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고싶은 여행지 - 3] 라오스 & 국경지대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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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를 막고자 비자법이 변경되기 전까지 태국은 동남아 일주의 베이스 국가로 활용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베이스 국가이나 예전보다 불편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베이스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비자 클리어였는데, 90일간 비자 없이 체류하다가 비자가 만료 될 쯤 인근 국경을 넘고 재입국을 하면 무비자 90일을 즉시 내어주었습니다. 비자 없이 무기한 여행이 가능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한량처럼 지내다가 태국에서 아란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를 가거나 우돈타니를 지나 우정을 다리를 넘어 라오스로 넘어갔다가 하루 있다 오면 되었죠. 지금은 왕복 항공권을 가지고 다른 국가에 갔다가 다시 항공으로 넘어오는 경우만 클리어 해주지만 그때는 국경만 넘으면 해줬습니다. 비자 날짜가 지나 불법체류자 신분일지라도 출입국관리소에서 가서 하루에 200바트만 내면 그냥 보내줬습니다. 불법체류자 기록도 남지 않고 그냥 즉시 비자를 발급해주었죠. 관광으로 먹고사는 한 나라의 엄청난 외국인 눈치 배려였습니다.

매번 캄보디아로 넘어가 비자클리어 하는 것이 지겨워 라오스를 갔다 와보자고 마음 먹었던 것이 내 여행일정을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래 풍경을 보기 전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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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사이드

숙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중 외딴곳에 있는 조용한 곳을 숙소로 정했습니다. 리버사이드 쪽이 풍경은 좋으나 여행자들이 많아 저녁에는 시끄러웠기 때문이죠. 잠은 조용히 편히 자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인아주머니가 게스트하우스를 저에게 맡겨두고 한국으로 가버리셨습니다. 손님만 오면 받아달라고. 내가 "안 받으면 어떡하실 건가요?" 하고 물어보니 "삼겹살 사줄게!" 한 마디에 졌습니다. 몇 달간 먹지 못한 삼겹살에 저절로 군침이 돌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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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리버사이드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중 한 곳에는 새끼 곰이 있었습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아주 멋진 귀여운 놈이었죠.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어찌나 새초롬 한지 손가락을 양보하지 않으면 절대 오지 않았습니다. 신나게 빨고 나면 쿨하가 자리로 돌아가 잠을 자버립니다. 비빔국수가 먹고 싶으면 들러 푸짐한 국수 한 그릇 먹고 돌아갔지만 경쟁 업소 임시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마냥 너그러우셨던 사장님과 사모님의 인심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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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한국에서 돌아오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인근 학교에 물품 지원 사업을 홀로 하고 계셨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게스트 하우스 수익금 일부를 한국에 갈 때마다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시더라고요. 특히 화이트보드와 마커가 부족해서 힘들어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우편으로 보낼 경우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번 한국에 갈 때마다 사온다고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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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한 번 봤다고 매일 놀러 오던 녀석들. 집에 가라니까 가봤자 먹을 게 없다고 같이 있고 싶답니다. 나는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녀석들은 싫은 티를 내어도 끝까지 찾아옵니다. 결국은 포기하고 매일 같이 내 돈으로 저녁을 함께 먹게 되었죠. 부모님이 아이를 찾으러 게스트 하우스로 오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갈 때는 꼭 한 손에 내 오레오를 가지고 가면서 해맑게 인사합니다. "사바이디" 내일은 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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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가 만료될 무렵, 게스트 하우스로 손님 한 명이 찾아왔습니다. 근 2주 만에 방문한 첫 손님이었죠. 그런데 능숙하게 열쇠의 위치를 알더니 저를 보고 "임시 알바님?"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알바는 아니고.." 하고 대답하니 "자신을 1호 임시 알바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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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를 베이스로 여행하고 있던 장기 여행자였습니다. 1층 끝방에 세를 놓고 있더라고요. 그분이 다닌 라오스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는 우돈타니가 아닌 라오스 북방 국경지대를 통해 태국으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가 알려준 아름다운 비경이라는 것이 궁금했고요. 방비엔에서 루앙프라방을 거쳐 루앙남타를 지나 훼이싸이 국경을 밟고 태국 치앙콩을 지나 빠이와 치앙라이 까지 가는 루트를 1주일에 걸쳐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치앙라이에서 다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태국 동부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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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루앙프라방에서 태국 치앙마이까지 가는 국제버스가 생겨 24시간이면 도착할 수있지만 당시에는 루앙프라방에서 6시간을 달려 루앙남타까지 이동해야 했고 거기서 다시 훼이싸이로 넘어가 스피드보트 (말은 스피드인데) 를 타고 가서 국경 인근까지 간 다음 버스를 타고 육로로 국경을 넘어야 했습니다. 산악지대가 이쁘다는 건 넘기도 힘들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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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타고 갈 스피드보트를 기다리며 찍은 국경넘어의 태국입니다. 빠이의 아름다움을 찾아 넘어가던 도보여행자들의 마지막 쉼터 같은 곳이죠. 빠이는 방비엔과 루앙프라방을 섞어 둔 듯한 묘한 아름다움이 있는 산악지대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도 제가 사진 찍으면 망하기에 직접 눈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태국 북부를 여행하실 계획이라면 '치앙라이'와 '빠이'를 꼭 다녀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의 능선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매홍손'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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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산악도로를 타셨군요 ㅎㅎ 사고도 꽤 나죠?
여행자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셨네요.
사실 좀 더 나이들면 어딘가에 게스트하우스 하나 하면서 커피도 팔고 글도 쓰고 하며 살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스팀페이가 되어야 할진 모르겠지만요 ㅋㅋ

