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오늘의 딴짓

in #kr-newbie6 years ago

• 생각 1

회사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의 내가 하는 일은 주로 요즘 많이 보여지는 이슈들을 묶어 리포팅을 하거나 새로 생긴 카페와 레스토랑을 포함한 이것저것의 매장 정보를 빨리빨리 브랜드들에 발신하는 것이다. 이것 외에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대한 각종 사이트의 리서치를 포함한 컬렉션 분석 등의 업무들도 종종 주어진다.

그러다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요즘 인스타그램은 뭐가 핫하니? 회현동 어디쯤 생긴 그 카페 커피는 맛이 있니? 가서 사진을 찍어다 위에 보고 할만한 것들이니? 등등의 질문을 수시로 듣고 답을 해야한다. 나는 물음과 동시에 답이 나와야하며, 그러기위해서 나는 이미 그곳을 찾아봤거나 가봤어야 하는 사람이 된다.

이건 내게 일정부분 고통으로 작용한다. 나는 사실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익숙한 곳에 여러번 가는 것을 좋아하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내가 일을 흥미 있어하고 지속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9년 전쯤?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 (업계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가장 꽂혔던 말은 사람의 결핍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트렌드라는 말이었다. 그것이 어디로 발산되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소비를 이동시키며 삶의 만족점을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어느 정도 이 말을 믿고 있기는 하다. 그 포인트를 찾아내고 사람들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 컨텐츠를 찾아내는 일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물론 이것은 브랜드의 매출과도 연관이 되기 때문이겠지만) 다들 급히 그리고 최대한 남의 귀에 들어가게 팔 수 있는 그게 뭐냐고 묻고 그걸 찾아오라고 한다. 그 리서치의 결과물들은 종종 정말 어울리지 않는 협업으로 재고가 산더미로 남기도 하고, 무뜬금의 기념품들을 만들어낸다. 그걸 사례로 찾아다준 내게도 어느만큼 책임이 있을 것이다.

이전에 하던 컨설팅에서도 전반적인 소비자의 경향과 마켓의 흐름을 보고 싶다던 클라이언트들은 막상 PT를 마치고 나면, 그래서 우리는 무슨 색깔의 무슨 모양 디자인을 해야하냐고 묻는다. 그러니까 우리 옆집 경쟁사가 매끈한 블랙을 만들면 우린 더 매끈한 블랙을 만들어야 하는 건지 그 답을 달라는 말인거다. 나는 항상 그 상황을 겪으며 내가 하는 일의 범주와 역할에 대한 여러 혼란을 겪기도 했던 것 같다.

잠정적으로 결론 내린 나는, 누군가 A만을 생각하려는 길에 B가 있기도 하며 A+B라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는, 생각의 확장을 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나름의 이야기를 풀었던 것 같다.

길게 이야기한 나의 일 이야기는 사실, P(@emotionalp)와 하고 있는 불소소(@idea-list) 이야기로 연결된다.

다음 기획을 위한 회의를 하면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동일한 단어에서도 우리는 다른 이미지와 개념을 떠올렸고, 그렇게 둘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들은 탈락, 탈락을 반복했다. 우리는 이것이 더 나은 걸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논의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이게 좋아보이니 이걸 합시다로 끝나는 그런 말들과 이쁘게 간격 잘 맞춰 정리된 보고용 문서 만들기에 지친 우리가 선택해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번의 녹음을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더 많은 애정과 시간, 생각을 들여야 하는 것임을 회차가 더해질수록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그걸 지속하려는 것은 우리와 타인의 생각들이 공유되고 취향을 나누는 시도들이 이어져 새로운 다음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겨우 10회차이지만...쭈글...

다음 방송 준비를 위해 지난 책을 펼치다가 한번 끄적여봐야지 한 생각이, 열 단락을 넘었다. 나 이제 스팀잇 적응하는 거니...

그저 지속하는 것의 힘을 믿고 싶어졌다.

