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적 P의 이야기 #10 _ 살롱실험

in #kr-writing6 years ago


U5dsTAw5xmYPJoTsoCdUbgupHz3Tagt_1680x8400.jpg

image by @nomadcanna





살롱실험

무  형  의  '업(業)'




살롱실험


이곳에 내가 다짐을 남겨두어 일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쓰니까 이루어지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결국 하고자 하는 결이 그 결이니, 어디로 어떻게 가든 나는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물론 누군가는 말했지. '세상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아. 모든 것은 우연의 일치야'라고.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쯤은 나도 안다. 다만 나의 세계관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일 뿐.

19일 전에 쓴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9를 다시 찾아서 읽어봤다. 어디까지 썼고, 어떤 생각과 계획까지 와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 시리즈마다 주제 안에 했던 이야기들은 파생되어 그 다음 주제를 가졌고 그렇게 느린 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 글에서 나는 살롱으로 가기 위한 소규모의 '살롱실험'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남겨놓았다.

그 사이 어렴풋한 살롱실험은 아직도 어렴풋하지만, 조금은 덜 옅다. 명확하다고 자신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덜 옅다는 것 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실험의 형태


사람이 모이는 공간과 프로젝트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각자의 방식과 생각이 주제가 되고 화두가 된다. 일면식도 없는 남의 집에서 모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생각을 듣기 위해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혁신을 이루어 부를 쌓은 유명인의 성공담은 여전히 인기가 많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방향은 조금은 다른 쪽이다. 그렇다고 돈 한푼없이 사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개별의 취향을 가지고, 각자의 세계관을 만드는 과정에 살롱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거나, 자기가 하는 일 안에서 하고 싶은 방향이나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 어쩌면 눈 깜짝할 사이에 부를 얻는 것 보다 어려운 일이다. 가장 시간을 요하는 일이고, 성과가 바로 눈 앞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촘촘한 밀도가 넓게 또 깊게 모두 쌓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걸음 걸었을 때와 두 걸음 걸었을 때는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나만 아는 느낌일지라도 명확히 느낀다.

어떻게 모여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 일단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출발은 그랬다. 그 안에 듬성듬성한 '어떻게'와 '어떤'것들이 자리잡았고, 조금씩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이 오갔다. 어릴때 과학실에서 했던 실험은 우리가 아는 것이 진짜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애초에 실험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실험은 예상된 답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정답과 오답을 모두 얻어내는 것이 아닐까.

살롱실험은 좀 더 실험같은 실험이 되어보자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겉으로 맴도는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세계관을 펼칠 수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 어린 아이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한 단계 더 들어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유연해질 수 있도록 즐길 필요도 있고, 진지하게 마주해야할 필요도 있다.






무형의 영감


여태껏 해왔던 일이 모두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이었다는 것은 유일하게 나를 규정짓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만들어가기 어려운 굴레이기도 했다. 마음에 잡히지 않아 더 불안함만 증폭시켰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식이 업이 되기도 하고, 창의성이 업이 되기도 한다. 그 어려운 '업(業)'이 된다는 것.

아직은 이것이 내 업이라 말하고 다닐 순 없다. 하지만, '나 요즘 이런거 해'라고 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너무 도취인가? 돈 안되는 거 하고 있다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나의 색은 깊어지고 있으며 나는 이것이 업이 되는데 가까워지고 있다.

숟가락으로 떠먹여주길 바라는 답이 정해진 일에서 더 추상적이고 몽상적인 '영감'을 손에 한번 쥐어볼까 싶다. 영감을 논하는 회의는 언제나 생산적이다. '생산적이다'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건 간에 생산적이라고 느낀다.






몽상가적 P의 이야기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9 _ 꿈틀거림, 실험을 해볼 차례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8 _ 타인의 세계관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7 _ 첫 녹음을 하다!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6 _ 사심과 진심이 뒤섞였던 연구모임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5 _ 첫 걸음을 떼는 과정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4 _ 연탄재 하나를 툭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3 _ 영감과 일상, 그 중간 어디쯤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2 _ 어떤 형태의 시간을 만들것인가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1 _ P의 의미에 대하여




Sort:  

일단 모여야 된다는 말에 동의해요. 다른 분야에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개인들이 그냥 한 자리에 모여서 주제 없이 수다만 떨어도(수다는 4-5인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즐겁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모일 아주 작고 사소한 핑계거리 하나쯤만 있으면 될 것 같구요. 걍 생각나는대로 뱉어봤습니다 ㅎ

네네!아주 작고 사소한 핑계거리들이 모여 나누는게 시작이 될거 같네요!🙏

오쟁님 앞으로도 생각나는대로 내뱉어주세요!!ㅎㅎ 너어무 큰 도움이 됩니다:)

숟가락으로 떠먹여주길 바라는 답이 정해진 일에서 더 추상적이고 몽상적인 '영감'을 손에 한번 쥐어볼까 싶다.

저 이 구절 너무나 맘에 듭니다 몽상가님 :-))) 제 살롱에도 삶이 차곡차곡 큐레이션 되었으면 좋겠어요 :-))) 그 살롱실험을 전폭적으로 응원하는 바입니다! ㅎㅎㅎㅎ

감사해요. ㅎㅎ 서핑매거진도 너무나 응원합니다. 또 저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기도 하구요:)

개별의 취향을 가지고, 각자의 세계관을 만든다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일것 같아요.
코칭 수업들었을때,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여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다룬적이 있었는데, 가치관이 충돌하면 사실상 토론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가치관이 모여 세계관이 되는 만큼 괴리가 더 클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비가 아니라 창작이라면, 앞으로 나가는 일이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가면 적절한 여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 어쩌면 우리는 어릴때부터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날을 세우고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흑백논리 사회에 살면서 그 방식을 제대로 배운다거니 자신의 세계관을 유년하게 풀어내는 것에 훈련되어있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제대로 알기도전에 언켜버린 실타래를 하나씩 푸는 일이 오래걸리겠지만 필요한 부분인거같아요:)

아 전에 여행의 흔적을 보여드리기로 했었은데 깜빡했네요
일부 보여드립니다 ㅋ
image

오,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인가요?? 한눈에 어디를 다니셨는지 보이는 것 같네요 ㅎㅎ 이런건 소장하셔야겠어요. 트래블워커님의 여행의 흔적과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것들이라

^^ 사실 마그넷을 모으기 시작한지가 그리 오래 되진 않았어요 ㅋ 진즉했으면 하고 후회하고 있죠. 마그넷 좀 더 있는데 그건 또 담에 ㅎ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생산적인 일을 도모한다면 그것이 곧 업이 되겠죠. 요즘 마켓 준비는 잘 되세요?

네넵 이제 준비 시작인 것 같아요!! 제가 뭘 크게 준비한다기 보다는 그저 셀러분들의 서포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

세상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 외면하는 사람들이 '업(業)'을 쌓고 살아가지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머리가 바짝 서며 선택에 신중해집니다. 반면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있죠.. 이제는 받아들이신 거죠? ㅎㅎ

멀린님 저 이제 하늘까지 날아야하는건가요 ㅋㅋㅋㅋ아!비행기....ㅎ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4
BTC 63475.77
ETH 3117.23
USDT 1.00
SBD 3.94