엇 역시 아시는군요 ㅋㅋ
저기 산악지대가 만만치 않지요 사실 장마에 산사태가 겹쳐 중간에 작은 마을에 고립도 되었었지요
나름 재미있던 기억이지만 역시 멀미 때문에 ㅠ_ㅠ

게스트 사장님은 한국을 가실때마다 임시알바를 고용하시나봐요 ^^

그랬나봐요 ㅋㅋ 한국인이 있음 부탁하고 없음 그냥 청소직원 시켰던 모양이더라구요 ㅎㅎ

7월 휴양림 추첨 떨어졌어요 ㅠ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알바뽑는 스웩이 대단하시네요 ^^
보통 게스트하우스에는 강아지가 있는데 새끼곰이라니!!
저는 손가락 하나 내어주고 하루종일 있을것 같아요. ㅎㅎ

고놈 포식자인지라 물면 은근히 아프더라구요 ㅎㅎ
그래도 언제 새끼곰이랑 놀아볼까 싶어서 종종 놀로 갔습니다.
상처는 많이 남았지만요 ㅠ_ㅠ

정말 생생한 경험에서 나오는 여행기란 이런 것이군요.
잘읽고가요.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찌보면 그냥 한량인지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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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ㅋㅋㅋ
저는 라오스를 못가봤지만 제 친구가 지금 라오스여행중인데,(이번주 일주일 자유여행갔거든요) 리버사이드를 다녀올지 모르겠네요ㅎ
마지막 국경너머 태국 사진 정말 멋있네요~

아마 가실 거에요. 안 갈 수가 없거든요 ㅋㅋ 좋은 경험 하고 오시면 좋겠네요.

너무나 특별한 임시알바네요

^^; 덕분에 잘 놀고 먹었습니다 하하

허얼헐헐 아기곰 너무 귀엽네요 ㅎㅎㅎ
아이들이 집에 가봤자 먹을게 없다고 같이 있고 싶다는건 너무 찡하네요ㅠㅠㅠ 정말 다양한곳에서 다양한 경험 하시는것 같아서 부러워요~

우리도 입버릇 처럼 반찬 투정을 했듯이 저 아이들도 그랬을 겁니다 .정말 먹을 게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아기곰 귀염 터지는데 발톱은 날카롭더라구요.

멋진 여행기 감사합니다.
풀봇과 리스팀 해갑니다.^^

리스팀까지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__)

저도 이런 여행 한번 해봐야하는데 ㅎㅎ 부럽네요

한량 같이 놀면 가능합니다 ㅎㅎㅎㅎ
생업을 버리시면...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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