• 생각 2

짧게 쓰려는 생각이 길어져 두번째는 못쓰겠다. 심지어 사무실에 앉아 핸드폰으로 썼...이러다 잡혀가...

B81BED17-B954-492E-8D14-F7C41E774DF2.jpeg

Sort: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제 0회 짱짱맨배 42일장]2주차 보상글추천, 1주차 보상지급을 발표합니다.(계속 리스팅 할 예정)
https://steemit.com/kr/@virus707/0-42-2-1
현재 1주차보상글이 8개로 완료, 2주차는 1개 리스팅되어있습니다!^^

2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넵!!! 감사합니다!!! :)

앞으로 뭐가 유행할지, 뭐가 잘 팔릴지 ... 그걸 안다면 아무에게도 말 안해주고 본인이 하겠죠! ㅎㅎ 그게 궁금한 사람들은 차라리 점집으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네네-그랬으면 벌써 제가 그거 했겠어요.ㅎㅎ요즘도 자주 뭐 팔아야 하냐고 질문을 들어서, 절충안으로 머 이런거가 많이 보이기는 해~라고 말을 하기도 하네요.ㅎㅎ

사람의 결핍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트렌드

매우 공감이 갑니다. 남들과 비슷하고 싶은것은 결핍에서 기인하고, 자존감의 부족이 원인이기도 하니까요.
필력이 엄청 좋으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음... 홍보를 막 해드리고 싶은데, 마침 또 가이드독 포인트가 바닥났네요. 내일쯤 리스팀이라도 해보겠습니다 ^^

저 역시 관찰자 이전에 소비자이기도 하다보니, 그 결핍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보는게 흥미로운 일이 더라구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각자의 직업에 고충이 있을텐데 봄봄님에게는 이런 것이군요. 트렌드라는게 분석하고자하면 정말 어려운것인데 말이죠ㅎ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네요!

네네.업계에 따라서 다른 해석들도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아무래도 패션 쪽이 트렌드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기도 하구요.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정말 좋겠네요!🙏

세상 어려운 것이 직장 상사 심기 관리인데 트렌드까지 섞어서 해야 한다면 ㄷㄷㄷ

일이 일 이상의 의미가 되면 참 피곤한데 말이죠. ㅠㅠ

일이 가진 매력만 누리면 좋은데, 누군가 묻는 것에 즉각 피드백을 해야하는 상황은 좀 스트레스가 있네요.😂

트렌드 분석일이 저는 참 좋은데요, 오래하다보면 계속 앞서서 뭔가를 분석해 놓아야 한다는게 힘들때가 올것 같아요. 즐기기 전에 분석이라니, 여유를 갖출수가 없어서 말이죠! 오늘 하루도 힘내시고요! 화이팅! ㅎㅎㅎ

넵!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는지 살펴보는 일들은 항상 흥미로운 것 같아요! 조금 더 진정성 있는 것들로부터 의미를 찾고 싶은데, 실제 일과는 차이가 또 있기도 한거 같아요. 응원 너무 감사합니다! :)

오늘 처음 불소소 1회 들었습니다. ^^
한시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과 연습과 준비가 필요한지 이해할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1회때 엄청 떨리는 목소리로 방송했던 기억이...ㅎㅎ매일매일 열심히 준비해서 꾸준하게 달려가보겠습니다!응원 많이 주세욥!🙏

골치 아픈 일이네요.. 트렌드를 찾고 심지어 만들기까지 하셔야겠네요..

네네. 머리가 아프면서도 즐겁기도 한 일이네욥!ㅎㅎ그래서 계속 하고 있는건가봐요!ㅎㅎ

Congratulations @bombom83!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comments received

Click on the badg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SteemitBoard World Cup Contest - France vs Belgium


Participate in the SteemitBoard World Cup Contest!
Collect World Cup badges and win free SBD
Support the Gold Sponsors of the contest: @good-karma and @lukestokes


Do you like SteemitBoard's project? Then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Coin Marketplace

STEEM 0.35
TRX 0.12
JST 0.040
BTC 71288.26
ETH 3580.30
USDT 1.00
SBD 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