 문제가 터졌고 한국이었으면 별일도 아닌 것이 외지다 보니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하루의 일과를 지인들에게 공유하면 지인들은 또 재미있단다.

'나도 지나면 웃긴데 막상 닥치면 안 웃기더라. 근데 좀 웃기긴 하지?’

몸만 왔지 정신은 아직 한국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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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만해민을 걸으면서 내 인생만큼이나 정처없이 걷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6. 중요한 것은 나에게 환경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

사람이 환경이 변하면 쉽게 적응이 되질 않는다.

서울에서 광주를 갔을 때도 광주에서 제주를 갔을 때도 하다못해 새로운 카페를 가도 적응이 쉽게 되질 않아 일이 안될 때가 있다. 심리적인 안정이 되질 않았고 시간은 흐르는데 일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정신력도 강하고 적응력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생긴 문제들과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래서 한 달 동안은 이 장소에서 안정을 취하며 치앙마이에 녹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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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에 있는 방에는 베란다가 있어 이렇게 밖을 내다볼 수 있다.



...

기록을 하다보면 항상 양립되는 마음이 있다.

구질구질한 부분까지 오픈을 할까, 아니면 조금 멋진 말로 포장을 해볼까.

모든 상황들은 돈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좋은 장소에 가서 잠을 자면 되고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면 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상황들을 돈으로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다. 안정적 수익이 나올때까지는 구질구질한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그다음을 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밑바탕이 되리라 믿는다.






👩🏻‍💻디지털 노마드에게 게스트하우스는 적합한 환경이 아닙니다.

장기간 도시에 머물고자 할 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를 정해야 합니다. 디지털 노마드라면 단연코 일이 일순위가 되어야 하죠. 일과 여행, 두 가지를 함께 얻고 싶어도 우선순위를 선택하지 않으면 둘 다 어설프게 경험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때의 저는 심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게 되지만 곧 이동을 하게 되는데요. 몸이 나으면서 심리적 안정이 되었고 그러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었어요.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은 ‘저렴한 비용’과 ‘관계 형성’이라는 것인데 저에게 주요하게 필요한 요건은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조금만 더 정보를 수집하면 비슷한 가격대로 가성비 좋은 월세집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혼자서 지내면서 일에 집중할 환경, 치앙마이라는 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수영장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치앙마이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서울의 월세 가격으로 가성비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거죠.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 다른 여행가들과 여행하는 패턴이 맞지도 않거니와 들뜬 마음에 일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매번 바뀌는 여행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지칠 수도 있구요. 짧은 시간동안 머무르는 것은 괜찮지만 장기간 머문다면 게스트하우스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 치앙마이 한달살기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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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러 치앙마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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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한달살기 여행가 에세이
2016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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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월세방쉽게 구하는 어플이 하나개발되어야될것같네요! 애나님이 도전!

태국에서 월세방 관련 온라인 서비스가 그래도 몇군데 있는데요. 치앙마이는 특히나 젊은 분들에게(?) 어필이 잘 되어서 검색하면 꽤나 많은 발품 정보들이 나오고 있어요. 현지 한국인 카페도 있는데 한달살기 방 정보도 꽤나 많구요. 그쪽에서도 어플 관련 서비스를 준비중이라고 하더라구요 'ㅇ'ㅎㅎ

마이님이 그래도 언지해주신것처럼 저는 디지털 노마드와 장기 여행가를 위한 서비스를 준비중이에요!

디지털 노마드는 애나님처럼 뛰어난사람만 가능할것같아요. 좋은글쓰셔서
장기여행가들에게 꼭 도움이되는 가이드 부탁드릴게요
늙고병든저는 월급루팡하러 갈게요!

역량적으로 가지고 있는 스킬이 있거나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왜 이런 삶을 살고자 하는지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것도 숙제중의 하나죠 :)

아휴.. 너무 고생많셨네요.. ㅠㅠ
집나가면 고생이라는말이 틀린말은 아닌가봐요..
더욱더 소통이 원할하지않은 해외니까 더더욱 스트레스..
게스트하우스를 잡아서 스트레스가 풀렸다해서
다행이네~ 했는데 ,,글을 끝까지 읽어보니 마냥 좋은것만은 아니였네요..
저도 무계획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인데..
해외여행 무계획이면 답이없는 여행이되겠죠..
벌써부터 걱정태산입니다.

집 나가면 고생은 맞는것 같아욬ㅋㅋㅋ
이때는 소통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이후에는 기본적인 영어 스킬만으로도 충분히 여행하는데 불편함이 없더라구요. 아마도 이때가 좌충우돌의 최고조가 아니었을런지...

