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생의 모범 - 예술의 섬 나오시마

in #kr-travel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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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는 친구와 여행을 가면 항상 건물과 건축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흔히 지나갈 수 있는 건물들도 그와 함께면 이야기가 되었다. 우기가 긴 동남아 지역을 여행할 때 빗물을 모아 실생활에 활용 가능한 건축 설계법, 볕이 부족한 지역에서 햇빛을 오래 가두기 위한 설계법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기억에 남아있다. 여행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친구가 안도 타다오 (安藤 忠雄)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 나오시마로 간다고 한다. 친구의 빈자리가 유독 컸던 방문지로 남아있는 곳이다.

나오시마는 한때 폐허가 되었던 섬이다. 미쓰비시 제련소가 뿜어내는 유독가스가 녹지로 우거졌던 나오시마의 나무를 모두 시들게 했고, 인접한 섬인 테시마에서 나오시마로 버려진 불법 폐기물들로 섬은 쓰레기 섬 또는 회색섬이라 불렸다. 모두가 포기했던 섬 나오시마를 알아본 이는 (주)베네세였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주축으로 몇 명의 건축가와 함께 섬 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안도 타다오 : 빛의 교회
출처:Chuch of the Light

안도 타다오는 빛과 콘크리트의 마술사로 불리는 일본의 건축가다. 아침 동이 틀 무렵 스며드는 햇살이 콘크리트 사이를 통과하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빛의 교회는 그의 작품에서 단연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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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가보지 못한 꿈의 무대-
꿈의무대 - 출처 일본여행전략리포트




언젠가 숙박해보고 싶은 물의 절 느낌의 포시즌즈 호텔 발리 사얀
출처:포시즌즈 호텔


나오시마로 가는 페리가 있는 곳은 다카마쓰항과 우노항이다. 인천의 경우 아시아나 항공이 인천 - 다카마쓰를 왕복하지만 부산은 없다. 오사카로 들어가서 아와지시마를 경유하면서 안도 타다오의 물의 절과 꿈의 무대를 보는 코스가 있으나 배를 1시간 넘게 타고 들어가야 하고, 그렇다고 아와지시마를 거쳐 다시 오카야마로 가기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눈물을 머금고 오사카에서 신칸센을 타고 오카야마로 향했다. 배를 한 시간이나 타고 갈 자신이 없기 때문에 다음에 재방문을 노려보기로 했다.



마츠시마에서는 60분 가량 가야하지만 우노에서는 20분이면 된다. 혹시 가고 싶으나 배때문에 힘들어하실 누군가가 있다면 우노로 추천!


미야우라항 (宮浦港)에 도착하면 나오시마의 상징물인 구사마 야요이의 예술 작품 '빨간 호박'이 먼저 보인다. 호박 사이에 있는 구멍사이로 머리를 빼꼼 내밀어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사진으로 보면 덩그러니 있는 빨간 호박이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지주미술관으로 향했다. 내부의 창작물은 모두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주변의 경관을 지키기 위해 미술관을 지하로 설계했는데, 창문과 콘크리트 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이 엄청나서 정말 지하에 있는 건물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까사바트요에서 느꼈던 가우디의 빛의 향연과는 전혀 다른 맛이 있었다. 사실 작품들보다 빛의 구도를 보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출처 : 이우환 미술관

지주 미술관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현대 미술 아티스트 이우환 씨의 미술관이 있다. 해운대 시립미술관에도 이우환 미술가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볼 때마다 사실 1도 모르겠다.


출처 : 베네세하우스

베넷세 하우스 외부에 있는 설치 미술들. 폐자제를 활용하여 개성 있는 작품들이 탄생하였다. 작품 자체 보다는 주변경관과 어우러져야 더욱 잘 어울린다.


출처 : japanhoppers
내가 찍은 사진으론 도저히 이런 맛을 표현할 수가 없어서 사진을 대체한다. 건축과 자연의 조화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있다. 예술의 섬이라는 표현이 아주 가끔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츠츠지소우에 노란 호박이 있다. 빨간 호박보다 주변 경관에 잘 어울린다. 노을이 질 때 보면 상당히 이쁘다.

1992년 약 3만 명에 불과했던 방문객 수는 2013년에는 나오시마 인구의 220배인 70여만 명에 달했다. 몇몇의 건축가와 전폭적인 행정 지원이 만들어낸 괄목할 성과이다. 문제는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섬의 수용할 수 있는 인구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으로 활기가 돌던 섬은 다시 관광객으로 고민을 해야 하는 수준까지 와버렸다.

안도타다오의 건축 마술을 보고싶다면 아와지시마와 나오시마를 다녀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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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타다오... 저도 건축물 구경하는거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제 친구 동생이 건축전공이라 예전에 술자리에서 대화 나눴던 것 같네요. ㅎㅎㅎ 근데 정작 무슨 이야기 나눴는지는 기억이 안나는 것으로 보아 그 때 많이 마시지 않았나 싶어요. ^^;

^^;;; 다음에는 맑은 정신으로.. 들어보시면 ㅎㅎㅎㅎㅎ

건축 얘기는 잠깐... 나머지는 그 녀석이 해외에서 있었던 외국인과의 러브 스토리 얘기가 주를 이뤘던 것 같아요. ㅋㅋㅋ 아마 그래서 러브스토리 말고는 기억에 안남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ㅋㅋㅋ

와우 이대로 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발리도 가보고 ㅎㅎㅎ

설명 잘해주는 친구랑 가면 더 좋을거 같은데
그런 친구가 없다는게 아쉽네요..ㅎㅎㅎ

건축도 아는 만큼 보이더라구요 ㅎ

앗, 저 노란 호박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 있는 작가 작품이네요.
뒤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과 어우러져 정말 예뻐보여요 ^^

제가 사진을 못찍어서 그렇지 바다가 빛이 날때 정말 아름답습니다 ㅎㅎ

우와!! 빛의 십자가 알쓸신잡2에서 나왔던 내용이네요
아이디어에 감탄했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더 신기하네요

아하! 티비에서 소개 되었군요!

폐허가 된 곳을 각종 건축물과 볼거리로 재탄생시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 성공 스토리네요..이런점을 우리나라도 배울건 배워야하는데..

지금 나오시마를 가면 예전의 흔적은 미술품 재활용으로만 찾아 볼 수 있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흥미로운 스토리네요.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보고 싶어요~

꼭 기회가 있으시길 ㅎ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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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감사합니다.

우왓 신기한 건축물들이 많ㅇ느데, 저는 그 중에 꿈의 무대가 +_+!!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ㅎㅎㅎ

나오시마... 70여만명의 관광객... 우리나라도 정책세우는 사람들이 눈여겨 봐야할 것 같네요. 세금만 충내지 말고....

일본에서도 손꼽히게 잘 된 케이스입니다 ㅎㅎ 실패작도 많아요

포시즌즈 호텔은 한번 머물러 보고 싶네요~~
미술품등 예술작품은 항상 보면 잘 모르겠어요... 무슨 의도인지 ㅎㅎㅎ 설명해 줘야만 아 그렇구나 하는 ㅎㅎㅎ

저도 포시즌스 숙박 언제 해볼 수 있을까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_+ 꼭 자볼려구요
다만 1박에 60만원이라 ㅠㅠ

포시즌스는... 신혼여행 때나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해보는데... 이번 생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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