게스트하우스는 가끔 가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장기간 머물기에는 불편한것이 많아요. 특히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때가 있는데 다함께 있다보면 혼자라도 그 시간이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는 힘들어서요.

노하우와 경험이 쌓이다면 전 무계획에 한표입니다!
대략적인 플로우만 짜놓고 상황마다 바꿔가면서 생활해요 :)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걱정을 덜고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무계획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독려차원에서도 한 몫을 했어요. 이렇게 부딪히다보니 짧은 시간에도 많은 경험치가 쌓이더라구요.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체감하는 것은 정말 다르니까요.

저를 통해서 걱정을 덜어내시옵소서 ㅎㅎ

한달살기 해본건 아니지만
관심은 있는데
비용을 절약하려면 게스트하우스 에도 얼마간 있다가
집에오기 직전???에 좋은 호텔로 옮겨도 될거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게 되네요~ ㅎㅎ

도시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게스트하우스 비용보다 월세로 구하는 것이 환경면에서 비용면에서도 훨씬 괜찮아요! 특히나 치앙마이같은 경우는 발품을 하든 에어비앤비로 하든 훨씬 좋은 환경에 살 수 있는 한달살기 집을 구하실 수 있으세요. 물론 게하에 있다가 좋은 호텔로 가는 것도 좋지만요 ㅎㅎ

제주도에선 얼마나 있다오신거에요?? 디지털 노마드에
관심이 생기다보니 애나님 글을 정독했어요 ㅋㅋ

제주도에는 자주 갔었는데 가면 최소 1주일 또는 2개월까지 머물다가 온 것 같아요. 유일하게 기록을 하지 않았던 곳이 제주였는데... 집만 해결하면 만사 ok입니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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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이 게시물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내가 여행 할 때, 나는 돈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현지인들로부터 집을 얻을 것이다.

엇.. 번역이 생각보다 잘 됐나보네요!
장기 여행때 현지에서 집을 구해보세요 :)

치앙마이.. 계속 들으니 옆동네 같아요^^

각 도시를 옆동네처럼 들려드릴게요!!
자주 놀러오세용 :)

한달이나 지내야 하니... 그동안 살 적합한 숙소를 구하는게 제일 큰 일이겠군요...
태국이 우라나라보다 훨씬 물가가 싸서... 집세도 반값정도 하지 않아 했더니... 생각보다 비싸네요...
하지만 같은 값으로 수영장이 있는 집을 구할 수 있다니... 갑자기 제 원룸이 더 좁게 느껴집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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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어느 도시를 가든 숙소가 제 1번이에요 ㅎㅎ
미리 에어비앤비로 예약하거나 현지에서 게하나 호텔에서 며칠 묵으며 발품하는 방법이 있는데, 몇번 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기더라구요. 처음에는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지금은 머리가 좀 컸다고(?) 여유가 생겼어요

방콕이나 파타야같은 남부 지방의 유명 관광지같은 경우는 월세가 아마도 40~50정도는 할텐데 치앙마이는 1인 기준 저는 30만원대를 기준으로 방을 찾아요. 이정도면 꽤나 괜찮은집에서 살 수 있거든요! 30만원대에 수영장 있는 집도 구할 수 있습니닼ㅋㅋㅋㅋㅋ

동남아를 가는 이유는 저렴한 물가도 있는데 저는 '가성비'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특히나 예를 들면 요즘에 제주도 한달살기 월세집들이 많이 홍보되고 있는데 제 기준에서는 엄청 비싼것 같거든요. 그런 내용을 볼때마다 그돈이면 어디를 가는게 좀 더 나을 것 같다라는 기준이 생기더라구요. 물론 제주도는 애정합니다 ❤️

재밌게 잘 봤어요, 열흘 있다 치앙마이로 출발하는데, 뭔가 두근두근합니다 :)

오오 이제 열흘 남으셨군요 제가 다 두근두근합니다 >_ <//
유키님 치앙마이 글을 기다릴게요!! ㅎㅎ

고려해야할 것이 많군요. 문득 제주에도 20만원에 지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도 놀랍네요

아무래도 2, 3년전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 가능한 일일것 같아요 ㅎㅎ 요즘 제주도에서 20만원으로 지낼 수 있는 집은 정말 없을지도... 아마 인맥+쉐어하우스라면 30~40만원대로 구할 수 있을지도.... 지금 제주도에서 한달을 산다면 40~60만원정도 월세로 준비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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